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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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4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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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corenelia] 쪽지 캡슐

2024-03-13 ㅣ No.170548

[사순 제4주간 수요일] 요한 5,17-30 “내 심판은 올바르다. 내가 내 뜻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벳자타 못가에서 38년 동안 누워있던 병자를 치유하신 어제 복음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하필 그 날이 안식일이었고, 치유 받은 그 병자가 ‘예수님이 자신을 안식일에 치유해주셨다’고, 그리고 ‘자기 들것을 들고 걸어가라’고 시키셨다고 드러내놓고 떠벌리고 다닌 탓에 예수님께서 아주 곤란한 상황에 처하시게 됩니다. 유다인들이 안식일 규정을 어긴 예수님의 행동을 문제 삼고 따졌기 때문이지요.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 아버지께서 여태 일하고 계시니, 나도 일하는 것이다.”(요한 5,17)

 

창세기에는 하느님께서 “하시던 일을 모두 마치시고 이렛날에 쉬셨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유대인들 사이에서는 하느님께서 천지 창조 이후에도 당신의 일을 멈추시지 않고 인간을 돌보는 일을 계속 하신다는 신학사상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단 한 순간이라도 당신의 섭리를 멈추신다면, 그분의 보살핌에 기대어 사는 부족하고 약한 인간은 살아남을 수 없을 거라고, 즉 하느님께서 인간들을 끊임없이 돌보시고 보살피시기 때문에 우리가 살 수 있는거라고 믿었던 것이지요. 이는 심장이 한 순간이라도 멈추면 인간이 죽는 것과 비슷합니다. 따라서 창세기의 ‘쉬셨다’라는 표현은, 하느님께서 아무 일도 안 하고 가만히 계셨다는 뜻이 아니라, 천지창조라는 대업을 마무리하신 다음에 이 세상을 가꾸고 돌봐야 할 소명을 인간에게 맡기셨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사상을 바탕으로 하여, 당신도 당신의 일을 멈출 수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단 한시도 쉬지 않고 인간들을 사랑으로 보살피고 계시니, 아무리 안식일이라고 해도 하느님의 그 사랑을 사람들에게 전해야 할 당신의 소명을 멈출 수 없다는 겁니다. 안식일은 아무 것도 안하는 날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일에 집중하며 거룩하게 보내는 날이고, 하느님의 뜻은 사랑을 베풀고 사람을 살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대인들은 그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으면서도 일부러 왜곡했습니다. 한낱 인간일 뿐인 예수가 감히 하느님과 자신을 대등하게 여기는 ‘신성모독’의 대죄를 저질렀다고 예수님을 고발하고 죽이려 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하느님 아버지 앞에서도 한 점 부끄럼이 없으시기에, 당신을 향한 근거 없는 모함에도 흔들림 없이 당당하게 응하십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말씀을 귀기울여 듣고 모든 것을 그분 뜻을 기준으로 판단하셨으니, 당신이 행하신 모든 일들은 그 어떤 사리사욕도 없이 오직 하느님의 뜻을 따르기 위해 하신 것들이니, 그중에 정말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죄’가 될만한게 있는지 제대로 바라보고 철저하게 따져보라는 것이지요. 법과 규정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이 “법대로 하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처럼, 하느님의 뜻을 철저히 지키신 예수님이었기에 하느님 뜻에 맞는지 아닌지 판단해보라고 당당하게 말씀하실 수 있었던 겁니다. 예수님의 그런 당당함이 부럽습니다. 옳지 못한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나는 잘 하고 있나’를 생각하면 자신이 없어져 슬그머니 입을 닫아버리는 제 모습을 볼 때 더더욱 그렇습니다. 하느님 앞에 당당하고 떳떳한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 당신 뜻을 실천했으니 부족한 부분은 당신께서 채워주시라고 당당하게 청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당당함이 우리를 의롭게 만들어 구원으로 이끕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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