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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손길: 꿈나무마을 연두꿈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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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손길] 꿈나무마을 연두꿈터 우리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관심의 힘을 믿습니다
이렇게 너를 보내게 되어 정말 미안해. 엄마가 너를 건강하게 낳은 건지도 모르겠구나. 너의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은 큰 슬픔이겠지. <중략> 미안해. 아가야, 꼭 찾으러 갈게. 꼭 찾을게. 아가야….
벚꽃이 흐드러지던 2022년 봄날, 수연(가명, 9개월)이는 그렇게 엄마와 이별했습니다. 옷섶에 남겨진 편지에는 이름과 생년월일, 예방접종 이력과 아기에게 남기는 글이 쓰여 있었습니다. 수연이는 하얀 배냇저고리를 입고, 하얀 속싸개에 덮여 연두꿈터에 왔습니다. 동그란 얼굴에 머리숱이 까만 수연이는 며칠 뒤 배꼽이 떨어졌습니다. 아기들은 잘 먹고, 잘 자면 그만이라던 옛 어른들 말씀과 같이 수연이는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계절이 세 번 바뀌는 동안 수연이가 생활하는 방에는 배꼽 붙은 친구들이 여럿 들어왔고, 함께 뒹굴고, 기어다니며 걸음마를 배우고 있습니다. 그렇게 연두꿈터의 아이들은 느리지만 건강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연두꿈터는 2014년 12월, 베이비박스에 유기된 영아들과 어른에게 학대, 방임된 영유아를 돌보기 위해 설립되었고, 현재 예수회에서 설립한 (재)기쁨나눔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갓난아기부터 유치원 다니는 꼬맹이까지 40명 가까운 아이들을 돌보다 보니 아이들 키우는 집이 다 그렇듯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습니다. 아침이면 잠꾸러기들 깨워 씻기고, 밥 먹여 유치원을 보내느라 난리 통입니다. 틈틈이 간식도 챙겨 먹이고, 잔병치레하는 녀석들도 적지 않아 병원 문턱이 닳습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다른 집 친구들처럼 피아노며 태권도, 미술학원도 다니고 싶어 하고, 겨우 배밀이를 시작하는 꼬물이들도 신체 및 두뇌 발달을 위한 오감 자극 교육이 필요하지만, 보조금과 후원금만으로 40명이 넘는 대가족의 살림과 교육을 충당하다 보니 빠듯한 살림살이가 쉽지마는 않습니다.
입양을 준비하는 아기들은 좋은 양부모를 소개받으면 여러 차례 만나 서서히 정을 들인 후에 새 가족의 품으로 가게 됩니다. 원가정이 있는 아이들은 가족에게 다시 돌아갈 때까지 안전하게 보호합니다. 모든 아이들이 원가정으로 돌아가거나 새로운 가족을 만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만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연두꿈터 가족들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낡고 열악한 환경에서 사랑만으로 아이들의 삶을 채우기는 매우 부족합니다. 40년 넘은 오래된 학교 건물을 수리하며 사는 터라 벽체는 단열에 취약하고, 보일러는 자주 속을 썩입니다. 놀이 공간의 조형물과 쿠션 벽은 10년이 다 돼 가니 유행은 제쳐두고 내장재가 드러납니다. 혹여 개구쟁이들이 그 낡고 헤진 곳에서 뛰어놀다 다치기라도 할까 마음을 졸여야 합니다. 입양을 준비하는 아기와 예비 양부모님이 만날만한 장소가 없어 사방이 뚫린 공용 공간에서 만나야 하는 것도 안타까운데 그 옆을 지나며 물끄러미 바라보는 다른 녀석들의 표정도 가슴에 박힙니다. 남들과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지만, 연두의 아이들이 남들과 같은 꿈을 꾸며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 후원 계좌 : 우리은행 1005-004-429455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2023년 5월 6일~6월 2일까지 위의 계좌로 후원해 주시는 후원금은 ‘꿈나무마을 연두꿈터’를 위해 씁니다.
[2023년 5월 7일(가해) 부활 제5주일(생명 주일) 서울주보 4면] 0 557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