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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소공동체인가? - 소공동체가 안 된다?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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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10-09 ㅣ No.154

[특별기고] 왜 소공동체인가? - 소공동체가 안 된다? (25)



소공동체를 활성화하기까지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소공동체 사목을 하는 사제나 소공동체에 참여하는 신자들은 “우리만 소공동체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회의와 갈등과 소외감을 가지게 되면서 주저함과 망설임이 생긴다. 물론 아직도 대부분의 많은 본당이 레지오 마리애 중심으로 본당이 운영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이런 갈등과 회의를 가지면서 자신감을 잃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갈등과 고독감 때문에 고민하는 사제들이나 신자들을 위하여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소공동체 소위원회 총무 노주현 비비안나 님이 제공한 『독일 가톨릭 교회와 소공동체』를 소개하고자 한다.


천년의 세월 ‘고도로 조직화된’ 독일 가톨릭 교회의 위기

독일에서 그리스도교는 오랫동안 독일 사회, 정치, 문화, 경제, 교육의 토대가 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독일 ‘교회’는 세계 교회 전통과 신학을 선도하면서 세상 속에서 부와 권력, 명성을 누려왔다. 그런데 2011년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고향인 독일을 방문했을 때 “고도로 조직화된” 이 교회 구조 뒤에 과연 “그에 부합하는 영적 힘, 살아계신 하느님에 대한 신앙의 힘”이 있는지 물으면서 지나친 부와 권력으로부터 정화될 것을 요청하였다. 그리고 소공동체가 사회 안에서 교회의 영향력을 새롭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제안하였다.

이 글에서는 오늘날 독일 교회가 직면한 위기와 도전은 무엇이고 독일 교회는 이 ‘시대의 징표’를 분별하며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 어떤 변화와 쇄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독일 교회가 겪고 있는 광야의 이 순례 여정은 한국 교회를 비롯해 많은 지역 교회가 이미 걷고 있거나 앞으로 맞부딪칠 길이기에 먼 나라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여기 우리들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2011년 9월에 발행된 독일 교회 통계에 따르면 전체 독일 인구 8,174만 명 중 약 62%가 그리스도인이고 가톨릭 인구는 30.2%에 달하는 2,400만 명으로 27개 교구에 11,524개 본당이 있다. 다른 유럽 교회와 마찬가지로 독일 교회도 성소자와 사제 수의 감소와 부족, 신자 수의 급격한 감소와 고령화 현상을 심각하게 겪고 있다. 이에 많은 교구에서 이미 여러 본당이 문을 닫고 4-8개 본당을 한 본당으로 통합하여 운영하고 있어 향후 2-5년 안에 현재 400개 본당이 있는 경우 50여 개 본당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한다. 본당 활동에 참여하는 신자 대부분도 60대 이상이며 젊은이들은 거의 찾아보기가 어렵다. 또한 ‘성당에 나오고 있는’ 독일 교회 신자들의 교회에 대한 소속감을 알아본 한 조사 결과는, 독일 교회가 처한 위기의 실상을 보여준다. 이 조사에 따르면 ‘교회로부터 멀어져 있고 교회에 대해 불확실하거나 믿음이 깊지 않다’는 응답이 50%를 차지했고 ‘교회에 소속감을 가지고 있지만 교회에 비판적이다’라는 응답이 37%, ‘교회를 믿고 교회에 헌신적이다’라는 응답은 17%에 불과했다.

천년의 세월, 신앙의 유산을 계승하고 전파해온 독일 교회의 이 슬픈 그림자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신앙의 뿌리를 뒤흔들며 하느님이 계시던 자리를 휩쓸어 가는 듯한 거센 폭풍의 실체를 현대 서구 사회를 지배하는 세속주의, 물신주의, 상대주의와 개인주의라고 규정하며 외부의 영향, ‘세상 탓, 남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지난 3월 전 세계 언론이 앞 다투어 보도한 독일 교회의 한 사건은 교회가 과연 세속화된 세상을 아름답게 채울 수 있는 ‘복음의 향기’를 지니고 있는지 묻게 한다. 작년 10월부터 수백억 원 대의 호화로운 주교관 신축과 사치스러운 생활, 진실 은폐를 위한 거짓 증언, 중세시대 영주처럼 군림하며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으로 비판을 받아온 독일 림부르크 교구장 프란츠-피터 테바르츠-판 엘스트(Franz-Peter Tebartz-van Elst) 주교가 교종 프란치스코가 그의 사임을 수락하는 형태를 띠었지만 결국 주교직에서 파면된 것이다. 이 사건은 몇 해 전부터 독일에서도 공개적으로 문제가 되어온 성직자들의 아동 성추행 문제와 이에 대한 독일 교회의 참회와 사죄가 결여된 미온적 대응에 이어 독일 신자들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큰 충격과 실망, 냉소와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제도’ 교회에 대한 불신과 신앙의 상실을 가속화시켰다.

