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문헌ㅣ메시지
2025년 제30회 농민주일 주교회의 담화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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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회 농민 주일 담화 ‘주님께서 보살피고 살려 주시어 땅에서 복을 받으리라’ (시편 41[40],3 참조)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1994년 춘계 정기 총회에서, 교회가 우리 농민을 살리는 일을 적극 지원하기로 하고, 우리 농산물 나눔터를 설치하는 데 협조하기로 마음을 모았습니다. 그에 따라 ‘농민들의 어려운 처지에 공감하며’ 창조 질서를 보존하고, 땅과 밥상을 살리며,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가톨릭 ‘우리 농촌 살리기 운동’(이하 우리농)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30년 동안 농민은 생명 농업으로 땅을 일구어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소비자는 ‘우리농 나눔터’를 이용하며 생태 환경 운동에 함께해 왔습니다.
농부는 ‘주님께서 보살피고 살려 주시어 땅에서 복을 받으리라.’는(시편 41[40],3 참조) 말씀을 믿고, 하느님께서 주신 땅의 선물을 충실히 돌보는 청지기로 살아왔습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한마음으로 연대하며 걸어온 이 길은, 다만 먹거리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을 돌보는 신앙의 여정이었습니다. 제30회 농민 주일을 맞이하여, 우리가 모두 각 본당과 가정에서 ‘생명 지킴이 운동’을 삶 가운데 실천하면 좋겠습니다.
농촌의 공익적 가치
‘2024년 농업·농촌 국민 의식 조사’(한국 농촌 경제 연구원)에 따르면, 도시민 10명 가운데 7명이 농업과 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고 응답하였습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안정적 식량 공급’이 대표적인 가치로 손꼽혔습니다.
이러한 가치를 실현하고자 가톨릭 농민회는 화학 비료와 제초제를 쓰지 않는 유기 순환 농업을 실천하며, 농부의 자긍심과 사명감으로 생명 농업에 헌신해 왔습니다. 이들은 오늘날 공동의 집인 지구를 지키는 파수꾼이자 하느님의 정원사로서 그 소임을 다하고 있습니다.
우리농 나눔터, 도·농 생명 공동체의 연결 고리
주교회의 1994년 춘계 정기 총회에서, 농업의 위기는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 아래 도시와 농촌이 함께 살아가는 ‘도·농 생명 공동체 운동’이 제안되었습니다. 이 운동의 결실이 바로 ‘우리농 나눔터’입니다.
우리농 나눔터는 유기농산물의 모양이나 가격보다 그 생명 가치를 우선하는 문화를 도시 사회에 심어 왔습니다. 그럼으로써 단순한 거래를 넘어, 생명을 중심에 둔 나눔을 실천하는 생명 운동의 중심으로 성장하였습니다. 이처럼 우리농 운동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참여하는 ‘공유 경제’를 실천하고 있으며, 이는 교회의 생태 사목 안에서 매우 의미 있는 결실입니다.
생태 영성을 생활화합시다
지난 4월 선종하신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를 반포하신 지 올해로 10년이 되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이 회칙에서 “현재의 생활 방식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기에”, 이 방식이 계속된다면 “재앙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161항)라고 경고하셨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지구의 한계를 넘어선 자원 소비 유형이 당연하듯이 보도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삶은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만 하는 삶의 전환입니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썼으며 지금까지 쓰고 있습니다. 이제는 절제와 절약의 덕을 기르며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또한 “‘우리의 개인적 공동체적 활동에 자극과 동기와 용기와 의미를 주는 어떤 내적인 힘’ 없이, 오로지 교리만 가지고 이 위대한 일에 투신하기는 불가능할 것”(216항)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교황께서는 우리 삶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도록 요청하신 것입니다. 영적인 삶은 세속의 현실과 결코 분리되지 않으며, 창조의 아름다움 속에서, 병든 이의 탄식과 고통받는 이의 신음 속에서,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는 깊은 인식에서 비롯합니다.
이에 「찬미받으소서」 210항과 211항은, 의미 있는 생태 전환이 이루어지려면 많은 사회 구성원이 내적으로 동의하고, 지속적으로 변화하도록 확고한 덕을 길러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 교회는 창조에 기초한 전례를 장려하고, 생태 영성을 위한 교육과 피정과 양성 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하고 참여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올해도 농민 주일을 맞이하여 우리는 저마다 삶의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생태 사도직을 수행하며 살도록 또다시 부름을 받습니다. “이제 내가 온 땅 위에서 씨를 맺는 모든 풀과 씨 있는 모든 과일나무를 너희에게 준다. 이것이 너희의 양식이 될 것이다”(창세 1,29). 우리 모두 공동의 집 지구를 돌보며, 생명을 나누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갑시다. 우리가 물려받은 땅과 바다를 소중히 돌보고 가꾸어 후손에게 물려주는 일은 바로 지금 우리에게 맡겨진 사명입니다.
2025년 7월 20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박현동 아빠스 0 6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