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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극ㅣ영화ㅣ예술

영화칼럼: 영화 종착역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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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12-13 ㅣ No.106

[영화칼럼] 영화 ‘종착역’ - 2021년 감독 권민표, 서한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s ain’t over till it’s over)

 

 

이란을 대표하는 거장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영화는 영화 상영이 끝났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는 말로 자신의 작품들을 대변해 주었습니다. 한편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즈 팀의 전설적인 야구 선수 요기 베라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s ain’t over till it’s over)”라는 문장을 통해 구기 종목 중에서 드물게 시간제한이 없는 야구가 지닌 매력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끝’이라는 단어가 품은 ‘종(終)’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드는,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지는 끝에 대한 희망을 품곤 합니다. 그리고 이 희망에 권민표, 서한솔 감독이 함께 연출한 영화 <종착역>도 동참하고자 합니다.

 

영화는 중학생으로서 첫 방학을 앞둔 시연(설시연 분), 소정(박소정 분), 연우(배연우 분), 송희(한송희 분)의 모습을 비추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새로 전학 온 시연은 학교의 사진 동아리에 가입하고, 여기서 만난 소정, 연우, 송희와 친구가 됩니다. 여름방학을 맞은 네 소녀는 동아리 선생님께서 주신 ‘세상의 끝’을 찍어오라는 방학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세상의 끝을 어디로 설정할지 고민하다가 지하철 1호선의 종착역인 신창역으로 가서 사진을 찍기로 결정합니다. 그렇게 물리적 공간의 끝에 도달하기 위한 소녀들의 여정이 영화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지점이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신창역에 도착한 네 소녀는 의구심에 빠집니다. 종착역인데도 신창역에 놓인 선로는 계속 이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신창역이 1호선의 종착역임과 동시에 전북까지 가는 장항선이 이어진 곳이라는 사실을 네 소녀는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역무원에게 문의해 본 결과 끊어진 선로를 보기 위해서는 옛 신창역으로 가야 한다는 정보를 얻게 되고, 이들은 폐허로 남은 옛 신창역을 향해 길을 나섭니다.

 

세상의 끝을 사진으로 온전히 담아내고자 하는 네 소녀의 의지는, 자신들이 의식하는 세상의 경계를 더 넓혀가는 과정이 되어줍니다. 예컨대 극 중 소정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잃어버리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왔던 길을 함께 되돌아가 주는 친구들의 모습, 고단한 여정 중에 길고양이에게 먹이와 물을 줄 여유를 보이는 모습, 시간이 늦어져 마을 경로당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결정하는 모습, 각자의 조부모를 향한 추억을 공유하며 언젠가 자신들이 맞게 될 노년을 상상하는 모습 등을 통해서 영화는 네 소녀가 세상의 끝을 찾아 나선 여정의 폭을 더욱 넓혀준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말처럼, 영화 <종착역>은 명확한 답을 내리지 않고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관객은 네 소녀가 다음날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께 혼이 났는지, 방학 숙제를 선생님에게 제대로 제출했는지에 대해서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이 중요한 사안이 아님을 영화 속 네 소녀가 어느 여름날에 선보인 여정을 통해서 알려줍니다.

 

영화 속 네 소녀가 보인 세상의 끝을 향한 여정은, 한 해의 종착점에 다다르며 아쉬워하기 바쁜 우리의 마음을 다독여 줍니다. 더불어 우리가 해마다 맞는 한 해의 마무리를 비롯한 여러 종착의 순간들과 지점들이, 마지막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자 우리네 삶의 실존적인 경계가 어제보다 더 확장되는 시점임을 일깨워 줍니다.

 

* 유튜브 채널 <가톨릭튜브>에서 비하인드 영화칼럼을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2023년 12월 10일(나해) 대림 제2주일(인권 주일, 사회 교리 주간) 서울주보 7면, 구본석 사도요한 신부(행당동성당 부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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