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연중 제20주간 토요일

스크랩 인쇄

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7-08-26 ㅣ No.114183

예비 신학생들의 담임 부제, 수녀님들과 함께 나가사키로 순례를 다녀왔습니다. 여름 프로그램에 함께한 것을 나누고, 격려하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함께 쉬면서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나가사키는 히로시마와 함께 원자폭탄이 떨어진 곳입니다. 나가사키 사람들은 평화를 기원하는 공원을 조성하였고, 원자폭탄의 참상을 알리는 자료관을 만들었습니다.

 

나가사키는 일본에서 가톨릭 신자가 가장 많은 곳입니다. 원폭으로 인한 피해자를 돌보았던 나가이 박사는 이렇게 묵상을 하였다고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흠 없고, 순결한 어린양을 인류구원의 희생 제물로 삼으셨듯이, 나가사키 사람들의 희생으로 전쟁을 멈추게 하였습니다.’ 일본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까지도 전쟁을 멈추려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후에는 전쟁을 멈추겠다고 선언을 했습니다. 원래 원자폭탄은 나가사키가 아닌 다른 지역에 떨어트릴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날씨가 좋지 않아서 포기했고, 결국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자료관에는 여러 나라말로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나가사키가 원자폭탄이 떨어진 마지막 장소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만큼 원자폭탄의 위력은 참담했고, 지금의 원자폭탄의 위력은 더욱 강해졌기 때문입니다. 원망을 원망으로 풀어서는 해결될 수 없습니다. 오직 용서와 사랑만이 원한과 증오와 미움으로 닫힌 마음을 열 수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는 어제 읽었던 의 이야기입니다. 보아즈는 롯을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롯이 시어머니를 위해, 이스라엘 민족을 위해 충실하게 살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롯은 보아즈의 마음에 들었고, 이스라엘 민족의 큰 별이 되는 다윗가문의 조상이 되었습니다. 보아즈가 롯의 이야기를 알고 있듯이, 전능하신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하는 모든 생각과 말과 행동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정말 고마운 것은 하느님께서 지금 당장 나의 허물 때문에 나를 벌하거나, 판단하지 않으시고, 자비로운 마음으로 내가 다시금 하느님 마음에 드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기다려 주신다는 것입니다.

 

군대에 있을 때입니다. 모두가 쉬는 주말에 가끔씩 사역이라는 이름으로 일을 할 때가 있습니다. 갑작스레 높은 분이 오신다던가, 부대 주변의 시설이 비바람에 무너졌을 때 청소를 하거나, 복구 작업을 해야 합니다. 사실 다들 쉬고 싶은 주말에 일하러 나가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은 아닙니다. 일직사관이 인원을 모집합니다. ‘참호 복구 작업 20명 나와라.’, ‘장마철 대비 하수도 정리 작업 10명 나와라.’ 그러면 대게는 계급 순으로 밑에서부터 작업 인원이 정해집니다. 그런데 그런 작업에 계급이 높은데도 지원을 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물론 후배들이 잘 따르는 친구입니다. 일을 많이 했기 때문에 작업도 쉽게 하는 그런 친구들입니다. 힘든 일, 고된 일을 해도 언제나 밝고 환한 그런 친구들은 쉽게 볼 수는 없지만 밤하늘을 비추는 별과 같은 존재입니다.

 

우리 사회에도 그런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달동네에서 공부방을 하는 대학생 친구들도 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여름에 산으로, 들로 바다로 휴가를 가는데 달동네의 공부방으로 휴가를 가는 친구들입니다. 다들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작은 성당으로 자청해서 지원하는 신부님도 있습니다. 주변을 보면 하늘의 별처럼 기쁨과 희망을 주는 분들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마음에 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오늘 복음에서 잘 말씀해 주고 있습니다. “그들이 너희에게 말하는 것은 다 실행하고 지켜라. 그러나 그들의 행실은 따라 하지 마라. 그들은 말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는다. 또 그들은 무겁고 힘겨운 짐을 묶어 다른 사람들 어깨에 올려놓고, 자기들은 그것을 나르는 일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려고 하지 않는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남을 섬기는 사람, 타인을 위해서 자기 자신을 낮추는 사람이 하느님께 사랑을 받는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깨어 있으라고 하십니다. 단순히 눈을 뜨고 있으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어둠 속을 밝히는 횃불이 되라는 말씀입니다. 꺼져가는 불꽃을 다시 키우는 불쏘시개가 되라는 말씀입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뒤로 숨기보다는 언제나 당당하게 앞서서 가셨던 주님처럼 선두에 서라는 말씀입니다. 오늘 문득 힘든 일, 고된 일이면 늘 앞장서서 나아갔던 군 선배가 생각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4,371 7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