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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셉 형들의 투옥[25] / 요셉[4] / 창세기 성조사[110]

138276 박윤식 [big-llight] 2020-05-15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5. 요셉 형들의 투옥

 

그때 요셉은 그 나라의 통치자인 재상이었다. 그 나라 모든 백성에게 곡식을 파는 이도 그였고 다른 나라에서도 이집트로 기근을 피하고자 곡식을 사러 오는 이의 관리도 그가 하였다. 아마도 요셉은 외국에서 오는 그 많은 이들 중에 그의 형들이 있기를 간절히 기대했을 수도. 그래서 그는 친히 딴 나라에서 오는 이들의 일을 자주 챙기고 있었다. 이는 하느님께서 요셉의 형제들이 과거의 불화와 반목을 치유하시려는 계획이 시작되었기에, 의당 요셉이 그렇게 관여하는 것도 당연했으리라.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요셉의 형들이 줄을 서서 들어와서는 얼굴을 땅에 대고는 요셉에게 큰절을 바친다. 열일곱 요셉이 지금부터 십삼 년 전에 꾼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그렇지만, 더 정확하게 그 꿈과는 일치되지 않는다. 아직 그때가 아닌 거다. 다만 그 꿈이 성취되는 때가 눈앞에 아련하지만, 하느님의 때가 아직은 그 꿈과 일치되지는 않는다. 그날 그 꿈에는 요셉의 부모님과 열한 형제가 죄다 땅에 엎드려 절하지 않았던가(37,9). 그때 꿈속에 보인 해와 달, 어머니 라헬이 낳은 벤야민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요셉은 형들을 보자 곧 알아보았지만, 짐짓 모르는 체하며 자신의 신분을 숨긴다. 지금 그때가 아님을 그는 습관적으로 느꼈기에. 그래서 아예 눈 딱 감고 그들에게 매몰차게 말하면서 물었다. “너희는 어디서 왔느냐그들이 대답하였다. “양식을 사러 가나안 땅에서 왔습니다.” 요셉은 피붙이 형들을 당장 알아보았지만, 형들은 눈이 감겨 그를 알아보지 못하였다. 아마도 하느님의 때가 오지 않았기에 그분께서 형들의 눈을 감겨버렸는지도.

 

그렇다면 과연 하느님의 때는 어느 때를 말하는가 그때는 형제간의 불화와 반목이 없는 때일 게다. 형들의 시기로 요셉이 이곳까지 오지 않았던가! 지금 저 형들이 그 옛날 그 버릇대로 막내 내 동생 벤야민마저 못살게 구는 것은 아닐는지 그리고 저 가나안 땅의 도탄 구덩이 곁에서 자신을 두고 그 흥정한 비정한 그 형들의 잘못을, 요셉은 과연 용서를 그리 쉬이 할 수가 있으랴! 이 모든 것에 대한 인간적인 정리가 필요하다. 이 모든 정리가 이루어지는 그때가, 아마도 얼룩진 응어리가 녹는 하느님의 때일 수도.

 

어쩌면 요셉에게는 저 못난 형들을 복수해야 할 시기는 이미 지나고도 훨씬 넘었다. 용서를 사랑의 마음으로 따뜻이 감싸 안아야 할 때이다. 그렇지만 손 내밀면서 안기 전에, 일단은 형들의 마음을 알아봐야만 한다. 그래서 요셉은 저 안타까운 형들에 대하여 꾼 꿈들을 생각하며 그들에게 아주 단호하게 말하였다. “너희는 염탐꾼들이다. 너희는 이 땅의 약한 곳을 살피러 온 자들이다.” 이집트인들은 예로부터 아시아인들의 침입을 막기 위하여 국경을 튼튼히 하고 군사들을 배치하여 단단히 지키게 하였다.

