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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ㅣ 봉헌생활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프란치스코 전교 봉사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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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4-17 ㅣ No.707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프란치스코 전교 봉사 수녀회 (상)


가난하고 아픈 이들 돌보며 사랑 실천

 

 

- 1982년 원주 가톨릭의원에서 진료하고 있는 창설자 하이디 브라우크만 수녀. 프란치스코 전교 봉사 수녀회 제공

 

 

프란치스코 전교 봉사 수녀회(총원장 조윤자 마누엘라 수녀)는 병들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봉사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려는 뜻으로 설립됐다.

 

설립자 하이디 브라우크만 수녀(Heide G. Brauckmann, 1943~)는 독일 베스트팔렌 출신으로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에 입회해 전교 수녀로서 활동하던 중 1966년 한국으로 파견됐다.

 

브라우크만 수녀는 성라자로마을에서 나환자와 결핵 환자를 돌보며 한국 의료 시설의 열악함을 느꼈다. 그는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에서 공부하고, 1975년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국내 의사 면허를 취득하며 강원도 삼척 성요셉 의원에서 가난하고 아픈 이들을 위해 봉사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원주교구 관할 지역에는 탄광촌이 많아 폐결핵 환자가 많았다. 초대 원주교구장 고(故) 지학순(다니엘) 주교는 교구 내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의료 혜택을 받도록 1982년 교구청에 작은 공간을 마련해 브라우크만 수녀를 초대했다. 원주 가톨릭의원(현 원주가톨릭병원)의 시작이었다. 가톨릭의원에는 강원도민뿐 아니라 외지 환자들까지 모여들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뜻을 같이하려는 자매들이 찾아와 공동생활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의료 활동 외에도 노인·장애인·어린이에 대한 복지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던 브라우크만 수녀는 지 주교가 수녀원 설립을 요청하자 1983년 9월 11일 원주 봉산동에 자매 2명과 함께 첫 수도공동체를 이루고 ‘전교 봉사 수녀회’를 창설했다. 입회를 원하는 이들이 곳곳에서 오고 수녀회 규모가 커지자 회원들의 효과적인 양성과 지도를 위해 1990년 현재 수녀회 모원이 자리한 원주 단계동 수녀원을 지었다.

 

브라우크만 수녀는 성령의 인도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으며 수녀회 회헌·회칙 마련, 교황청 인준 문제 등 수녀회의 미래를 설계했다. 그러던 중 수도 공동체의 영적 지도를 이끌어 줄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고(故) 하 멜키올 신부를 만나게 되며 성 프란치스코의 영성을 따르게 된다. 하 멜키올 신부는 수녀들이 고유한 설립 정신의 정체성 속에 살도록 영성 지도를 하며 수녀회가 초창기 뿌리를 내리는 데 큰 버팀목 역할을 했다. 수녀회는 1988년 9월 11일 ‘전교 봉사 수녀회’에서 ‘프란치스코 전교 봉사 수녀회’로 명칭을 변경하고 1993년 12월 교황청 인준을 받았다. 같은 해 사회복지법인 프란치스코사회복지회를 설립해 어려운 이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전교와 봉사를 향한 수녀회의 열의는 시간을 거듭하며 깊어졌고, 창설 13년이 되던 해부터 아프리카 잠비아, 브라질 꼰지, 인도 케랄라 등 해외 선교를 위해 수녀들을 파견하기 시작했다. 2023년은 수녀회가 창설 40주년을 맞는 해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23년 4월 16일, 염지유 기자]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프란치스코 전교 봉사 수녀회 (중)


전교·봉사의 삶으로 하느님 나라 실현

 

 

- 프란치스코 전교 봉사 수녀회 수녀들이 성시간 전례에 참여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전교 봉사 수녀회 제공

 

 

프란치스코 전교 봉사 수녀회의 최고 회칙은 ‘그리스도의 복음’이다.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는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카 4,18-19)

 

수녀들은 회헌 1조에 기록된 이 성경 말씀을 수도회 소명으로 받아들이며 주님께 자신을 온전히 봉헌한다. 아울러 성 프란치스코의 모범을 본받아 가난한 이, 병든 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모든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삶을 수도회 영성으로 삼고 있다.

 

수녀회의 명칭에 영성의 의미와 결의가 담겨 있다. 수녀회의 영성은 전교 봉사의 삶, 곧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실행하는 것이다. 봉사를 통해 전교하고, 전교 안에서 봉사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삶을 지향한다. 수도자들은 이 영성을 바탕으로 공동체 안에서 더욱 작은 자가 되며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전교와 봉사를 통해 하느님 나라를 실현한다.

