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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칼럼: 도서 팔레스타인 비극사, 팔레스타인 100년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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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4-01-16 ㅣ No.109

[도서칼럼] 도서 ‘팔레스타인 비극사’, ‘팔레스타인 100년 전쟁’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평화를 위하여

 

 

신앙생활은 ‘지금’, ‘여기에서’ 신앙 전통을 실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기에 20세기 개신교 신학자 칼 바르트가 표현한 것처럼, 신앙인은 “한 손에는 성경, 다른 손에는 신문”을 읽고 사는 사람입니다.

 

세계는 몇 달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을 공분하며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국인 대부분에게는 거리가 먼 전쟁입니다. 그래서 혹자는 종교적 차이, 혹자는 하마스 테러가 이번 전쟁의 원인이라고 여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갈등의 역사 대부분이 그러하듯, 이 전쟁 이면에도 파열된 과거가 누적되어 있고 강대국의 식민주의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인식의 지평 확장에 도움이 될 책으로 일란 파페의 《팔레스타인 비극사: 1948, 이스라엘의 탄생과 종족 청소》와 라시드 할리디의 《팔레스타인 100년 전쟁: 정착민 식민주의와 저항의 역사, 1917-2017》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파페는 이스라엘 역사학자인데 이스라엘 건국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종족 청소’에 기반했음을 주장합니다. 종족 청소는 다종족 상황의 특정 지역에서 인구를 균일화하기 위해 특정 종족을 강제로 쫓아내는 것인데, 파페는 이를 통해 이스라엘 건국 과정을 해석합니다. 사막을 옥토로 만들었다는 이스라엘의 서사가 실상 무자비한 폭력을 은폐하고 있음을 고발하는 것입니다. 건국 과정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영토 확장 과정과 현재 가자지구에서의 학살을 보면 종족 청소란 말이 무색하지 않게 보입니다. 한편 할리디는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으로 청소년기를 한국에서도 지낸 역사학자입니다. 그는 시온주의가 디아스포라와 유다인 학살(홀로코스트)이라는 ‘핍박받는 민족’의 서사를 내걸고 종교적 명분이나 역사적 근거를 내세우지만, 분쟁의 본질은 유럽에서 이주해 온 유다인 정착민에 의한 식민주의라고 지적합니다. 특히 이 책은 서구 영화나 미디어, 학계에 의해 굴절되어 재현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목소리와 행동을 담고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두 저자는 어떤 미래를 꿈꾸는 것일까요? 두 책의 지향점은 모두 두 민족의 공존입니다. 파페는 이스라엘 폭력의 역사를 직시하는 데서, 할리디는 강대국이 삭제해 온 팔레스타인의 소리를 복원하는 데서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든 팔레스타인이든 다른 쪽의 생존을 부정하며 폭력에 의지하는 세력은 21세기 국제사회가 도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용납할 수 없습니다. 양쪽 모두 ‘안보’를 빌미로 증오에 기생하는 강경파를 물리치고 선의를 모아 공존을 도모할 때입니다. 국제사회는 공존을 위해서 팔레스타인의 동등한 인정, 이스라엘의 불법 점령과 불법 정착촌 건설의 종식을 요구해 왔습니다. 그래야 ‘두 국가’ 해법이든 남아공식의 ‘진실과 화해’의 해법이든 도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먼 나라의 전쟁이지만 식민지 역사나 강대국의 횡포라는 측면에서 한국인에게 먼 이야기만은 아닌 현실을 보며 평화를 위해 기도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가까이 이르시어 그 도성을 보고 우시며 말씀하셨다. ‘오늘 너도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더라면…!’”(루카 19,41-42)

 

[2024년 1월 14일(나해) 연중 제2주일 서울주보 7면, 김우선 데니스 신부(예수회, 서강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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