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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 영성, 나는 평신도다29: 이 시대에 요구되는 평신도 영성 - 사랑 실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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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 영성, 나는 평신도다] (29) 이 시대에 요구되는 평신도 영성 ⑨ 사랑 실천 용서 · 존경 · 배려 · 나눔… 사랑 실천의 지름길
- ‘하느님은 사랑이시다’라고 성경은 말한다. 인간은 하느님 사랑의 본성을 갖고 태어났으며, 사랑하며 살도록 창조된 피조물이다. 서울대교구 경제인회 회원들이 쪽방촌을 찾아 전달할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가톨릭평화신문 DB.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첫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랑의 실천은 교회가 다른 이들에게 맡겨도 되는 일종의 복지활동이 아니라 교회 본질의 한 부분이며 교회의 존재 자체를 드러내는 데에 필수적인 표현입니다.”
만약 은행에 예금이 있고 지갑에 돈이 들어있고 집안 어딘가에 잔돈이 굴러다니고 있다면, 100명이 살고 있는 지구 마을에서 가장 부유한 8명 안에 드는 한 사람입니다. 혹시 집에 자가용이 있다면 전 세계 인구 100명 중 7명 안에 들어가고, 컴퓨터가 있다면 엘리트라고 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많이 가지고 있는데도 나눔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습니다.
하느님의 본성, 사랑
성경은 “하느님은 사랑이시다”(1요한 4,16)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은 하느님 사랑의 본성을 가지고 태어나 사랑하며 살도록 창조된 피조물입니다. 하느님의 본성을 닮고 태어난 인간은 그래서 하느님의 본성을 드러내고 살아야 합니다. 인간은 사랑이라는 본성 때문에 하느님과 영적인 통교를 할 수 있고, 그분의 뜻을 알아듣고 순명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요한 13,34-35)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사랑하고 살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의 본성은 이미 사랑하며 살도록 되어 있으나, 사탄이 그것을 가려 놓고 교만과 욕심이라는 죄의 본성을 들춰서 우리를 끊임없이 속물화되도록 유혹하여 파멸하게 하고 있습니다.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우리가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첫째, 다른 사람을 용서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먼저 용서해 주셨듯이 우리도 다른 사람을 용서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을 먼저 용서하지 않으면 우리 자신도 용서받지 못합니다. 용서는 사랑의 관문입니다. 남을 용서하려면 먼저 자신이 회개해야 하는 등의 아픔이 따르지만, 반드시 이 관문을 통과해야만 합니다.
둘째, 다른 사람을 존경하는 것입니다. 내가 존경받고 사랑받기를 원한다면 먼저 남을 존경하고 사랑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을 음해하고 험담한다면 자신도 똑같이 당하게 될 것입니다. 성경 말씀에도 “남을 판단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을 단죄하는 것이다”(로마 2,1 참조)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필리피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에서 바오로 사도는 “남을 자기보다 낫게 여기십시오”(필리 2,3)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남을 존경하는 삶이 바로 겸손한 삶이며, 겸손은 사랑의 반석입니다.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영적 미숙아
셋째,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과 배려를 가져 주어야 합니다. 어린아이가 사랑을 실천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남에 대한 관심과 배려의 마음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영적인 미숙아로 비유됩니다. 나이는 들었어도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들은 영적인 미숙아로 머물러 있는 상태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야만 기도를 해줄 수 있고 도와줄 수 있습니다.
넷째, 나눔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시간, 지혜, 능력, 물질 등 우리가 가진 것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어야 합니다. 나눔은 내 것을 쪼개어 주는 것이기에 아픔과 고통이 따릅니다. 사랑은 당신 몸을 쪼개어 주신 그리스도를 본받는 것입니다. 사랑은 순수해야 합니다. 사심이 없어야 합니다. 그래서 사랑은 영원한 것입니다. 이와 같은 사랑은 본래 인간이 가진 본성입니다. 이러한 본성을 되찾아 살아간다면 하느님 사랑 안에 머물게 되고 하느님의 역사가 드러날 것입니다.
석양을 바라보면 곧 밤이 온다는 것을 압니다. 할 일은 많은데 일꾼은 적고, 시간도 자꾸만 지나갑니다. 언젠가 우리가 하느님 앞에서 심판받을 때 세상에서 아름다운 사랑을 실천하다 왔노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6월 30일, 정치우(안드레아, 새천년복음화학교 교장)] 0 2,288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