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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학교를 찾아서39: 제주 신성여자중·고등학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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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학교를 찾아서] (39) 제주 신성여자중·고등학교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교사·학생 함께 만들어 가는 ‘행복학교’
제주 여성들에게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던 시절인 1909년, 파리 외방 전교회 마르셀 라크루 신부가 제주 최초로 여성 교육기관을 설립했다. 제주교구 학교법인 신성학원(이사장 문창우 비오 주교)의 전신인 ‘신성여학교’다. 신성여학교는 일제에 의해 강제 휴교되는 아픈 역사를 겪었지만 1회 졸업생 최정숙(베아트리체) 선생이 1949년 초대 교장이 되면서 학교 재건에 앞장서고, 제주 땅에 여성 교육의 씨앗을 뿌리기 시작했다. 신성이라는 이름처럼 세상을 밝히는 샛별이 될 여성 인재를 양성해온 신성여자중학교(교장 송건중 베드로)와 신성여자고등학교(교장 좌성식 요한 보스코)를 찾았다.
- 신성여자중·고등학교 전경. 신성여자고등학교 제공
학생을 복음화의 삶으로 초대
하느님을 공경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경천애인’(敬天愛人). 신성학원은 경천애인의 이상을 품은 전인적 인재를 육성한다는 이념으로 114년 역사를 이어왔다. 학교는 이 같은 교육 이념으로 학생들이 이웃을 위한 봉사와 나눔, 정의와 평화 실현, 생태 영성과 환경 보전 의식 등을 고취하는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도록 이끌고 있다.
신성여고는 비교과활동으로 제주 4·3 사건을 연구하는 평화동아리, 이주민봉사동아리, 농사동아리, 기후행동실천학교 등을 운영하며 학생들이 글자 너머 세상을 이해하고, 다양한 사회·환경 문제에 눈뜨도록 한다. 학생들은 매해 국제자원봉사활동을 진행하고, 봉사를 위해 방문하는 나라의 지원금 마련을 위해 다양한 모금 캠페인을 주체적으로 펼친다. 문제집 바자와 신성마켓을 열고, 수익금은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하면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으로 자라나고 있다.
신성여중은 제주도 내에서 ‘환경’을 교과목으로 편성한 유일한 학교다. 자연을 소중히 여기고 보전하는 마음을 일깨우기 위해 내실 있는 환경 교육을 실시하고,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을 토대로 생태 영성을 키워가게 하려는 뜻이다. 샛별봉사단과 생명살림동아리반은 학교 옥상정원에 텃밭을 가꾸고 수확물을 장애인 생활시설인 제주 가롤로의 집에 전달하는 나눔 활동도 한다.
그리스도교 정신 구현하는 교내 활동
신성여중·고 학생들은 학생 미사와 성모의 밤 등 다양한 종교 행사를 직접 준비하고 참여하며 가톨릭 문화에 스며든다. 성모의 밤은 학생 한 명 한 명이 초를 들고 의미 깊은 형상을 연출하는 시간으로 이뤄져 학생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신성여고는 월요일 아침마다 ‘행복한 신성인들의 Pray time(기도 시간)’을 갖는다. 학생들이 기도 지향을 적어 기도함에 넣으면 담당 수녀와 학생들이 묵주기도를 봉헌하는 시간으로, 신앙에 의탁하는 마음을 길러준다.
학생들에게 가장 호응이 높은 행사는 매년 진행하는 용서와 감사의 날 ‘애플 데이’. 이날 전교생은 평소 미안한 감정이 있는 친구에게 편지와 함께 사과를 건네면서 용서를 구하고 용서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신성여고 2학년 김가연(안젤라) 종교부장은 “학교 안에서 신자가 아닌 친구들에게 부담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가톨릭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서 참 좋다”고 말했다. 신성여중은 금요일마다 ‘경천애인’이라는 묵상조회 시간 안에서 성경 말씀이나 좋은 글귀로 학생들이 인성 변화를 이루고 사랑과 봉사의 삶을 성찰하도록 이끈다.
