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극ㅣ영화ㅣ예술
도서칼럼: 희망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이름입니다 |
---|
[도서칼럼] ‘희망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이름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자서전 《희망》의 원제목은 ‘희망하라’는 의미의 라틴어 ‘Spera’입니다. 교황님이 당신의 전 생애를 통해 일깨우시고자 했던 희망은 ‘어떻게든 괜찮아지겠지.’라는 식의 ‘낙관주의’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교황님께서 말씀하셨던 희망은 괜찮지 않다고 드러나는 것들도 재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현실의 무게를 받아들이고 희망적이지 못한 상황을 버티고 견디면서, 가능하다면 다른 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황님은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마냥 다소곳이 희망을 이야기하시지 않습니다. 교황님은 희망을 사치처럼 여기거나 공허한 메아리로 치부해 버리는 우리 시대를 향해 “지금 당장 희망하라!”고 명령하듯 외치셨습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희망을 품기 어려운 시기에 독일 사회가 교회를 최후의 보루로 여긴 모습은 자서전 《희망》에 담긴 “희망하라.”는 교황님의 제언과 맞물려 작금의 교회가 가슴 깊이 새겨야 할 하나의 징표처럼 다가옵니다.
안미옥 시인은 희망을 ‘모서리가 깨진 서랍장을 이사 때마다 버리지 못하고 끌고 가는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세상이 낡고 부질없다 치부해 버린 ‘희망’을 끝까지 품으며 포기하지 않고 끌고 온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노고를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2025년 5월 11일(다해) 부활 제4주일(성소 주일) 서울주보 7면, 구본석 사도요한 신부(국내수학)] 0 3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