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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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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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ayo98060] 쪽지 캡슐

2012-01-07 ㅣ No.70256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2년 1월 7일 주님 공현 전 토요일




His mother said to the servers,
“Do whatever he tells you."
(Jn.2.5)



제1독서 1요한 5,14-21
복음 요한 2,1-11

어제는 2012학번 신학생들이 선배 신학생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왔습니다. 아직 정식 발표는 나지 않았지만, 비공식적으로 합격 통지를 받은 새내기들이지요. 사실 이들과 지난해 계속해서 만남을 가졌었습니다. 1년 동안 예비신학생 모임을 통해 만났고, 12월에는 논술과 교리 시험 준비 때문에 거의 매일 만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정이 많이 들었나봅니다. 그래서 아깝게 불합격 통지를 받은 학생들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합니다. 제 마음 같아서는 모든 학생들이 합격 통지를 받고 신학생으로 살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실제로 그렇게 될 수는 없나 봅니다.

하긴 살면서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가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데 원하지 않던 그 방향이 오히려 나를 더욱 더 들어 높일 때도 많습니다. 즉, 하느님께서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주시는 분이 아니라, 나에게 필요한 방향으로 이끌어 주시는 분인 것입니다.

어떤 설렁탕집 주방장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 주방장은 자신에게 서운한 행동을 하는 주인이 너무나도 미웠지요. 주인에 대한 억하심정이 있던 주방장은 어떻게 하면 주인에게 손해를 끼칠까를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뚝배기에 고기를 듬뿍듬뿍 넣기 시작했습니다. 비싼 고기를 많이 넣으면 주인에게 큰 손해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재미있는 일이 생겼습니다. 글쎄 이 집의 설렁탕이 ‘고기 반, 국물 반’이라는 소문이 나서 최고의 설렁탕 전문점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실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에는 하느님께서 직접 나를 이끄시는 순간, 다시 말해 하느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하느님께 대한 굳은 믿음이 필요합니다. 어떠한 순간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우리를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해 줄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첫 번째 기적인 가나 혼인잔치의 기적을 우리들에게 보여주십니다. 아직 때가 되지 않으셨지만, 어머니이신 성모님께서 포도주가 없다면서 아들인 예수님께 모든 것을 맡기지요. 성모님께서는 아들인 예수님을 믿었고, 그 믿음이 때가 되지 않았음에도 놀라운 기적을 낳았던 것입니다.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실망하지 마십시오. 실패를 맛보았다고 또 절망을 체험했다고, 내 삶이 끝장나는 것은 절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고통과 시련의 순간에서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분은 주님뿐입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는 믿음 가운데 주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시는 기적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익숙한 해변에서 눈을 뗄 용기가 없다면 새로운 대륙을 발견하지 못한다(앙드레 지드).




나에게 소중한 책

잘생긴 2012학번 신학생. 이번에 총 18명 합격했답니다.

2011년에 썼던 새벽을 열며 묵상 글을 제본 뜨기 위해 인쇄소에 맡겼습니다. 이제 며칠 뒷면 1년 동안 썼던 묵상 글이 한 권의 책이 되어 저의 책장 한 자리를 차지할 것입니다. 저에게 가장 소중한 책이 있다면, 제가 썼던 2001년부터 써 온 ‘새벽을 열며’ 묵상 글을 매년 묶은 11권의 책입니다(아직 2011년 것이 오지 않았으니 아직은 10권 있습니다). 이 책이 소중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글은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문장력도 없고, 별 내용도 없습니다. 그래도 소중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매일매일 썼다는 이유 때문인 것이지요.

우리들은 특별한 이벤트만을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일회적인 이벤트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 같은 착각 속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러한 특별하고 거창한 이벤트보다 더욱 더 소중한 것은 매일매일 지속되는 사소함이 아닐까요?

이벤트는 어쩌다 한 번이면 족합니다. 이러한 이벤트가 아니라, 매일매일 지속되는 정성을 가지고 생활해야 합니다. 그러한 생활 안에서 우리는 참 기쁨과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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