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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인간 11: 하느님을 닮은 모습으로 창조된 인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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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인간 11] 하느님을 닮은 모습으로 창조된 인간
인공지능의 발전이 가져다주는 궁극적 두려움은 결국 인간보다 뛰어난 지적 능력을 지닌 인공지능의 등장과 더불어 그것이 인간을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와 같은 일반인공지능이 등장하기까지 어떠한 발전 과정을 거치게 될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적어도 현재의 모습을 보면 인간이 만든 수많은 자료를 학습하여 인간이 원하는 답을 찾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어떤 자료들을 만들고, 인간이 스스로를 무엇이라 규정하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현대의 과학적 사고는 실험 가능하고 검증 가능한 것들 외에는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하곤 합니다. 그리스도교 인간학은 영혼과 육신이 결합된 존재, 육체적이면서도 영적인 존재, 자연적이면서도 초자연적인 존재로 인간을 바라보지만, 과학적 입장은 인간의 중요한 한 측면인 영적이며 초자연적인 영혼의 측면을 부정합니다. 그러나 인간이 그저 육체적이기만 한 존재라면, 그저 자연적 물질이기만 한 존재라면, 미래의 발전된 과학은 인간의 모든 것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인공지능은 단순히 인간의 지적 능력만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노화되고 죽음에 이르기 마련인 육체 전체를 바꾼 포스트휴먼을 만들어 내는 것을 목표로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인간 수준의 지능에 이른다고 해서 그것을 인간과 동일시하지 않듯, 이러한 방식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인간을 진정한 인간이라 하긴 어려울 겁니다. 앙리 드 뤼박 추기경의 말대로 “하느님 없는 인간은 비인간화” 됩니다.
인간은 하느님을 닮은 모습으로 창조되었기에 모든 사람은 자신 안에 하느님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모상성, 영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부정하는 과학적 입장은 “지상에서 그 자체를 위하여 하느님께서 바라신 유일한 피조물” 이 인간이라는 사실도 부정하게 되며 결국 다른 피조물들과 구별되는 인간의 본성을 무시합니다. 하느님의 모습을 간직하여 하느님께 다가가고 결합할 수 있는 존재로서, 영원한 행복을 향하여 나아가도록 창조된 것이 바로 인간입니다. 장 다니엘루 추기경은 이러한 인간의 존재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우리는 여러 차원의 삶을 살아가는 복합적인 존재입니다. 동물적이고 생물학적인 차원, 지적이고 인간적인 차원, 그리고 하느님의 생명과 삼위일체의 심연에 자리한 궁극적 차원까지 말입니다.”
생물학적인 차원과 지적인 차원까지만으로 인간을 규정하는 과학적 입장의 한계를 넘어서야 합니다. 기술이 지배하는 세상은 인간마저도 실험과 연구의 대상으로 삼으며, 인간의 고유한 가치마저도 생산성과 효율성 판단 아래 다른 무언가로 대체해 버립니다. 인간의 참된 의미와 가치는 바로 하느님께서 당신을 닮은 모습으로 창조하셨다는 것이며, 삼위일체 하느님께서 이루시는 사랑의 일치를 닮아 참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나누는 인격적인 친교를 맺는 존재라는 점입니다. 오직 생존을 위해 기능하고 진화하는 이기적인 유전자들의 결합이 아니며, 사랑으로 완성된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고자 하는 하느님 자녀들이 바로 우리들입니다. 새로운 기술들의 발전 속에서 인간이 비인간화되거나 도구화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가 두려워하는 미래를 맞이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우리의 본성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닮은 존재로 창조되어 하느님 사랑의 일치로 부르심을 받은 존재입니다.
* 지금까지 「인공지능과 인간」 을 연재해 주신 안효철 디오니시오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2025년 5월 11일(다해) 부활 제4주일(성소 주일) 춘천주보 4면, 안효철 디오니시오 신부] 0 1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