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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 글]서태지 복귀에 얽힌 만담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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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무승 [stpeter] 쪽지 캡슐

2000-08-31 ㅣ No.5017

 

관습적인 기자 회견이 아닌, 인터넷에 홈페이지에 직접 글을 올린다는 것도 ’그’ 다웠고 감동적인 건 ’기다렸습니다’라는 팬들의 게시판 말머리에, ’저도 기다렸습니다’라는 말머리로 한 인사. 팬들로서는 그가 올린 글의 내용은 다 필요 없었다. ’저도 기다렸습니다’라는 말 한마디에 4년 7개월동안 인내하며 기다려온 그들의 사랑은 단박에 보상받았다. 서태지 그는 수백만의 팬을 몰고 다니는, 감성의 파열구가 어딘지 아는 시인이다.  

 

 

1. 서태지와 김영삼

 

 

주식시장엔 이런 얘기가 있다.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아라. 즉, 하나의 사건이 확실히 떠올랐을 때는 이미 호재료로서 가치를 상실한다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4년 7개월 동안 서태지는 줄창 호재료였다. ’~카더라’라는 소문만 무성했지 정작 자신은 한번도 제대로 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이 소문의 제작 근원이자 최대수혜자는 ’스포츠 신문’들. 기사 아이템 떨어질 때쯤 되면 서태지 뚱땡이설, 결혼설, 국내 체류설, 100억원 새 앨범 계약설 등을 뻥뻥 키우며 터뜨렸다. 물론 기사의 근거는 나름대로는 확실했고 빠져날 구멍을 다 만들어 놨다.

 

’PC통신 게시판에 오르고 있다’ ’측근 혹은 가요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런 익명들의 탐욕스런 잔치상은 이제 서태지의 등장으로 끝나게 되었다. 자, 이제 서태지는 팩트(사실)이 확인된 뉴스가 되었다. 이것이 스스로를 전설 속의 인물로 만든 서태지에게 호재가 될 것인지 악재가 될 것인지는 조금 있다가 이야기하자.

 

서태지 팬들이 기분 나빠할 이야기지만 서태지와 김영삼은 공통점이 하나 있다. 끊임없이 인정투쟁을 버려왔다는 것이다. 김영삼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세상으로부터 자신의 존재가 잊혀지는 것.

 

그래서 그 노망을 떨면서 ’김일성이 죽은 건 나랑 정상회담을 앞두고 긴장해서 심장발작이 일어났기 때문이다’라는 가당찮은 정신적 발작, 망발을 해댄다. 물론 이런 치매성 발언을 넙죽넙죽 키워주는 언론의 잘못도 크지만 노회한 김영삼이 한국언론과 사회를 잘 읽고 있다는 것이다.

 

서태지는 직접 이런 투쟁을 하진 않았다. 하지만 언론들이 스스로 이런 인정투쟁을 만들어 줬고 영웅이었던 서태지에게 이는 대부분 득이 되었다. 왜냐면 사람들은 서태지에 대한 악의적인 기사에 분노하면서 그의 존재를 수시로 다시 떠올렸고 그리워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4년 7개월 동안 아무런 뉴스가 없었다면, 아무리 서태지라도 지금의 열렬한 반응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2. ’기다렸습니다’ ’저도 많이 기다렸습니다’

 

 

스타는 자고로 그 당대의 문화적 감성을 읽어내고 그 파열구가 어디인지 동물적으로 알아낼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그리고 스타를 넘어서는 시대의 우상은 팬들을 다스리는 언어 감각을 가진 ’시인’이어야 한다.

 

아무리 노래를 잘하고 연주를 잘해도 팬들을 후려치는 언어적 감각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그저 인기가수일 뿐이고 2인자일 뿐이다. 니체의 ’신은 죽었다’ 마르크스의 ’우리가 잃을 것은 쇠사슬뿐’이 철학의 영웅시인들의 작품이었다.