이 사건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권력이나 인간적인 영예를 얻으려는 생활 방식에 빠진”(「복음의 기쁨」, 80항), “자기 안위만을 신경쓰며 폐쇄적이며 건강하지 못한 교회”(49항)의 모습을 드러내는 표징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 교회는, 교종 프란치스코가 “신앙심의 외양 뒤에, 심지어 교회에 대한 사랑의 겉모습 뒤에 숨어서 주님의 영광이 아니라 인간적인 영광과 개인의 안녕을 추구하는…영적인 세속성이 교회 안에 스며들면 단순히 도덕적인 다른 세속성보다 더 엄청난 재앙이 될 것”(93항)이라고 하신 말씀을 되새기면서 “용기를 갖고 복음의 빛이 필요한 모든 ‘변방’으로 가라는 부르심”(20항)에 따라 교회 쇄신의 여정을 떠나야 할 때를 맞고 있다.


‘더는 미룰 수 없는 교회 쇄신’, 독일 교회의 새로운 출발과 풀뿌리공동체를 향한 길


독일 교회는 국제 전교기구 미시오(Missio-Aachen과 Missio-Munich)를 비롯해 해외 원조기관인 미제레오르(Misereor), 아르베니아트(Arveniat), 카리타스(Caritas) 등을 통해 제3세계 국가와 지역 교회에 대한 구호 활동과 개발 사업, 정의, 평화, 생명 활동, 교육과 사목 프로젝트 지원 등 다양한 영역에서 막대한 재정적 후원을 오랫동안 전개해왔다. 이러한 지속적인 후원 활동은 독일 교회가 오늘날 제3세계 지역 교회들과 긴밀한 연대와 협력을 이루고 세계 교회 차원의 사목적 교류를 선도할 수 있게 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독일 미시오 교육 ·양성부서의 책임자 시몬느 라펠 박사는 독일 교회가 이러한 상호 교류를 통해 더 이상 ‘전해주고 가르치는 교회’가 아니라 ‘받아들이고 배우는 교회’로서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지역 교회들과 긴밀한 연대와 협력을 이루고 세계 교회 차원의 사목적 교류를 선도할 수 있게 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이러한 토대를 바탕으로 작년에 독일 미시오는 아르베니아트, 튀빙겐 대학 신학부와 공동 주최로 지난 50년 동안 교회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과 가르침을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지 살펴보는 세계 심포지엄을 개최하였다.(2013년 1월 17일-20일, 독일 튀빙겐) 그들이 선택한 주제는 “오늘날 세상은? 소공동체(기초그리스도인공동체) 안에서 교회의 여정”이었다. 독일 교회는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소공동체 책임자들을 한 자리에 초대하여 소공동체에 대한 각 대륙과 지역 교회의 경험과 성찰을 나누는 장을 마련하고 그들이 2000년부터 독일에서 본격적으로 추진해온 소공동체 활성화 과정을 되돌아보며 ‘교회가 되는 새로운 길(a new way of being Church)’을 모색해보고자 하였다.

독일 교회는 왜, 어떻게 풀뿌리공동체인 소공동체를 시작하고 추진하게 되었을까? 독일 교회가 처한 어려움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교회 당국자들은 본당 통폐합과 같은 교회 구조 개편을 시도했지만 사목적 책임과 영성적 쇄신이 수반되지 못하였다. 따라서 독일 교회는 여전히 중앙집권적, 성직자중심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대부분의 평신도들은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대상’으로만 머물러 있다. 이러한 형식적이고 단편적인 접근 방식으로는 독일 교회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자각과 우려가 커져갔다. 이런 와중에 독일 미시오는 여러 해 동안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온 아시아 교회의 ‘교회가 되는 새로운 길’, 소공동체를 통한 친교 공동체의 비전과 방법을 2000년부터 독일 교회에 소개하고 많은 교구의 소공동체 활성화 노력을 지원해왔다.

