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자료
[구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예리코에서 맞이한 해방의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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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예리코에서 맞이한 해방의 해
여호 6장에 따르면, 이스라엘 백성은 예리코 정복 당시 계약 궤와 뿔 나팔을 앞세우고 예리코 성을 하루에 한 번씩 돌았습니다. 이렛날에는 일곱 번 돕니다. 그런 다음 뿔 나팔을 불고 함성을 지르자 예리코 성이 무너지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이때 분 뿔 나팔은 하느님께 드리는 예배 때 자주 쓰이던 악기로 주님께서 현존하심을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여호 6장에서 뿔 나팔 [쇼파르]는 ‘숫양’을 뜻하는 히브리어 [요벨]과 함께 쓰입니다: “숫양 뿔 나팔”(4.6.8.13절). 레위 25,9에서는 요벨이 ‘희년’의 뜻으로 쓰였고요. 요벨이 뿔 나팔과 함께 쓰인 건 탈출 19,13에도 나오는데, 이는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갖습니다. 이스라엘이 이집트 탈출에 성공한 직후 시나이산 아래 섰을 때 주님의 현현을 신호하는 ‘요벨’ 소리가 울려 퍼졌고, 백성이 주님의 약속대로 가나안을 차지하는 첫 과정에서도 ‘요벨’ 소리가 재차 울려 퍼졌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호수아기의 요벨 소리는 하느님의 약속이 마침내 실현되었음을 신호한 셈입니다.
예리코 정복에 결정적으로 공을 세운 인물은 라합입니다. 그는 여호수아가 파견한 정탐꾼을 도운 예리코의 창녀입니다(여호 2장). 라합은 예수님의 족보(마태 1,1-17)에도 등장하는데요, 아마 이때 세운 공으로 들어가게 된 듯합니다. 가나안 여인인 라합이 동족이 아닌 이스라엘을 도운 건 비참한 창녀의 삶에서 벗어나고자 내건 일생일대의 도박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하느님께서 이집트의 한 노예 집단을 구해내 탈출시켰다는 소문을 듣고(여호 2,9-11) 자신도 같은 해방을 꿈꾼 건 아니었을까요?
여호 6장이 전하는 바 역시, 이스라엘 집안이 이집트 종살이에서 벗어나 주님께서 조상들에게 약속하신 땅을 차지하게 되는 첫 과정입니다. 그러므로 예리코에서 울려 퍼진 뿔 나팔 소리는 희년의 요벨 소리처럼 이스라엘 백성과 창녀 라합의 해방을 알리는 선포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5년 8월 10일(다해) 연중 제19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0 40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