 

대중음악의 영웅들도 이에 못지 않다. 비틀즈의 존 레논이 ’우리는 예수보다 위대하다’라고 한 것이나, 도어즈의 짐 모리슨이 ’난 도마뱀이야’, 벡(Beck)의 ’너나 나나 다 루저(Loser)지’,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 ’난 게이지롱’이 그 대표적인 예. 이 모든 것이 그냥 수사학은 아니다. 그 시대의 상황을 압축적으로 그리고 시원하게 일갈하는 말들이다. 댄스가수들이 챠트 1위를 한 뒤에 ’여러부운 싸랑해여’라고 말하는 것과 무지하게 비교된다.

 

서태지도 위대한 시인이었다. ’교실 이데아’에서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라고 소리친 것은 그가 단순한 뮤지션이 아니라 시대의 감성을 이끌어 가는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그의 상업적 감각을 시기하는 무리들이 적잖지만, 그가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식은 찬탄할만 했었다. 이번 컴백도 역시 마찬가지.

 

관습적인 기자 회견이 아닌, 인터넷에 홈페이지에 직접 글을 올린다는 것도 ’그’ 다웠고 서태지의 팬들이 하루에 수천개의 글을 올리면서 ’기다렸습니다’라는 말머리를 일제히 단 것도 ’서태지의 팬’다웠다.

 

감동적인 건 ’기다렸습니다’라는 팬들의 게시판 말머리에, ’저도 기다렸습니다’라는 말머리로 인사한 서태지. 팬들로서는 그가 올린 글의 내용은 다 필요 없었다. ’저도 기다렸습니다’라는 말 한마디에 4년 7개월동안 인내하며 기다려온 그들의 사랑은 단박에 보상받았다. 서태지 그는 수백만의 팬을 몰고 다니는, 감성의 파열구가 어딘지 아는  시인이다.

 

 

3. H.O.T와 서태지와 조성모의 진검승부?

 

 

얘네들이 맞짱을 뜰까. 조성모와 서태지까지는 맞짱이 확실해 졌지만, H.O.T는 숨고르기를 할 지 모른다. (안 그래도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에서 새로 내세우는 ’보아’란 가수 때문에 H.O.T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서태지의 팬들은 그의 복귀만으로 행복하지만, 시장은 선후배간의 전투에서 누가 승리 할 것인가에 관심이 있다.

 

사실 올 가을은 전설적인 가수가 여럿 돌아온다. 신해철이 ’비트겐슈타인’이란 밴드로 무장해서 1년 반만에 돌아오고, 80년대의 전설 들국화 역시 컴백 공연을 가지게 된다. 전설의 무사들과 당대의 신진 고수들의 진검승부가 한판 펼쳐지는 것이다. 음악에 대해선 아직 서태지의 음악방향이 대략 하드코어란 것 밖에 나머지 것이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기에 지형도 읽기로 한 번 접근해보자.

 

이들의 승부의 관건은 얼마나 많은 팬들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싫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적은가에 달려있다. 전체시장의 구매력은 빤한데 그리고 고정팬의 구매력도 어느 정도 규모가 잡히지만 부동구매력을 잡기 위해선 열광도 만큼 중요한 것인 구매목록에서 배제되지 않는 것이다.

 

이 싸움은 한 사람에게만 투표하는 선거가 아니다. 얼마든지 복수 투표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호감도의 공동분모가 큰 사람일수록 유리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서태지가 어쨌든 가장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무기다.

 

서태지의 팬이면서 H.O.T의 팬인 경우는 많아도, H.O.T의 팬이면서 젝스키스의 팬일 수는 없는 일이다. 기본적으로 90년대의 가요팬이라면 서태지의 자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 대부분은 서태지란 바이러스가 몸에 잠복하고 있는 것이다.

 

 

 

4. and so on....

 

나도 9월 9일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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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염화 (문화평론가)

 

http://www.freechal.com/plaza/newSquare/FreeZine/FcZinContent_tue.asp?GrpId=0&ObjSeq=1&NewsDocId=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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