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6일 (수)
(녹) 연중 제12주간 수요일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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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유와 겸손으로 사랑을 / 연중 제11주간 월요일(마태 5,3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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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식 [big-llight] 쪽지 캡슐

2024-06-16 ㅣ No.173376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온유와 겸손으로 사랑을 / 연중 제11주간 월요일(마태 5,38-42)

 

예수님께서는 폭력을 포기하여라.’라면서 이르신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악인에게 는 맞서지 마라. 오히려 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 또 너를 재판에 걸어 네 속옷을 가지려는 자에게는 겉옷까지 내주어라. 누가 너에게 천 걸음을 가자고 강요하거든, 그와 함께 이천 걸음까지 가주어라. 달려는 자에게는 주고, 꾸려는 자를 물리치지 마라.’

 

그분께서는 한나스의 심문 때 경비병에게 내가 감히 대사제께 그따위로 대답하느냐?’라며 뺨을 여러 대 맞았다. 이때 예수님께서는 무조건 맞기만 하지 않으시고 분명히 이르셨다. “내가 잘못 이야기하였다면 그 증거를 어디 대어봐라. 그러나 내가 옳게 이야기하였다면 왜 나를 이렇게 쳐 되느냐?” 이렇게 예수님은 불의에 타협은커녕 침묵하지 않으셨다. 당당하게 맞섰다.

 

상대방의 양 뺨을 한손으로 연속으로 치려면 손바닥과 손등을 차례로 사용해야 할 게다. 손등으로 상대를 때린다는 건 심한 모욕과 멸시까지 안긴단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예수님 시대의 근동에서도 손등으로 상대방의 오른뺨을 치는 것이 아주 모욕적인 행위였단다. 그렇지만 그분께서는 오른뺨을 때리면 왼 뺨마저 대라신다. 심지어 남의 속옷을 요구하는 것부터가 터무니없는 짓이지만, 그러한 요구에도 결코 맞서지 말고 겉옷마저 내주라신다. 겉옷은 밤에 이불로도 쓰였다. 그래서 율법은 그것을 담보로 잡을 경우에 해가 지기 전에 돌려주라고 명한다.


사실 왼뺨마저 돌려 대라는 것은 무조건 참고 또 참아라가 게 아닐 것이다. 물론 덮어놓고 굴복하라는 것도. 불의에 무조건 당하지 말고, 폭력에 대항하되 비폭력적이어야 한다는 거다. 그분께서는 네 오른뺨을 치거든 그저 얻어맞아라.”라가 아닌, 오히려 다른 뺨마저 돌려 대라신다. 계산적으로는 상당한 손해이나 극도의 사랑의 공세이리라. 나머지 뺨마저 돌려대, 뺨을 쳐댄 그 잘못을 분명히 깨닫게 하라는 것일 게다. 이는 악의를 품는 이에게 저항하지를 말라신다. 도저히 인간적으로 납득할 수 없더라도 따지지 말고 오직 사랑으로 극복하라는 것일 게다.

 

어쩌면 그리스도인은 결코 악을 악으로 갚아서는 안 된다. 그렇다. 신앙인은 매사를 폭력으로 맞대응해 해결해서는 안 된다. 하느님 자녀가 된다는 건, 그분처럼 다른 우리에게 베푸신 사랑의 삶을 사는 거다. 그분께서는 온갖 모욕과 멸시를 끝내 참으시고 당신의 그 십자가를 받아들이셨다. 실제로 많은 착한 이가 참고 참았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라며 자신의 화를 털어놓는다. 이것은 삶의 억울함을 인정하고 나아가 불공평함을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어쩌면 우리 삶에는 억울함과 불공평이 쾌나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억울함을 당할 수도. 때로는 모함 받고 이용도 당한다. 오해 땜에 멍들었던 게 한두 번 아니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처신하였나?

 

어쩔 수 없다며 받아들였나? 아니면 반항하였나? 결과야 어떻든, 상처 남는 건 매한가지니 이제는 받아들이자. 착함은 정의가 배제된 게 분명 아니다. 그렇지만 억울함의 상처가 십자가라는 것만은 인정해야 한다. 생각하면 가슴 떨리고 증오가 솟더라도 끌어안자. 그러면 은총이 함께하리라. 누군가가 오른뺨 치더라도 눈 흘길지언정 꾹 참자. 실제로 예수님도 불의에 항거하시면서도 끝내 참으시는 용기를 보이셨다. 이것이 십자가 정신이다. 그분께서는 악보다는 선을, 법보다는 사랑을 택하라며 우리를 초대하신다. 나의 이 아픔이 더 이상의 고통이 되지 않으려면 온유와 겸손뿐일 게다. 악에 굴복은커녕, 사랑으로 악을 끌어안는 하루가 되도록 하자.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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뺨,사랑,선과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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