 

그러자 그들이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나리. 나리의 이 종들은 양식을 사러 왔습니다. 저희는 모두 한 사람의 자식입니다. 저희는 정직한 사람들입니다. 이 종들은 염탐꾼이 아닙니다.” 르우벤을 포함한 열 명의 형들은 하나같이 재상의 준엄한 복장을 하고 자기들 기근을 해결해 줄 곡식을 마음대로 되질하는 동생 요셉을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고, 지혜로 똘똘 뭉친 의로운 요셉의 터무니없는 트집에 그야말로 몸 둘 바를 몰라 전전긍긍이다.

 

이렇게 아버지의 편애를 받던 동생을 미워하고 시기하여 죽이려 했던 저 형들은, 지금 자신들의 생명이 걸린 제 동생 앞에서 기가 죽어 두려움에 떤다. 그러나 요셉은 형들에게 더 비정하게 말하였다. “아니다. 너희는 이 땅의 약한 곳을 살피러 온 자들이다.” 이처럼 요셉의 형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하지만, 동생 요셉은 그들을 더더욱 움켜쥔다. 요셉의 간절함은 세월이 변한 그만큼이나, 변한 저 보고픈 형들이 변했음을 눈으로 똑똑히 보고 싶었고, 늙은 아버지와 동생의 근황을 알기를 간절히 바랐을 수도 있다.

 

이러니 형들은 더 몸을 떨며 대답하였다. “나리의 이 종들은 본디 열두 형제입니다. 저희는 가나안 땅에 사는 어떤 한 사람의 아들들입니다. 막내는 지금 저희 아버지와 함께 있고, 다른 한 아우는 없어졌습니다.” 드디어 그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있는 그대로 더 털어놓으면서 여기에 온 자신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가족사까지 들추면서 죄다 하소연한다. 어쩌면 그들은 지금 그 옛날 아버지 야곱에 마련해 준 소매 긴 저고리 입은 요셉만을 기억했을 수도.

 

사실 저희는 모두 한 사람의 자식이라는 형들의 말은 아주 중요한 고백이다. 저들은 지금까지 요셉을 제외한 자기들만 생각한 형들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요셉까지를 포함한 우리를 내세운다. 이처럼 다른 한 아우인 요셉을 동생으로 의당 포함시킨 형들로 변화되어 있다. 그렇지만 자신들이 팔아버린 요셉에 대한 죄책감만은 아직도 속내를 털지를 못한다. 사실 저들은 요셉의 죽음을 피에 적신 저고리(37,31)로 조작하여 아버지 야곱에게 티끌만큼의 죄의식을 못 느끼고 거짓말한 형들이 아니던가!

 

그렇지만 형들은 한 아버지의 자식인 한 가족이기에, 이렇게 가나안에서 이곳 이집트의 먼 곳까지 전쟁하고자 정탐하러 온 여러 사람의 모임 간첩 집단이 아님을 강하게 내세운다. 그들의 처지를 듣는 가운데 요셉은 자신을 잃고 슬퍼하실 아버지 야곱과 철부지 막내 벤야민의 소식도 대충 알았다. 그 피붙이 동생을 저 형들이 옛날 자기처럼 구박하며 시기하는지의 속내는 아직은 잘 모르지만, 그래도 형들은 홀로 자란 동생 벤야민도 우리라는 한 가족에 당당히 포함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셉은 그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 그대로다. 너희는 염탐꾼들이다. 너희를 이렇게 시험해 봐야겠다. 너희 막내아우가 이리로 오지 않으면, 내가 파라오의 생명을 걸고 말하건대, 너희는 결코 이곳을 떠날 수 없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을 보내어 아우를 데려오너라. 그동안 너희는 옥에 갇혀 있어라. 너희 말이 참말인지 시험해 봐야겠다. 그렇지 않을 때에는, 내가 파라오의 생명을 걸고 말하건대, 너희는 정녕 염탐꾼들이다.”

 

그러고 나서 그들을 사흘 동안 감옥에 가두었다. [계속]

 

[참조] : 이어서 '요셉이 형들에게 곡식을 줌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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