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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백) 2024년 4월 27일 (토)부활 제4주간 토요일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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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이야기
진짜로 아파 본 사람의 마음

98177 김현 [kimhh1478] 2020-10-24

 

진짜로 아파 본 사람의 마음

어느 날 아침! 그 전 날 밤 잠을 제대로 못 잤는지,

아니면 나도 모르게 자는 동안 심하게 몸부림을 쳤는지….

분명히 잘 땐 머리를 동쪽에 둔 것 같은데, 일어나보니 머리가 서쪽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어날 때 허리는 왜 그리 뻐근 뻐근한지.

그래서 일어나서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 아침기도를 바친 후

성당 마당을 천천히 돌아보았지만, 아무래도 허리가 아팠기에

오후에 한의원에 가 볼 결심을 했습니다.

그날 미사 오신 신자 분들에게 물어물어 침을 잘 놓는다는 한의원을 소개 받았고,

버스를 타고 찾아 갔습니다. 재래시장 안에 있는 한의원이었고,

들어가자마자 마스크를 쓴 어르신들이 5명쯤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나는 허리가 아파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어느 할머니가 나를 빤히 쳐다보며 말씀하시기를,

“아저씨, 아파 보이는데 내 옆으로 와 앉으셔.”
그 말에 나는,
“아니에요, 어르신. 저는 지금 서 있는 것이 편해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몇 분의 시간이 흘러 그 할머니께선 진료실에 들어가고,

나 또한 20분 정도 기다린 후에 진료실에 들어가 근육통 치료를 받았습니다.

한의원 원장님께선 ‘내일도 꼭 와야 한다’고 당부하셨고,

나 또한 그렇게 하겠다고 말한 후 사제관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 날, 전날과 비슷한 시간에 한의원을 갔습니다.

그런데 몇몇 대기자 분들 중에 어제 뵌 할머니도 계셨습니다.

할머니께선 소파에 앉아 계셨는데, 나를 보더니 말했습니다.
“아저씨구나. 밖에 날씨가 많이 덥지?”
그 어르신의 말에 나는 엉겁결에,
“예, 어르신. 날씨가 상당히 덥네요.”
“그래, 아저씨는 치료 잘 받고 있어? 오늘은 어디 아파 오셨어?”
“아, 예. 허리가 좀 아파서 침 맞고 있어요.”

“에이, 조심 좀 하지. 그래 물 갖다 줄까?”

‘아이고! 이게 무슨 상황이지! 어제, 오늘,

이렇게 딱 두 번을 뵌 할머니께서 물을 갖다 주시겠다니!

내가 그렇게 아파 보였나!’ 나는 손사래를 치며 할머니께 말했습니다.

“에이, 어르신, 물은 제가 갖다 드려야지요. 물 드릴까요?”
“아니, 아니 괜찮아. 좀 전에 마셨어.” 
“어르신은 어디가 편찮으셔서 오셨어요?”
“응, 나, 여기 한의원, 1년 넘게 물리치료 받으러 오고 있어.”
“아, 그러시구나.”
한의원 대기실에는 조용했습니다.

그러다 그 할머니께선 또 다른 할머니께서 한의원에 들어오자,

나에게 했던 비슷한 질문을 하셨습니다.

신기한 건 할머니들끼리는 그날 처음 만난 것 같은데,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통하는지, 순식간에 할머니 두 분은 자매가 된 듯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나는 우연히

그 할머니 목 뒤에 남아 있는 대수술 자국을 보게 됐습니다.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매일 물리치료를 받는다는

할머니 말씀을 생각해 볼 때, 어쩌면 그 할머니께선

대형 사고를 당해서 큰 수술을 받은 듯 했습니다.

순간! 그 할머니의 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나를 어제, 오늘,

단 두 번 본 것뿐인데 무척 걱정해 주시는 마음, 한의원을 찾아온 사람들

모두에게 먼저 말을 걸고 눈인사를 하시며 어디 아픈지를 물어보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혼자 생각해 봅니다.

‘아! 그 할머니께선 당신이 정말 크게 아파보셨기에,

아픈 사람들 모두에게 관심이 많은 것이 아닐까!’
그렇습니다. 어쩌면 진짜로 아파 본 사람이

아픈 사람의 마음은 잘 아는 것 같았습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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