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3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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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허영엽 신부의 나눔: 기도와 성경 말씀은 우리의 숨과 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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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5-07-02 ㅣ No.978

[허영엽 신부의 ‘나눔’] 기도와 성경 말씀은 우리의 숨과 양식

 

 

나는 영성심리상담교육원으로 보직을 옮긴 후 영성아카데미 프로그램 중 제일 먼저 ‘기도학교’를 만들었다. 매주 토요일 4주간의 프로그램인데 지금까지 8기수 100여 명이 수료했다.

 

내가 기도에 관심을 가진 것은 사제 10년 차 때, 부제품을 앞둔 신학생들을 위한 30일 피정 지도신부로 함께하면서부터이다. 처음 선배 Y신부님에게 의뢰가 왔을 때 나는 기도나 영성이 많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그럼에도 신부님은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차근차근 배우면서 하면 돼”라며 안심시켜 주셨다. 당시에는 본당 주임을 맡고 있었기에 한 달 동안 성당을 비우는 일이 걱정이었지만 결국 그해부터 약 5년간 30일 피정 지도에 참여하게 되었다. 

 

부제품을 앞둔 신학생들은 이냐시오 영성을 바탕으로 4주 동안 대 침묵 속에 하루에 4~5개의 성경 구절을 가지고 묵상한다. 지도신부 한 명이 네 명 정도의 신학생을 담당했고, 매일 오전 어제의 성경 묵상, 관상 내용을 가지고 면담했다. 그리고 저녁 식사 후에는 지도 사제단이 다시 당일 묵상에 대해 논의 한다. 나도 열심히 묵상하려 했고 그 시간이 지루할 때도 많았지만 마음의 편안함을 느끼는 시간이 되었다. 신학생들의 묵상을 들으며 많이 배웠고, 매일 저녁 지도 신부단 회의를 통해서 새롭고 중요한 깨달음을 얻는 시간이 되었다.

 

나는 30일 피정 지도를 하면서 상상력, 이미지를 이용해 기도하는 것을 주로 지도했다. 신학생들은 처음에는 낯설어하지만 자세하게 설명하고 실습에 들어가면 놀랍게 발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성경 공부와 기도도 영적인 재미와 흥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나도 함께 스토리 중심의 오감의 감성을 이용하고, 동시에 이성적인 판단을 최대한 발휘해서 묵상했다. 관상기도는 감성과 이성을 활짝 열어 기도하는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체험했다. 

 

이미지를 이용해 기도하는 방법을 알게 되어 본당에 돌아와서 구역장 하루 피정에서 같은 방법으로 묵상했다. 묵상 결과는 내가 놀랄 정도였다. 너무 묵상과 관상을 잘하셔서 그 결과를 듣는 동안 황홀할 정도였다. 그래서 그 이후 본당에서 피정할 때 성경을 갖고 이미지, 상상력을 활용하여 기도하도록 했다. 젊은이들도 이 방법을 시행하면 결과가 항상 상상 이상이었다.

 

 

상상력, 이미지를 이용해 기도하기

 

그런데 2004년 보직을 홍보 분야로 옮기면서 신자들에게 묵상, 관상 지도를 18년 동안 할 수가 없었다. 한편으로는 다른 보직으로 옮기면 이 기도학교를 꼭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현대인들은 영적 갈망이 커서 명상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때로는 자칫 엉뚱한 길로 빠져버릴 때가 있다. 그래서 성경이 중요하고 지도자가 꼭 필요하다. 성경은 묵상의 경계선을 정해주고 지도자는 올바른 길을 제시한다. 

 

상상력을 이용한다고 하면 무슨 특별한 기도 같지만 우리가 늘 드리는 묵주기도도 묵상·관상기도이다. 묵주기도를 할 때 예를 들어 “주님의 십자가 지심을 묵상합시다” 하면, 먼저 주님이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것을 묵상해야 한다. 즉 주님이 고통 속에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모습을 가능한 최선의 노력으로 상상해야 하고 입으로 성모송을 외워야 한다. 주님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 자체가 이미 기도가 된다.

 

“성경의 구절을 상상력을 이용해서 묵상해보세요” 하니까 수강생 중 어떤 분이 “신부님, 성경을 상상하고 기도는 언제 합니까?”라고 물었다. 우리들은 성경을 읽는 것 자체가 기도이고, 성경을 묵상하는 것 자체가 기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기도의 목적은 분명하다. 주님의 현존, 주님께서 내 앞에 그리고 나와 함께 계심을 영적으로 인지하고 체험하고 믿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상상은 어릴 때나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분이 있다. 상상하다 보면 잡념이나 분심이 들어 기도를 지속할 수 없다고 한다. 사실 잡념이나 분심 없이 기도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잡념이나 분심도 나의 기도와 묵상의 주제가 될 수 있다. 

 

다행히 성경은 스토리(이야기)로 되어 있어 상상력을 사용하기에 아주 좋다. 이야기는 감성과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리들은 어려서부터 할아버지나 할머니, 부모님으로부터 옛날이야기를 듣고 자란다. 이 이야기들은 대개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기에 감성적이며 재미도 있다. 이야기(스토리)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마케팅에서도 이야기가 덮이면 효과가 극대화된다. 이처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공감이다. 상상이 바로 공감하는 능력을 성장시킨다고 한다. 성경은 온통 재미있고 감동적인 스토리가 수없이 펼쳐진다.

 

 

상상력을 이용해 기도하면 신앙생활에 더 흥미 갖게 돼

 

“신경과학의 관점에서도 상상에 의한 구성은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우리가 무언가를 상상으로 머릿속에 재구성할 때마다 뇌의 왼쪽에 있는 전두엽 피질이 활성화된다. 이곳은 심리적인 스케치북의 역할을 하는 영역이다. 이 스케치북이 펼쳐지면 어떤 상황에 대한 정보가 즉각적으로 뇌에 전달되지 않고 뇌의 다른 영역, 특히 감정을 통제하는 영역의 활동이 약화 된다. 이것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힘든 감정에 빠지지 않고 잘 이겨내도록 돕는다고 한다. 상상력은 사람의 공감 능력을 증가시킨다. 공감은 건강한 인간관계를 시작하고, 이어 나가고, 심화시키는 데 있어서 가장 강력한 도구이다. 상상력과 공감은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상상력은 공감을 싹틔우는 씨앗과도 같다. 상상력을 이용해서 상대방의 입장에 서면 상황을 더욱 잘 파악할 수 있다.”(발췌: ‘유쾌함의 기술’, 앤서니 T. 디베네뎃 저, 2020)

 

우리가 매일 하는 주님의 기도 중 “하늘에 계신 아버지” 할 때 한번 상상으로 하느님의 모습을 그려보자. 점차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인간의 상상은 공허한 것이 아니라 실체를 만들어 나가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이런 사람의 능력을 이용하여 기도나 성경을 읽으면 신앙생활이 더 재미있고 흥미를 갖게 된다.

 

[성모님의 군단, 2025년 6월호,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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