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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일] 봉헌 1700주년 맞은 라테라노 대성당, 축일 기리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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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4-11-06 ㅣ No.2549

봉헌 1700주년 맞은 라테라노 대성당, 축일 기리는 이유는?


모든 그리스도 공동체가 로마 모교회 중심으로 일치 이루는 의미

 

 

11월 9일은 로마의 4대 대성당 중 하나인 라테라노 대성당의 봉헌을 기념하는 축일이다. 특히 올해는 봉헌 1700주년을 맞이한다. 사람이 아닌 건물의 축일은 흔치 않다. 왜 잘 알려진 성 베드로 대성당도 아닌, 라테라노 대성당이 봉헌된 것을 기리는 축일이 생겼을까? 그 이유와 역사, 라테라노 대성당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 올해 봉헌 1700주년을 맞은 라테라노 대성당 정면. 출처 위키미디어

 

 

라테라노 대성당 봉헌 1700주년

 

라테라노 대성당 중앙 입구에는 ‘전 세계와 로마의 모든 교회의 어머니요 머리’라는 라틴어가 새겨져 있다. 라테라노 대성당은 로마교구의 주교좌성당으로 로마에 있는 성당 중 가장 오래됐으며, 전 세계 교회의 모(母)교회이다. 새 교황이 선출됐을 때 취임식을 한 교황은 규정된 예식에 따라 라테라노 대성다에서 로마교구장에 착좌한다.

 

성 실베스테르 1세 교황(재위 314~335)은 콘스탄티누스 대제(약 272~337)가 교황청에 313년 선사한 라테라노 궁전 옆에 라테라노 대성당을 건축했고 324년 봉헌식을 거행했다. 올해는 성전 봉헌 1700주년이다. 10세기 세르지오 3세 교황(재위 904~911)은 대성당을 성 요한 세례자에게 다시 봉헌했고 12세기 루치오 2세 교황(재위 1144~1145)은 다시 이 대성당을 성 요한 사도에게 봉헌했다.

 

1309년 교황청이 프랑스 아비뇽으로 옮겨 가기 전까지 약 1000년간 라테라노 궁전은 교황의 거처였다. 1377년 로마로 돌아온 교황은 두 번의 화재로 황폐해진 이곳을 떠나 바티칸으로 거처를 옮겼다.

 

라테라노 대성당 봉헌 축일은 12세기에 도입돼 처음에는 로마에서만 기념됐다. 그 후 베네딕토 13세 교황(1724~1730)은 1726년 보편 교회에서 축일을 기리도록 했다.

 

중세 시대 교황의 권위를 강화하고 교회의 부패, 세속 권력과의 갈등 심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의회도 라테라노 대성당에서 열렸다. 라테라노 공의회라고 불리는 5차례의 공의회는 1123년, 1139년, 1179년, 1215년, 1512~1517년에 개최됐다.

 

1929년에는 바티칸시국의 영토와 지위를 확립한 라테라노 조약이 바티칸시국 바깥에 있는 라테라노 궁전에서 교황청과 이탈리아 정부 사이에 체결됐다.

 

- 라테라노 대성당 중앙 입구에는 ‘도시와 세계 모든 교회의 어머니이자 머리’라는 라틴어가 새겨져 있다. 출처 위키미디어



왜 성당 축일을 기릴까?

 

우리의 마음과 영혼은 성령이 거처하시는 하느님의 성전이다. 성경에도 이에 대한 구절이 등장한다.

 

“주님께 나아가십시오. 그분은 살아 있는 돌이십니다. 사람들에게는 버림을 받았지만 하느님께는 선택된 값진 돌이십니다. 여러분도 살아 있는 돌로서 영적 집을 짓는 데에 쓰이도록 하십시오.”(1베드 2,4-5)

 

“여러분은 사도들과 예언자들의 기초 위에 세워진 건물이고,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바로 모퉁잇돌이십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전체가 잘 결합된 이 건물이 주님 안에서 거룩한 성전으로 자라납니다. 여러분도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거처로 함께 지어지고 있습니다.”(에페 2,20-22)

 

우리 모두는 성전이므로 모든 교회의 모교회인 라테라노 대성당은 사람들의 영적인 고향이다. 돌로 만들어진 성당 또한 살아있는 교회, 곧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상징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3년 11월 8일 수요 일반알현 교리 교육 말미에 “라테라노 대성당 봉헌 축일은 바로 주님을 섬기는 살아 있는 돌이 되고자 하는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날”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라테라노 대성당은 일반 성당과는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바로 종교의 자유이다. 313년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밀라노칙령을 통해 그리스도교를 공인한 뒤에야 그리스도교인들은 박해의 두려움 없이 교회에 모여 하느님을 찬양할 수 있었다. 서유럽에 처음 생긴 대성당으로, 인정받은 그리스도인들의 기쁨과 순교자들의 용기를 함축한다.

 

 

- 로마교구 주교좌 성당인 라테라노 대성당의 주교좌.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2015년 12월 13일 자비의 희년을 맞이해 라테라노 대성전 ‘성문’을 열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CNS 자료사진

 

 

라테라노 대성당 이모저모

 

라테라노 대성당은 바실리카 양식으로 지어진 최초의 성당이다. 중앙에 있는 문은 포로 로마노에 있던 고대 로마 원로원 건물의 문을 옮겨온 것으로 1세기경 제작돼 현재 로마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오른쪽의 문은 성년에만 열리는 ‘성문’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12월 13일 자비의 희년을 기념하여 개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5년 정기 희년 선포 칙서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에서 “12월 29일에는, 올해 11월 9일에 성당 봉헌 1700주년을 맞는 성 요한 라테라노 로마 주교좌 대성당의 성문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1369년경 만들어진 제대 위 발다키노는 4개의 대리석 기둥 위에 올려져 있고 그림으로 장식된 고딕 양식의 구조물이다. 발다키노의 윗부분에는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의 흉상이 있는데, 전통에 의하면 이 흉상 안에 두 성인의 두개골 또는 두개골의 일부가 있다고 전해진다.

 

라테라노 궁전에는 예수님이 수난 중 본시오 빌라도 총독(재위 26~36)에게 나아갈 때 밟았던 계단이라고 알려진 ‘거룩한 계단’이 1000년 이상 보존돼 있었다.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어머니인 성 헬레나(약 250~329)가 예루살렘에서 가져온 이 계단은 1589년 라테라노 대성당 맞은편에 있는 부속 성당이자 교황의 개인 기도실로 이용돼 온 성 계단 성당으로 옮겨졌다.

 

 

- 라테라노 대성당의 발다키노와 제대.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가톨릭신문, 2024년 11월 3일, 박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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