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ㅣ교회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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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음악: 묵주기도를 음악으로 바치며, 비버의 로사리오 소나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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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음악] 묵주기도를 음악으로 바치며, 비버 ‘로사리오 소나타’
10월은 묵주기도 성월입니다. 묵주기도는 성모님과 함께 예수님의 생애를 바라보는 기도입니다. 묵주알을 하나씩 넘기며 환희와 고통, 영광의 신비를 되새기다 보면, 서로 다른 사건들이 결국 하나의 구원 이야기 안에서 이어져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17세기 작곡가 하인리히 이그나츠 프란츠 비버의 ‘로사리오 소나타’는 묵주기도의 신비를 음악으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열다섯 곡의 소나타가 환희와 고통, 영광의 신비에 연결되어 있으며, 당시 악보에는 각 신비를 나타내는 작은 동판화도 함께 실려 있었습니다. 음악과 그림을 통해 예수님과 성모님의 삶을 마음속에 그려 보도록 한 것입니다.
비버가 활동하던 잘츠부르크에서는 묵주기도와 성모 신심이 활발했습니다. 그가 이 작품을 헌정한 막시밀리안 간돌프 대주교 역시 묵주기도와 성모 신심을 장려했습니다. 당시 가톨릭 신앙에서는 복음의 장면을 단순히 머리로 기억하기보다, 마치 그 자리에 함께 있는 것처럼 바라보고 듣고 느끼며 묵상하는 기도가 중요하게 여겨졌습니다.
비버는 묵주기도의 신비를 말로 설명하기보다 음악으로 그려 냅니다. ‘주님 탄생 예고’에서는 부드럽고 생동감 있는 음악적 흐름이 나타나고, ‘십자가에 못 박히심’에서는 거칠고 긴장된 음형이 고통의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특히 ‘부활’ 소나타에서는 바이올린의 가운데 두 현을 서로 교차시켜 십자가의 형태를 이루도록 한 채 연주합니다. 악기 자체가 십자가의 표징을 품게 되는 것입니다.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것은 서로 다른 신비들이 음악 안에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예수 탄생’과 ‘십자가에 못 박히심’에는 서로 닮은 음악적 악절이 나타납니다. 구유에 누우신 아기 예수님의 모습 위로 훗날의 십자가가 희미하게 겹쳐지는 듯합니다. 성전에서 아기 예수님을 품에 안은 시메온이 마리아에게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릴 것”이라고 예언한 말씀도 떠오릅니다. 환희의 순간 안에 이미 수난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고, 그 수난은 다시 부활의 영광을 향해 열려 있습니다.
묵주기도의 신비도 그렇게 서로 이어져 있습니다. 베들레헴의 구유와 골고타의 십자가, 그리고 빈 무덤은 따로 떨어진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구원 역사 안에 있습니다. 성모님은 그 모든 길을 함께 걸으셨고, 묵주기도를 바치는 우리도 그분과 함께 예수님의 길을 따라갑니다.
10월, 비버의 ‘로사리오 소나타’를 통해 묵주기도의 신비에 잠시 머물러 보면 좋겠습니다. 묵주의 한 알 한 알을 짚어 가며 기도하듯, 이 음악은 우리로 하여금 그 신비를 귀로 듣고 마음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2026년 10월 18일(가해) 연중 제29주일(전교 주일 ·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 의정부주보 4면, 김재근 대철베드로 신부(백석동 협력사목, 교황청립 성음악대학 그레고리오 성가 전공)] 0 8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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