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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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으로 테니스 치냐? 최강 스테파노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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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숙 [michelleoh] 쪽지 캡슐

2011-11-04 ㅣ No.68617

 
 

하루 종일 주로 책상에 앉아 생활하다보니 아무래도 운동량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몸 구석구석 관절들이 뻐근하고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면 언제부턴가 ‘두두둑’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서 십년이 넘게 안치던 테니스를 다시 시작했다.

첫 날, 두 시간을 쉬지 않고 치는 동안 두 번이나 코트에 나동그라졌다. 같이 쳤던 신부님이 넘어지면서 구르는 폼만큼은 거의 윔블던 출전 선수 같았다고 하면서 위로를 해주는데도 영 난감했다. 너무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마음은 앞서는데 몸과 감각이 따라주지를 않아서 애를 먹었다.

하지만 그 뒤로 몇 번 코트에 나가는 횟수에 비례해서 빠르게 감각이 회복되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자전거 타기, 수영, 테니스 등과 같이 몸으로 익힌 것들은 오랜 시간 멀리하다가도 다시 시작하면 금방 예전의 수준으로 복구된다.

이와 관련한 또 한 가지 경험이 있다. 간난 아이 적에 대사관에 근무하게 된 아빠를 따라 아르헨티나에 가서 2년을 보내고 온 여자조카 놈이 있는데 한국에 돌아오기가 무섭게 스페인어를 모두 까먹었다. 그런데 몇 년이 흐른 어느 날 그 놈이 나무 막대기에 깃발을 매달아 흔들면서 ‘반데라, 반데라’ 하고 외치는 것을 보았다.

“어? 혜원이, 너 아직도 그 단어를 기억하니?”“예? 뭐요? 무슨 단어요?”

그 아이는 ‘반데라(bandera)’라는 스페인어 단어가 ‘깃발’을 뜻하는지 기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기가 조금 전 ‘반데라’하고 외친 것조차 기억을 하지 못하였다. 그저 어렸을 때 아르헨티나 꼬마 아이들과 함께 나무 막대기에 깃발을 매달아 놓고 흔들며 놀 때 그렇게 외쳤다는 것을 그 아이의 몸이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머리로 암기하고 익힌 것들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점점 희미해져가다가 결국에는 아예 지워져 버리고 만다. 그에 비해서 오랜 반복을 통해서 몸으로 체득한 것들은 훨씬 오래 내 것으로 남는다.

이 단순한 사실은 신앙생활을 하는데 있어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주위에서는 훌륭한 신학적 지식으로 잘 무장된 사제들과 수도자들이 그 삶의 실제 내용면에서는 전혀 복음적이지 못한 경우를 쉽게 접할 수 있다고들 말한다. 입으로는 다들 예수를 말하면서도 실제 행동에 있어서는 전혀 예수의 사랑을 느낄 수 없는 본당 공동체 때문에 신앙생활이 힘들다는 고민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이 밖에도 오늘날 지적되고 있는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많은 문제점들은 결국 다름 아닌 이론과 실제, 말과 행동, 머리와 몸 사이의 간극이 너무 멀다는 것이다. 예수님이 선포하셨던 우리에게 다가온 ‘하늘나라’는 ‘티와 흠이 없이 살면서 하느님과 화목하는’(2베드3,13) 새로운 삶에로의 초대이다. 결코 새로운 학설이나 교리로 무장된 새로운 종교를 세우고 그 폐쇄된 공간 안으로 이미 선택하신 몇몇을 초대하신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인’이라함은 교리지식을 외워 세례를 받고 성사생활을 하는 교회의 사람이 되었다는 의미를 넘어 ‘새로운 삶’에로의 주님의 초대를 받아들이고 그 분의 ‘새로운 삶’에 대한 가르침을 온 몸으로 배우며 실천하는 사람이겠다. 내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은 결국 몸이 익혀서 자연스럽게 몸에 배인 신앙의 실천에 대한 당부가 아니겠는가.


이론적인 지식이 해박하여 테니스를 칠 때마다 얼마나 말이 많은지 도대체 시끄러운 한 신부님이 있다. 그와 같은 편이 돼서 번번이 게임을 놓친 다른 신부님 한 분이 참다못해 결국 한 마디 한다.

“야, 너는 입으로 테니스 치냐? 제발 입 좀 다물고 잘 좀 쳐봐라.”

예수님도 우리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아닐까?

“야, 너희들은 말로 신앙생활 하냐? 제발 입 좀 다물고 좀 잘 살아봐라.”

“나는 그들의 행동이 복음의 진리에 맞지 않는 것을 보고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게파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유다인이면서 유다인같이 살지 않고 이방인같이 사는 당신이 어떻게 이방인들에게 유다인처럼 살라고 강요할 수 있겠습니까?”(갈라2,14)

 

최강 스테파노신부

http://cafe.daum.net/frchoi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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