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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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영성심리: 영적 성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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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5-08-27 ㅣ No.2192

[영성심리 칼럼] 영적 성장통

 

 

에릭슨이 제시하는 다섯 번째 단계(11~18세)의 주요 과제는 ‘정체감 대 역할 혼미’입니다. 이 단계는 어린 시절에서 벗어나 성인기로 넘어가는 시기입니다. 급격한 신체 변화와 함께 새로운 사회적 압력과 요구를 만나게 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게 되는 때죠. 아이들이 겪는 사춘기가 바로 그렇습니다.

 

이 단계의 아이들은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이 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처음으로 자각하고, 이전에는 묻지 않던 자기 존재에 대해 탐색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답이 쉽게 찾아지지 않기 때문에 수많은 가능성과 불분명한 역할 사이에서 고민하고 방황할 수밖에 없죠. 그리고 종종 주위 사람들(주로 부모님)과 충돌을 일으킵니다.

 

이런 충돌이 너무 심해서 어려워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이 충돌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발달심리학의 관점에서, 이 시기의 혼란과 방황, 충돌은 ‘정상적인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험 없이 지나간다면 오히려 어려움이 생길 수 있죠. 스스로 많이 억압하면서 겉으로는 매사에 순종적인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늘 반항적이거나 다른 이를 탓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제때 제대로 겪지 않으면 언제고 다시 겪어야 하고, 이 과정을 통해야 내면이 더 튼튼해지고 삶을 진심으로 마주하게 됩니다. 이 단계에서 얻게 되는 덕목은, 그래서 ‘충실함’입니다.

 

우리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났지만, 그렇다고 신앙생활의 모든 것을 다 알고 받아들이게 되지 않습니다. 신비 자체이신 하느님을 다 알 수도 없거니와 때론 하느님께 대한 의구심과 답답함을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그런 때를 겪은 적이 있으신가요? 그럴 때 어떻게 하시나요?

 

마태오복음 21장에 ‘두 아들의 비유’가 나옵니다. 포도밭에 가서 일하라는 아버지 말씀에 싫다고 대답하지만 일하러 가는 아들과, 가겠다고 대답하지만 결국 가지 않는 아들의 이야기입니다. 나는 어떤 모습에 더 가까울까요? 싫다고 대답할 수 있는 마음, 그럼에도 아버지 뜻을 따르고 싶은 마음은 어떤 정체성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자녀’라는 자기 정체감이 분명할 때 나올 수 있는 대답이 아닐까요?

 

괴롭고 고통스러운 순간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그 의미와 이유를 하느님께 끈질기게 여쭈면 어떨까요? 끝까지 찾고 매달리고 여쭐 때 하느님께서 나에게 맞는 답을 주시지 않을까요? 그럴 때 비로소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길이 보이고 그 길을 더 힘차게 걷게 될 것입니다. 영적 사춘기를 겪고 난 후, 하느님 길 위에 서 있는 나 자신이 누구인지 더 깊이 깨닫는 모습입니다.

 

‘나는 아직도 영적 사춘기를 지나지 않았구나.’ 싶으셔도 괜찮습니다. 이제부터 시작하시면 되니까요. 그 안에서 겪게 되는 방황도 혼란도 하느님과의 ‘충돌’도 모두 정상! 영적 성장통입니다.

“주님, 언제까지 마냥 저를 잊고 계시렵니까? 언제까지 당신 얼굴을 제게서 감추시렵니까?”(시편 13[12],2)

 

[2025년 8월 24일(다해) 연중 제21주일 서울주보 7면, 민범식 안토니오 신부(대신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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