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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철학ㅣ사상

과학과 신앙39: 탐욕의 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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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5-08-13 ㅣ No.609

[과학과 신앙] (39) 탐욕의 우상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atom)란 물질을 이루는 가장 작은 입자로 핵과 전자로 구성된 물리적 입자 개념이다. 물질을 이루는 기본 성분을 언급할 때는 원소(element)라는 개념을 사용하는데, 원소는 물질의 종류를 나타내는 추상적인 개념이다. 2015년 IUPAC(국제 순수·응용 화학 연합)가 공식 인정한 원소의 종류는 118가지인데 주기율표에서 원자번호 21번 스칸듐(Sc), 39번 이트륨(Y) 그리고 57번 란타넘(La)부터 71번 루테튬(Lu)까지 총 17종의 원소들을 ‘희토류(희귀한 흙이라는 뜻)’라 한다.

 

희토류의 매장량 자체는 희귀하지는 않지만 순수한 홑원소 형태로 추출하기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어 희토류라 부르며 공정 과정에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희토류는 배터리, 디스플레이의 재료, 영구자석, 레이저, 첨단 무기 등에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전체 희토류 매장량 대부분은 중국에 있으며 중국은 미·중 무역 전쟁에서 희토류 자원 무기화를 통해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 하고 있다. 지난 4월 30일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광물 협정을 체결해 우크라이나에 존재하는 희토류에 대한 이권을 인정받는 대신 군사적 원조를 약속했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희토류다. 희토류는 구하기 어렵고 가치가 매우 높다는 점에서 이른바 명품 대접을 받고 있다. 이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할 경우 가격이 상승한다는 경제학 원리인 ‘희소성의 원칙’을 잘 보여준다.

 

희소성의 원칙은 흔히 명품이라 불리는 물건에서 확인된다. 이탈리아의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는 일부러 수요보다 적게 만들어 브랜드 프리미엄을 유지하며, 프랑스의 패션 브랜드 에르메스는 직영 매장만을 운영하고 가방 제작을 일주일에 2개로 제한하는 등 고도의 희소성 전략을 구사해 제조 가격보다 훨씬 높은 고가를 유지한다.

 

사람들이 명품을 선호하는 현상은 심리학적으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과시욕구와 열등감을 덮기 위한 콤플렉스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 경제학자 베블런은 「유한계급론」(1899)에서 이를 ‘과시 소비’라는 용어로 설명했다. 이제 우리나라의 20~30대 소비층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명품 선호현상은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니다. 돈이나 비싼 물건을 과시하며 자신을 돋보이려는 신조어로 ‘플렉스 하다’는 표현이 생겨날 정도다. 그러나 명품을 소유한다고 그 사람의 가치도 높아지고 인간적으로 명품으로 보일지는 의문이다.

 

희소한 가치에 대한 욕심은 사회적으로 높은 자리에 오르려는 지위 욕심에서도 볼 수 있다. 정당하지 못한 행위와 남을 배려하지 않는 태도로 살아온 사람이 남의 노력을 마치 자신의 업적인 양 등에 업고 출세에만 몰입하는 행태를 우리는 가까운 주변에서 그리고 뉴스에서 종종 접하게 된다.

 

청빈을 강조한 프란치스코 성인은 가난 속에서 죽기 위해 자기를 맨바닥에 눕히라고 했다. 검소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100달러(약 14만 원)만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복음 말씀에 나오는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루카 12,21)이 나 자신은 아닌지 성찰해야 할 것이다.

 

[가톨릭평화신문, 2025년 8월 10일, 전성호 베르나르도(경기 효명고 과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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