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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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9일 부활 제5주간 수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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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2-05-09 ㅣ No.72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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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9일 부활 제5주간 수요일 - 요한 15,1-8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원선오 신부님>

 

 

    저희 살레시오회의 전설적인 인물이신 원선오 신부님께서 엊그제 인천공항을 통해서 15년 만에 방한하셨습니다. 그분을 꿈에도 못 잊어하는 제자들의 초대로 이루어진 감격적인 입국이었습니다.

 

    살레시오중고등학교 성무감 시절 아이들 사이에서 활기차고 당당하게 사목하시던 모습은 어디로 사라지고 같은 연배의 다른 선교사 할아버지 신부님들보다 훨씬 늙어 보이는 신부님의 모습에 다들 가슴아파했습니다.

 

    이젠 기력도 많이 쇠하시고 허리도 많이 굽으셔서 사목활동하시기도 힘드실 텐데, 여전히 남수단의 청소년들을 위해 동분서주하시는 모습이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노구에다 시력마저 약해진데다 장거리 여행에 제대로 서있기도 힘드신 상태인데도 새벽미사며 묵주기도며 공동체 전례에 어떻게 해서든 함께 하시려는 모습에서 참 수도자의 모습을 잘 뵐 수 있었습니다.

 

    이제 호호백발 왕 할아버지가 다 되신 선교사 원선오 신부님의 생애를 통해서 그가 얼마나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의 산 지체로 남아있기 위해 노력했는가를 잘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928년 이태리에서 출생하신 신부님은 어린 나이에 살레시오회에 입회하게 됩니다. 패전의 여파로 고통에 시달리는 일본 선교사로 고국을 떠나오게 됩니다. 유럽 선교사들에게 형벌과도 같이 배우기 어렵다는 일본어를 잘 배우신 신부님은 13년 동안 일본의 돈보스코로 활동하시게 됩니다.

 

    신부님의 선교 본능은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이제 일본에 잘 적응해서 선교사로 사실만 했는데, 보다 사정이 어려운 한국으로 눈길을 돌리십니다. 전쟁 직후 모든 것이 파괴된 한국 땅에 입국하십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19년간 한국 청소년들의 음악교사로, 종교교사로, 또 다른 돈보스코로 활동하십니다.

 

    그렇게 한국 땅에 잘 정착해가던 어느 날 원선오 신부님은 또 다시 어려운 결정을 하게 됩니다. 또다시 보다 더 어려운 아프리카를 향해 작은 가방 하나 달랑 매고 길을 떠나셨습니다. 그리고 이젠 쉬실 만한데 아직까지도 그 노구를 이끌고 남수단의 가난한 청소년들을 위해 봉사하고 계십니다.

 

    가톨릭 성가책을 펼쳐보면 작사 작곡 원선오 신부라는 이름이 자주 등장합니다. 원선오 신부님은 한국 심성에 맞는 수많은 성가를 손수 작사 작곡하여 청소년들에게 직접 가르치셨습니다. 대표적인 곡들이 우리가 틈만 나면 흥얼흥얼거리는 ‘좋기도 좋을시고’ ‘천년도 당신 눈에는’ ‘엠마우스’ 그리고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로다’입니다.

 

    포도나무가 풍성한 결실을 원한다면 관건은 단 한가지입니다. 각 가지들이 원줄기에 꼭 붙어있는 것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살아있는 가지로 남아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될 때 뿌리를 통해 왕성하게 영양분이 공급될 것이고 풍성한 결실이 보장될 것입니다.

 

    원선오 신부님의 선교사로서의 여정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어떻게 해서든 예수 그리스도의 생생한 살아있는 가지로 남아있기 위한 눈물겨운 여행길이었습니다. 그는 늘 안정된 곳에서 불안정한 곳을 향해 떠났습니다. 잘 갖춰진 나라에서 아무 것도 없는 나라로 내려갔습니다.

 

    우리 교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살아있는 가지로 남아있기 위해서는 다른 비결이 없습니다. 원선오 신부님처럼 부단히 밑으로 내려가는 것입니다. 보다 가난한 지역으로 보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지역으로 내려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느님께서 오늘 내게 진정으로 바라시는 바가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헤아리면서 오늘 여기 안주하지 않고 또 다시 길을 떠나는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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