두 학교 학생들은 ‘솔리언 또래상담’ 프로그램으로 친구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돌보는 마음을 길러가고 있다. 상담자로 참여하는 신성여중 3학년 조이준(라사르) 학생부회장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친구를 지지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함께 성장하는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공부보다 중요한 ‘행복한 마음’
신성여고에 가면 학생들이 운동장 군데군데 돗자리를 깔고 누워 게임을 하고, 정원의 흔들의자와 빈백 소파에서 편히 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친구들과 즐길 수 있는 포토부스도 눈길을 끈다.
제주도 내에서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신성여고는 각 지역의 쟁쟁한 학생들이 한데 모여 있다. 신성여고 김승언(요한 보스코) 교감은 “늘 선두를 달리던 학생들이 이곳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고, 입시 스트레스를 덜 수 있도록 모든 교사들이 사랑으로 학생들의 마음을 돌본다”며 “학생들은 상상 이상으로 학업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학업의 압박감에서 잠시라도 해방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꾸준히 많이 만들려 한다”고 설명했다.
편안하고 자유로운 학습 분위기를 조성해 주기 위해 자율학습실을 빽빽한 독서실 책상으로 채우기보다 스터디카페처럼 밝고 개방적으로 꾸몄다. 교정 곳곳에 마련된 야외테이블과 복도 1인 책상 등 원하는 곳에서 자율적으로 공부하는 학생들도 볼 수 있다. 즐거운 학교생활을 위해 40여 개 동아리와 스포츠클럽을 활성화시켜 학생들이 몸과 마음의 건강을 튼튼하게 챙길 수 있게 한다.
2학년 문서진 학생회장은 “다른 학교 학생들이 우리 학교의 시설에 놀라고 간다”며 “늘 저희를 위해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 주려 하시는 선생님들의 배려를 느끼다 보니 선생님들과 유대 관계가 깊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행복한 마음은 모든 학생의 것이어야 한다. 두 학교는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들을 위해 Wee클래스를 운영한다. 상담 교사와 교목 사제가 학생들을 수시로 상담하며 마음을 돌보고, 학교 적응력을 향상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연다.
학교에 부는 시노달리타스 바람
학생의 행복을 위한 노력은 신성여중 안에서도 펼쳐지고 있다. 신성여중은 교회의 시노드 정신을 학교 안에서도 실현하겠다는 뜻으로 올해부터 교육 방침을 ‘경천애인을 바탕으로 소통과 존중으로 다(多) 행복한 학교’로 정했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학생들은 교사들과 함께 다음해 교육 과정 계획을 세우는 교육계획 주간에 참여하고 있다. 학생들이 교사에게 자신들이 원하는 교육 활동과 행사를 제안하고 교사와 한자리에서 의견을 공유하며 함께 결정한다. 문영미(헬레나) 교감은 “이 과정이 학생들의 창의성과 의견을 존중하는 문화로 자리잡고, 학교 안에서 더 열린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신성여중 학생들은 흥미와 취미, 적성에 따라 자발적으로 편성하는 학생자율동아리도 꾸리고 있다. 학생들이 먼저 주체적으로 나서서 뜻을 모으고 지도교사를 찾아 다양한 동아리를 만들며 창의 활동을 시도한다. 교사들도 교직원 회의 때마다 신자 비신자 구분 없이 모두 성경 말씀 나누기를 실천하고 교사와 교사, 학생과 교사 사이 존중과 더 좋은 소통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한다. 송건중 교장은 “학교 공동체 안에서 열린 대화, 경청, 같은 마음으로 동행하며 학생들이 꿈과 열정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고 싶다”면서 “지식보다는 사람됨을 중시하는 교육으로 학생들이 지역과 사회를 밝힐 샛별로 자라도록 돕고 싶다”고 강조했다.
- 활기찬 교실 분위기를 자랑하는 신성여자중학교 학생들. - 운동장에서 자유롭게 사진을 찍고 있는 신성여자고등학교 학생들. - 신성여중 학생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샛별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다. - 신성여고 학생들이 수업에 즐겁게 참여하고 있다. - 신성여중 수학동아리 학생들이 수학구조물을 만들고 있다. - 신성여고 학생이 복도에 마련된 학습공간에서 공부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23년 10월 15일, 염지유 기자] 0 73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