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16일 (토)
(녹) 연중 제19주간 토요일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마라. 사실 하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성인ㅣ순교자ㅣ성지

[성지] 희년에 떠나는 로마: 로마 7대 성당, 산타마리아 마조레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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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5-08-13 ㅣ No.2412

[희년에 떠나는 로마 VI] 로마 7대 성당, 산타마리아 마조레 대성당

 

 

성 베드로 대성당과 성 바오로 대성당을 방문한 순례자들은 이제 로마의 중앙역 테르미니(Stazione Termini)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한 산타마리아 마조레 대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Maggiore)을 향해 순례를 이어갑니다. 먼저 성당 2층에서 세 개의 아치 사이로 엿볼 수 있는 13세기 모자이크 작품에는 ‘성모 설지전(聖母雪地殿)’이라 불리는 성당의 기원을 담은 이야기가 새겨져 있습니다. 358년 8월 4일 밤, 교황 리베리오와 귀족 요한의 꿈에 성모님께서 나타나셔서 로마의 일곱 언덕 중 하나인 에스퀼리노 언덕에 성당을 세울 것을 명령하셨고, 다음 날 아침에 직접 그 장소에 가보니 정말 하얗게 눈이 내려 있었다고 합니다. 교황은 이를 거룩한 섭리로 받아들여 눈 내린 자리에 성당을 세워 성모님께 봉헌하였습니다. 한여름에 내린 눈의 기적으로 전해지는 이 광경으로 인해 매년 8월 5일 낮에는 성당 안에서 미사 중에 하얀 꽃잎이, 밤에는 성당 광장에서 인공 눈이 내려와 오늘날까지 신자들에게 당시의 감동을 고스란히 전해줍니다.

 

“믿음과 사랑 그리고 그리스도와 이루는 완전한 일치의 영역에서 천주의 성모님께서는 교회의 전형이시다.” (교회헌장, 63)

 

서방 교회에서 마리아에게 봉헌한 첫 번째 성당인 산타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은 그 이름에 걸맞게 성모님에 대한 깊은 공경이 스며 있는 장소입니다. ‘산타마리아(Santa Maria)’는 성모님을 지칭하며 마조레(Maggiore)는 영어로 major, 즉 가장 크고 중요하게 공경받을 대상을 의미하는데, 교회는 다른 성인이나 천사에 대한 공경보다 더 높게 성모님에 대한 공경의 예를 상경지례(上敬之禮)라고 구분해 왔습니다.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당이 ‘교회의 반석’이라면, 산타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은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 드는 ‘교회의 품’일 것입니다. 순례자들은 베드로 사도와 바오로 사도의 무덤을 지나 이 아름다운 성당에 이르러 ‘교회의 어머니’이자 ‘그리스도인들의 모범’이신 성모 마리아를 만나게 됩니다.

 

431년 개최된 에페소 공의회에서 교부들의 치열한 논쟁 끝에 성모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Theotokos)로서 공식적으로 선포한 이후 성모 설지전은 교황 시스토 3세(재위 432-440)에 의해 산타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으로 새롭게 봉헌하고, 기둥들과 모자이크 장식들을 추가하여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었습니다. 대성당을 광장에서 바라보면 오른편에는 로마에서 가장 높은 종탑이 우뚝 솟아 있으며, 정면부의 가장 높은 자리에는 아기 예수님을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상이 서 있고, 그 주변으로 서방 4대 교부인 암브로시오, 아우구스티노, 예로니모, 교황 대 그레고리오 성인들이 순례자들을 맞이하는 가운데 현관에서 가장 왼편에 위치한 성문을 통해 성전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성전 내부는 길이 85미터, 너비 35미터, 양쪽으로 20개씩 기둥들이 늘어선 2열 3랑의 바실리카 양식으로, 중랑을 따라 구약 성경의 아브라함, 이사악, 야곱 그리고 모세와 여호수아의 일화를 다루고 있는 36점의 작품들이 있고, 중랑이 끝나는 곳에 위치한 개선 아치에서는 신약 성경의 예수 그리스도의 잉태와 탄생, 유년기의 사건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5세기에 지금 우리가 보는 모습으로 완성되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물 정자 모양에 금박을 입힌 천장은 줄리아노 다 상갈로의 작품으로 15세기 말 알렉산더 6세 교황의 명령으로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져온 첫 금을 사용하여 장식한 것이고, 천장 아래 창문 사이마다 16세기 말에 제작된 21점의 프레스코화들은 성모님의 생애를 자세히 묘사하고 있습니다. 측랑 공간에는 미켈란젤로의 설계로 지어진 스포르차 가문 경당, 순례자들의 미사를 위해 사용되는 체시 가문 경당 등이 줄지어 자리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바오로 5세 교황이 자신의 가문을 위해 의뢰한 파올리나 경당에는 루카 복음사가가 그렸다고 전해지는 ‘로마인들의 구원(salus popoli romani)’이신 성모 마리아 성화가 보존되어 있는데, 경당은 특별히 올해 선종한 프란치스코 전임 교황의 깊은 기도가 배어 있는 장소이며 그 옆 작은 공간에는 교황님의 소박한 무덤이 마련되어 있어 수많은 순례자들이 찾아와 그분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합니다.

 

나선형 모양의 금박 장식으로 이루어진 4개의 붉은 반암 기둥으로 이루어진 천개는 정면부를 장식한 페르디난도 푸가가 1740년경 완성한 것으로, 그 아래에는 마티아 사도와 예로니모 교부의 유해를 모시고 있는 교황 제대가 위치하고 있고, 계단을 통해 고백의 제단으로 내려가면 7세기 때 베들레헴에서 옮겨온 예수님의 구유가 보존되어 있어 성모님의 ‘네’라는 응답을 통해 이루어진 성자 하느님의 강생 신비를 깊이 묵상할 수 있습니다. 고개를 들어 후진부를 바라보면 13세기 말 야코포 토리티에 의해 완성된 ‘동정녀의 대관식’을 주제로 한 아름다운 모자이크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천상을 상징하는 금빛 별들이 수놓아진 원 안에서는 마리아에게 천상 모후의 관을 씌우고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 있고, 원 바깥으로 수많은 천사와 함께 왼쪽으로 베드로, 바오로, 프란치스코, 오른쪽으로 세례자 요한과 사도 요한, 파도바의 안토니오가 영광스러운 대관식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성 필립보 네리는 산타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을 향하는 순례의 여정에서 ‘성령칠은’ 중에서 슬기를 청하였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살고 그것에 맛들일 수 있는 슬기로움을 주는 지혜의 영은 교만을 이기고, 주님과 성모님을 따라 우리를 천국으로 이끌어 주는 고귀한 은총입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루카 1,38)

 

[2025년 8월 10일(다해) 연중 제19주일 인천주보 3-4면, 김세웅 디오니시오(이탈리아 공인 가이드, 『쥬빌레오 로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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