 

작은 자로서 모든 이를 섬기는 수도자들은 매 순간 서원의 표징으로 목에 걸고 있는 빛의 십자가에 담긴 의미를 되새긴다. 베들레헴 하늘에서 밝게 빛나던 그리스도의 빛이 사명으로 드러나도록 기도 안에서, 전교와 봉사를 통해 서로에게 벗이 되어주는 삶을 살아간다. 특별히 창립자의 정신에 따라 매일 강원도 원주 모원과 각국 선교지에서 이어가는 성체조배는 소유 없이 정결하게 살면서 깨끗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릴 수 있는 일상생활의 중심이 된다. 물리적 거리와 시간을 초월해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수도 공동체의 중심에 모심으로써 수도자들은 서로 격려하고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충만한 삶이 되도록 서로를 이끌어 준다. 또한 깊은 회심을 통해 가난한 사람이 돼 주님만을 갈망하며 살았던 성 프란치스코를 본받으며 모든 피조물을 향한 평화와 선의 지향을 실현함으로써 생생한 공동선을 추구한다.

 

수녀회의 영성은 1995년 4월 9일 대전에서 창설된 ‘프란치스코 전교 봉사 수도회’ 형제들의 생활과 2006년에 시작된 ‘FMSS 동반자회’라는 모습으로 열매 맺고 있다. FMSS 동반자회는 수녀회와 동일한 영성으로 살기를 원하는 신자들로 구성된 재속회다. 수녀회 영문 명칭 약자인 FMSS와 수녀회 영성을 따르는 회원들의 마음을 나타내는 동반자를 합해 FMSS 동반자라 칭한다. 회원은 전국 8개 지구 100여 명의 형제자매들이며, 각자 고유한 신분에 따라 봉헌 생활의 정신과 수녀회 영성을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23년 4월 23일, 염지유 기자]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프란치스코 전교 봉사 수녀회 (하)


가장 낮은 곳에서 그리스도 사랑 실천

 

 

- 프란치스코 전교 봉사 수녀회 수녀가 페루 선교지에서 어린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프란치스코 전교 봉사 수녀회 제공

 

 

“주님을 현양함과 전교 사업에 능동적으로 협력하며 가난한 사람, 아픈 사람,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사회사업을 사랑으로 실천한다.”(회헌 1장 2조)

 

프란치스코 전교 봉사 수녀회 수도자들은 이 회헌에 따라 노인 요양원·병원·장애인 시설 등 다양한 사회복지 분야에서 사도직 활동을 펼치고 있다. 수도자들의 국내외 모든 활동은 전교와 봉사 영성의 실현이자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실행하는 일이다. 주님께서 보내신 삶의 현장에서 하느님의 영광을 드높이고, 전교 사업에 능동적으로 협력하며, 소외되고 약한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사랑의 사도직에 기쁘게 참여한다.

 

사도직의 시작은 1982년 늦가을로 거슬러 올라간다. 병들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봉사를 통해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려는 생활을 시작한 하이디 브라우크만 수녀와 자매 2명은 퇴근길에 생활고를 비관하며 목숨을 끊으려던 바오로 할아버지를 만나고 공동체 옆에 집을 구해 노인을 모셨다. 점차 주위에서 또 다른 노인들을 데려오자 1984년 원주 단계동에 ‘사랑의 집’이라는 작은 양로원을 마련해 이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된 노인복지 사도직은 더 많은 약자들에게 시선을 향하게 하며 새로운 사도직 현장으로 번져나갔다. 수녀회는 1991년에 사회복지법인을 설립해 체계적인 사회복지 사도직 활동을 시작했고, 이는 주변 본당 선교 사도직으로도 이어졌다. 수녀회는 현재 국내에서 장애인 거주시설, 노인복지시설, 어린이집과 아동 그룹홈을 운영하며 복음의 기쁨을 전하는 사명을 살아가고 있다.

 

해외에는 5개국에 파견돼 있다. 첫 해외선교 파견지는 1996년 아프리카 잠비아 무풀리라였다. 수도자들은 환자를 돌보고, 식생활 자립을 돕는 농업교육과 부녀자의 생활 자립을 위한 재봉 기술 교육을 실시했다. 잠비아 공동체에서는 초·중·고등학교, 간호대학, 농업기술학교 등의 교육 사업과 지역 보건소와 같은 의료 사도직도 하고 있다. 브라질, 페루, 인도에서도 빈민 사목과 사회복지 및 교육 사도직을 통해 어려운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과 함께 하느님을 찬미하는 삶을 살아간다.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은 238명의 프란치스코 전교 봉사 수녀회 수녀들은 이처럼 다양한 사도직을 수행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봉헌생활을 하고 있다.

 

수녀회의 역사는 가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실행하고 성 프란치스코의 정신을 따르며 전교와 봉사를 통해 형제적 공동체를 이루며 오늘에 이르렀다. 지금도 수녀들은 시대의 변화 속에 도움을 청하는 이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필요를 살피며 희망을 현실화하는 다양한 사도직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증거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23년 4월 30일, 염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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