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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이야기
세탁소에서 생긴 일 -알랑방귀

97304 김학선 [johnmaria91] 스크랩 2020-05-24

세탁소에서 생긴 일 - 알랑 방귀

 

"에휴!----"

한숨이 나왔지만 입 밖으로 나오기 전에 서둘러 막았다.

 

손님이 들고 온 옷이라는 게

말이 옷이지

길거리에 떨어뜨린다 해도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을 ,

그런 지경이었다.

오히려 발걸음을 돌려 멀리 피해 가고 싶을 정도의 상태를 하고 있었다.

 

옷을 현재 상태보다 더 깨끗하게 할 자신이 없으니

다른 데 가서 알아보라고 하려다 

황급히 입을 닫았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일감도 없는 데다가

내가 좀 희생하면

아내가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물감 값이라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옷 하나하나를 살펴보았다.

 

지저분한 데다가 만만치 않은 얼룩들이

온 사방에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퍼져 있었다.

 

손님은 중동 사람이었고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아마도 이슬람교 최대 절기 중 하나인

라마단을 맞고 보내며

뭔가 성스럽고 깨끗하게 지내려고 지저분한 옷들을 세탁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바로 다음날까지 해달라는 것이었다.

 

압박감 때문에 짜증이 나긴 했지만

아내의 물감,

그리고 그 손님의 성스러운 마음가짐에

나도 동참하는 기분으로 OK를 했다.

 

그런 옷을 세탁하는 일은 일종의 도전이었다.

 

나의 인내와, 

얼룩을 빼는 실력이 잘 어우어져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었다.

실력이야 보증수표지만

나의 인내심은 나도 보증할 수가 없었다.

 

결국 모든 세탁물은 나의 예상대로

100%는 아니어도 95% 정도의 수준으로

깨끗하게 세탁이 되었다.

 

손님이 찾으러 왔는데

제대로 빨렸는지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내가 선수를 쳤기 때문이다.

 

"이슬람 교인들은 정말 신앙심이 강한 것 같다."

 

라마단 기간 동안 매일 한 끼 정도만,

그것도 해가 진 다음에 먹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작은 존경을 담아

이슬람교도인 그 손님에게

알랑 방귀를 뀐 것이다.

 

성탄절이나 부활절에 성당을 갈 때도

 나는 굳이 세탁을 해서 옷을 입지는 않는다.

편한 옷 중에서 비교적 깨끗한 옷을 골라 입을 뿐이다.

 

마음가짐부터 그리 신실하지 못한 것이다.

 

비록 지저분한 옷을 가져오긴 했지만

이슬람교도인 그의 마음 자세를 높이 평가했기에

그렇게 알랑 방귀를 뀐 것이다.

 

그것이 사실 알랑 방귀 이긴 해도

그렇게 신실하지 못한

나에 대한  반성이며

조금은 그런 마음가짐을 닮으려는 내 의지의 표시이기도 한 것이다.

 

"행복하고 의미 있는 명절을 지내라."는

축복의 말로 그를 배웅하는 순간,

그 손님의 입가에 팬지꽃  같은

넓은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주머니로 들어가려던 지갑을 도로 꺼냈다.

내 손에 10 달러의 팁이 주어졌다.

 

이 정도면 알랑 방귀 뀐 값으로는

썩 괜찮지 않은가?

 

그도 행복하고

나도 덩달아 행복해진

라마단 마지막 날

아침.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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