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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녹) 2025년 7월 1일 (화)연중 제13주간 화요일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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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성 토마스 사도 축일

183142 조재형 [umbrella] 스크랩 05:17

사람을 알려면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을 살펴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저의 경우 보좌 신부로 8, 본당 신부로 8, 교구청에서 8, 그리고 해외에서 10년을 지내고 있습니다. 해외 체류 기간에는 캐나다 연수가 3, 뉴욕의 신문사에서 5, 그리고 현재는 달라스에서 2년째 지내고 있습니다. 이곳 달라스 한인 성당은 저와 인연이 있습니다. 2018년에 저는 당시 본당 신부였던 동창 신부의 부탁으로 2달간 미사를 도와주면서 지냈습니다. 2023년에는 역시 동창 신부의 배려로 신문 홍보차 왔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저는 교구 인사이동으로 이곳 달라스 한인 성당의 본당 신부로 왔습니다. 하느님의 섭리는 참 오묘합니다. 지나온 여정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공동체, 그리고 겪은 사건들은 저의 삶에 양분이 되었습니다. 그 모든 여정 가운데 저를 지탱해 주었던 말씀은 저의 서품 성구였던 시편 126장입니다. “눈물로 씨 뿌리는 사람, 기쁨으로 거두리라.” 눈물의 시간도 있었고, 외롭고 막막한 순간도 있었지만, 그 눈물은 하느님의 손안에서 헛되지 않았음을 믿으며 걸어왔습니다.

 

오늘은 성 토마스 사도 축일입니다. 토마스라는 이름을 가진 동기 신부님이 두 명 있습니다. 한 명은 교구의 인사이동에 의해서 본당 사제, 법인, 병원, 교구청에서 사목하고 있습니다. 다른 한 명은 본인의 자원으로 교정 사목, 도시 빈민 사목 그리고 지금은 고시촌에서 사목하고 있습니다. 이 두 신부님은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감당하며 기쁘게 사목하고 있습니다. 저는 감히 신부님들의 신발 끈을 풀 자격도 없다고 생각할 만큼, 신부님들의 삶은 사목에 대한 깊은 열정과 믿음으로 가득합니다. 이 두 분을 바라보며, 오늘 복음의 중심인물인 토마스 사도를 떠올리게 됩니다. 토마스는 흔히 '의심 많은 제자'로 알려졌지만, 복음서를 천천히 읽어 보면 그는 누구보다도 진실에 목말라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두 눈으로 직접 보기 전까지는 믿을 수 없다고 말한 그의 태도는, 신앙을 가볍게 여기지 않겠다는 그의 치열한 내면을 보여줍니다.

 

토마스 사도는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이라고 고백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경탄이 아니라, 복음서 전체에서 예수님을 가장 분명하게 하느님으로 고백한 장면입니다. 보고 믿은 믿음이지만, 그 믿음은 의심과 고뇌를 통과한 진짜 믿음이었습니다. 토마스의 고백과 오늘 제1독서 에페소서의 말씀은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은 사도들과 예언자들의 기초 위에 세워진 건물이고,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바로 모퉁잇돌입니다.” 이 말씀은 교회의 정체성을 밝혀 줍니다. 교회는 완전한 사람들로 세워진 것이 아니라, 토마스처럼 의심하고 넘어지고 질문했던 사람들 위에 세워졌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끝내 예수 그리스도를 고백했고, 그 고백 위에 교회는 세워졌습니다. 고대 건축에서 모퉁잇돌(Cornerstone)은 전체 건물의 기준이 되는 가장 중요한 돌입니다. 그것을 중심으로 다른 모든 돌이 자리를 잡습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토마스의 고백도, 우리의 신앙도, 결국은 예수 그리스도라는 모퉁잇돌 위에 자리 잡을 때 진정한 구조를 이룹니다.

 

오늘날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싶어 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증거 중심'의 문화 속에서 신앙은 때때로 비합리적인 것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증거만으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닙니다. 철학자 폴 리쾨르는 말합니다. “기억과 약속 위에 세워진 인간은, 결국 믿음이라는 신뢰의 구조 안에서 산다.” 토마스는 부활하신 주님의 상처를 통해 믿음을 얻었고, 그 믿음은 그를 동방(인도) 선교의 사도로 이끌었습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의심을 버리고 믿어라.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우리도 토마스처럼 때로는 의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의심조차 하느님 안에서 신앙의 여정이 될 수 있습니다. 교회는 그런 의심을 지나 진리를 고백한 이들 위에 세워진 공동체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 모두의 모퉁잇돌이기에, 흔들림 없는 믿음을 갖고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도 이렇게 고백하면 좋겠습니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그리고 기억합니다. “눈물로 씨 뿌리는 사람, 기쁨으로 거두리라.” 그 기쁨이 토마스 사도 축일을 지내는 동창 신부님과 우리들의 삶 속에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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