독일 교회 소공동체 전국팀의 책임자인 디에터 트웨스(Dieter Tewes) 박사는 지금까지 지난 15년 동안 여러 교구에서 “아시아 지역 교회의 소공동체에 대한 사목 비전과 경험을 배우면서 소공동체를 더욱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독일의 현실에 적합한 모델과 방법을 찾기 위해 애써왔다.”고 평가했다. 독일 미시오는 아시아 여러 나라의 소공동체 전문가들을 독일에 초대하여 소공동체와 복음 나누기, 비지배적인 지도력 등에 대한 다양한 워크숍과 강연회,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개최해왔다. 또한 독일 교구의 소공동체 책임자들이 인도, 필리핀, 스리랑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한국 등의 나라를 방문하여 소공동체에 대한 생생한 체험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그런데 아직까지, 독일 주교단이 해외 소공동체 탐방을 한 것은 2009년 한국 방문이 유일하다. 그 당시 독일 주교들은 제주교구 소공동체 등을 방문하고 신자들을 만나면서 깊은 감동과 영감을 받았다. 독일 주교단 대표 밤베르크 대교구장 르드빅 쉬크 대주교는 “개인적 신앙과 사회적 실천이 유기적으로 통합된 소공동체는 위기의 독일 교회를 소생시키는 씨앗이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고 귀국하여 독일 전체 주교들과 그들이 체험하고 발견한 내용을 나누는 모임을 가졌다. 그리고 독일 미시오가 주축이 되어 독일 교회 소공동체 전국팀과 지역팀을 조직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아시아와 아프리카 룸꼬 연구소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독일어로 번역하거나 개정하여 사용하고 있고 웹사이트를 개설하여 소공동체 프로그램과 자료, 정보의 공유 등을 촉진하고 있다.

현재 독일 교회 전체 27개 교구 중에서 함부르크, 힐데샤임, 오스나브뤼크 등 14개 교구에서 소공동체를 통합사목의 방법으로 본당에서 실현하기 위해 여러 해 동안 노력해왔고, 최근에 프라이부르크, 뮌스터, 림부르크 교구에서도 복음나누기를 시작하면서 소공동체를 형성하는 과정에 동참하고 있다. 독일 북부지역 교구들이 남부지역 교구들보다 먼저 소공동체를 도입하고 발전시켜왔는데 북부가 남부에 비해 가톨릭 신자 수가 훨씬 적고 세속화 경향이 더 강한 현실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독일 교회 소공동체 전국팀 관계자들은 독일 교회 소공동체가 적지 않은 결실도 맺었지만 아직도 많은 어려움과 도전이 있기에 여전히 출발 단계에 있다고 평가한다. 독일 미시오의 시몬드 라펠 박사는 “기본적으로 독일의 문화와 사고 체계가 연구와 검증을 통해 획득한 확실한 이론과 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시행해가는 데 상대적으로 오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소공동체의 구현도 독일에서의 구체적인 성공 사례를 만들어 가면서 장기적 전망을 가지고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독일 교회에서 소공동체를 시작하면서 복음나누기 7단계가 많이 강조되었지만 6단계의 ‘실천 활동’이 결여된 점, ‘소공동체’의 통합적 사목 비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소공동체를 마치 또 하나의 성경공부 그룹처럼 여기는 태도, 가정에서 복음나누기 7단계를 기초로 모임을 하면서 성경에 대한 ‘공부나 연구’가 아닌 ‘자신의 삶과 신앙을 나누는 것’에 익숙하지 않거나 주저하고 꺼리는 성향, 소공동체가 아시아나 아프리카와 같이 개발이 덜 된 나라에서나 가능한 것이 아닌가라는 일종의 오만과 무지, 편견 등을 독일 교회에서 소공동체 활성화를 가로막는 장애와 도전으로 꼽았다.

동아프리카 국가들에서 25년 동안 선교사로 일하면서 소공동체를 체험하고 독일 아우구스부르크 교구로 돌아와 교구와 본당 차원에서 소공동체를 일구기 위해 애써 온 맥스 스테터 신부는 “독일 주교들과 유럽 주교들이 아시아주교회의(FABC), 동아프리카주교회의(AMECEA) 주교들처럼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하느님 백성의 친교 공동체, 참여하는 교회의 비전을 가지고 소공동체(기초교회공동체)에 대한 공동의 사목비전과 지지를 밝히는 것이 독일 교회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하였다. 또한 스테터 신부는 자신의 본당 경험을 토대로 “소공동체는 소위 본당의 핵심 멤버들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주일 미사에만 왔다 갔다 하는 신앙생활에서 회의를 느끼며 어떤 영적인 갈망을 가지고 있는 신자들로부터 이루어져 왔다.”고 말하면서 소공동체에 대한 열정과 희망을 표명했다.

독일 교회에서 싹트기 시작한 소공동체가 오늘날 독일 교회가 걷고 있는 거친 광야의 순례 여정에서 “약속의 땅으로 가는 길을 자신의 삶으로 가리켜 주고 늘 깨어 있으면서 희망을 간직한 믿음의 사람들”(86항)이 되어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독일 교회뿐만 아니라 선교하는 제자 공동체인 우리 모두가 “새로운 생명과 진정한 복음 정신이 없다면, ‘교회 본연의 소명에 대한 충실성’이 없다면, 그 어떤 새로운 구조도 이내 쓸모없는 것”(26항)이 된다는 교종 프란치스코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풀뿌리처럼 살아가는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는 ‘복음의 기쁨’을 되찾고 더욱 키워갈 수 있기를 성령께 간청한다.

[월간빛, 2014년 10월호, 
박성대 요한(제2대리구장, 교구장 대리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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