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5일 (목)
(백) 부활 제4주간 목요일 내가 보내는 이를 맞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맞아들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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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환경의 날 주교회의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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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5-05-14 ㅣ No.1335

2025년 환경의 날 담화


“보라, 내가 새 일을 하려 한다”(이사 43,19)

 

 

창조주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사랑으로 창조하시고, 모든 피조물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도록 섭리하셨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무절제한 탐욕과 무관심은 지구의 생태계를 심각하게 파괴하였고, 이제 우리는 생존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보라, 내가 새 일을 하려 한다”(이사 43,19). 이러한 주님의 말씀이 오늘 우리에게는 회개와 전환의 길을 촉구하는 부르심으로 다가옵니다.

 

2015년 12월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 기후 변화 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21)에서 채택된 파리 기후 협정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제한하고, 최악의 경우라도 2℃ 이상을 넘지 않도록 전 지구적 노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탄소 배출을 45%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단계별 이행안을 제시하였습니다. 전 세계 많은 나라가 국가 온실 가스 감축 목표(NDC)를 수립하고 이를 정기적으로 국제 연합(UN)에 보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025년 3월 19일 세계 기상 기구(WM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지구 평균 기온은 1850-1900년 평균보다 1.55±0.13℃ 상승하였고, 이산화 탄소(420.0ppm), 메탄, 아산화 질소 등 주요 온실가스의 대기 중 농도는 지난 80만 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였습니다. 그 결과로 북극과 남극의 빙하 감소, 해수면 상승 가속화, 해양 산호 백화 현상, 열대성 폭풍, 가뭄, 홍수, 산불 등 극단적 기상 현상이 유례없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1970년부터 2021년까지 기상 재해로 말미암은 전 세계 사망자 수는 200만 명이고, 경제 손실은 4조 3천억 달러에 이릅니다. 세계 기상 기구의 셀레스테 사울로 사무총장은 (2024년) 1년 동안 지구 평균 기온이 1.5℃를 넘어섰다고 해서 파리 협정의 장기 기온 목표 달성에 실패하였다는 뜻은 아니지만, 기온이 0.1℃라도 오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하고, 지구 평균 기온이 조금씩이라도 더 오를수록 인류의 삶과 경제, 그리고 지구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더 커진다는 사실을 경고하였습니다.

 

이처럼 기후 위기의 경고는 분명한데, 국제 사회의 대응은 여전히 미흡합니다. 특히 미국이 2025년 새로운 행정부가 출범하고 기후 대응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일부 국가는 경제 성장 논리를 앞세워 기후 협약 이행에 소극적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문재인 정부 시절 「탄소 중립·녹색 성장 기본법」(탄소 중립법) 제정으로 역사적 진전을 보였으나 실질적인 이행력은 부족하였고, 전 정부에서는 이조차도 형식적으로 계승하거나 무력화하는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그러나 2024년 8월 29일, 대한민국 헌법 재판소는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시민의 생명권과 환경권을 침해할 수 있다.”라며 위헌 판단을 내렸습니다. 이는 아시아 최초로 국가의 기후 정책이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선언한 중대한 판결이며, 우리에게 구조적 변화의 기회를 열어 준 사건이기도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기후 위기를 이겨 내려면 단순한 기술적 해결이나 정책 변화만으로는 부족하며, 인간의 생활 양식, 기업의 책임, 정부 정책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시며(「찬미받으소서」, 56-58항 참조), ‘화석 연료의 포기’와 ‘청정 에너지로의 신속한 전환’을 촉구하셨습니다(「하느님을 찬미하여라」, 55항 참조). 국제 연합의 안토니오 구테흐스 사무총장도 “기후 재앙의 최악의 상황은 아직 피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도자들은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하였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지금 우리는 절박한 전환의 시기에 서 있습니다. 이 위기를 더 이상 환경 문제로만 여겨서는 안 됩니다. ‘생태적 회개’는 자연 보호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회 구조, 경제 정의, 문화와 정치의 새로운 길로 나아가도록 촉구합니다. 사회의 약자와 자연 모두의 희생 위에 세워진 기존 체제는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새로 출범하는 정부와 함께 탄소 중립법의 헌법적 정신을 반영한 개정, 재생 에너지 전환, 생태 교육의 강화, 정의로운 사회 경제 체제 개편을 이루어야 합니다. 시민, 기업, 정치인, 그리고 종교 공동체가 모두 책임을 나누며 행동해야 합니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교회도 이 시대의 징표를 읽고, 창조 질서 보존과 생명 보호를 위한 예언자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창세 1,10)라고 하셨던 그 창조의 기쁨이, 우리 손으로 파괴되는 일이 없도록, 피조물과 함께 하느님을 찬미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새 하늘과 새 땅을 향하여 용기 있게 나아갑시다.

 

2025년 6월 5일 환경의 날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박현동 아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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