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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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분께서 주신 이 소중한 시간을 / 사순 제4주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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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식 [big-llight] 쪽지 캡슐

2024-03-14 ㅣ No.170575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그분께서 주신 이 소중한 시간을 / 사순 제4주간 목요일(요한 5,31-47)

 

체코슬로바키아 정부가 공산 체제로 바뀌었을 때, 교회의 모든 종교 행사의 금지와 사제들과 수도자들도 수용소에 몰아넣고는 강제 노동을 시켰다. 수용소에서 사제들과 수도자들에게 성경은 물론 성경 구절이 적힌 쪽지조차도 허용되지 못했다. 날이 갈수록 말씀에 대한 갈증이 심해지자 그들은 저마다 외우는 성경 구절로 그날의 양식으로 삼았다. 그들은 그 힘으로 힘겹게 견뎌 경비병들을 사랑으로 대했다. 나중에는 그 사랑에 감동하여서 그들이 회심하기까지도.


베트남 전쟁이 끝난 직후 반혁명 죄로 붙잡혀 13년이나 감옥에서 지낸 사이공의 천주교 부교구장이었던 구엔 반 투안 추기경(1928-2002)은 감옥서 겪은 일들을 알려 하느님 말씀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그는 그곳서 어떻게 말씀과 함께 살았는지 증언한다. “푸칸 감옥의 신자들은 몰래 가져온 신약을 몇 장씩 뜯었고 그것을 돌려가며 외웠다. 그러다 감시자가 오면 그 종이를 흙 속에 감추었고, 밤에는 각자 외웠던 걸 다시 암송했다. 어둠 속에서나마 말씀을 듣고 그분 현존을 느꼈다. 그 때가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모른다. 비신자들도 하느님 말씀을 귀 기울여 들었다.” 반 추기경은 그곳서 말씀의 힘으로 외롭고 고통스러운 감옥생활을 견디어 냈다.

 

이 두 이야기는 하느님 말씀이 얼마나 소중하고, 우리 삶에 어떤 힘과 생명을 주는지를 생생하게 들려주는 체험담이다. 마치 물이나 공기처럼 평소에는 그 고마움을 모르던 말씀이, 절박하고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는 한 모금 생수처럼 우리 삶에 힘과 위로가 되어 준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전한다. 사실 말씀은 단지 우리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수단이 결코 아니다. 무엇보다 성경을 통하여 우리가 말씀을 듣고 경탄하며 힘을 얻어서, 주님을 찬미하도록 하는 활력소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과 그분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성경은, 죽은 글자일 따름이다.

 

그래서 당시 예수님께서도 제도에 안주한 유다 지도자들을 꾸짖었다. 그러니 날마다 단 한 구절이라도 마음으로 깊이 새기면서, 말씀이 생명이 되어 우리를 영적으로 살게 하자. “너희는 성경에서 영원한 생명을 찾겠다고 성경을 연구한다. 바로 그 성경이 나를 위하여 증언한다. 그런데도 너희는 나에게 와서 생명을 얻으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도 많은 강론과 강의, 그리고 성경 공부와 묵상 피정 등을 통해, 주님에 관하여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자신한다.

 

우리는 주님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지만, 제대로 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이는 과연 몇이나 되랴? 우리가 아는 그 주님은 우리 이성과 지성으로 이해한 정보뿐이다. 진정 주님을 만나려면 겸손이 필요하다. 사순 시기가 깊어 가고 있다. 이때에 나 자신에게서 드러나야 할 변화의 표징이 무엇일지 다시금 찬찬히 생각해 보자. 아름답고 살아 있는 감정을 온전히 느끼고, 그 감정을 자유롭고 꾸밈없이 표현하는 것이 우리가 애써 온 기도와 자선과 절제의 열매일 게다.

 

그 가운데에서도 감사야말로 우리가 왜곡 없이 자연스럽게 느끼고, 소박하게 그러나 숨김없이 표현해야 할 가장 아름다운 감정이리라. 요즘 신앙인들 집에는 성경이 몇 권씩 있다. 하느님 말씀이 아주 가까운 데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신앙인은 곁에 있는 그 말씀 가까이하지 않는다. 성경을 펼쳐 읽고 마음에 새기는 시간을 갖기보다는,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앞에서 더 많이 시간을 보낼 게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성경을 붙들고 그리스도의 향기를 느끼며 살아가고 있을까? 하느님께서 주신 소중한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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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말씀,그리스도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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