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토)
(녹) 연중 제13주간 토요일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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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신부의 희망 한 스푼] 이 세상에 수도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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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hunter14] 쪽지 캡슐

2016-02-04 ㅣ No.102236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양승국 신부의 희망 한 스푼-이 세상에 수도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첫서원식 미사를 다녀왔습니다. 파릇파릇한 청춘을 온전히 하느님께 봉헌하는 젊은 수녀님들을 바라보며 얼마나 고맙고 대견스러웠는지 모릅니다. 제단 위에서 수녀님들을 내려다보면서 이런 생각이 제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습니다. ‘아무 것도 아니며 하찮은 존재인 내가 봐도 이토록 어여쁘고 아리따우며 사랑스러운데...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얼마나 더 어여쁘고 아리따우며 사랑스러울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성소위기의 상황 속에서도 교회와 수녀회의 미래를 책임질 후배 수녀님들이 가뭄에 콩 나듯 이라도 계속 탄생한다는 것, 얼마나 다행스럽고 마음 든든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사제, 수도자 후보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이 세상에 하느님께서 현존하고 계신다는 표시라고 생각합니다. 세상 많은 젊은이들이 다들 기를 쓰고 편한 길, 넓은 길을 찾아가는데, 한 젊은이가 좁고 가파른 십자가의 길, 주님의 길을 따르기 위해 세상을 등집니다.


 

한 젊은이가 그 좋아 보이는 세상의 가치관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주님의 복음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억지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충만한 기쁨으로, 좋아죽겠다는 얼굴로 그 좁은 길을 선택합니다. 이것이야말로 기적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점점 팍팍해지는 세상살이입니다. 다들 내 한 몸 챙기기에 이웃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시대입니다. 이런 시대일수록 더 많은 성소자가 생겨나야 합니다. 자기보다 하느님과 이웃을 먼저 생각하고 세상을 위해 헌신하는 봉헌생활자들이 넘쳐날 때 세상은 좀 더 살만한 곳으로 변화되리라 확신합니다.


 

인간이 위대한 이유 중에 하나가, 보다 큰 선을 위해, 보다 큰 가치관을 위해 때로 목숨까지 바친다는 것입니다. 보통사람들에게서는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최우선적 관심사는 오로지 육에 관련된 것입니다. 잘 먹는 것, 잘 마시는 것, 편안히 드러눕는 것, 잘 자는 것, 권력자 앞에 잘 보이는 것...


 

그러나 한결 품격이 높은 인간이기에 때로 불의 앞에 목숨을 내던지며 대항하기도 합니다. 친구를 위해 목숨을 걸기도 합니다. 민주화를 위해 모든 것을 던집니다.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 이역만리 물설고 낯선 곳으로 떠나갑니다. 하느님을 증거하기 위해 스스로 단두대에 목을 들이댑니다.


 

결혼까지 포기하면서 선택하는 봉헌생활의 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신분 상승의 길도 아닙니다. ‘때깔 나는’ 길은 더욱 아닙니다.


 

가치관 중에 가장 큰 가치관이신 하느님, 의미 중의 가장 큰 의미이신 하느님을 선택하기 위해 다른 모든 것들을 시시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걷는 위대한 길인 것입니다. 하느님만은 사랑하기 위해 스스로 모든 육의 기능들을 정지시키려는 사람들이 수도자들인 것입니다. 하느님만을 지속적으로 선택하기 위해 세상에 대해 완전히 죽으려는 사람들이 봉헌생활자들인 것입니다.


 

오늘도 하느님만을 추구하기 위해 세상을 거슬러, 본성을 거슬러 힘겹게 살아가는 모든 수도자, 사제, 봉헌생활자들의 어려움 속에서도 환한 미소 잃지 않고 기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하느님을 따르는데 장애가 되는 모든 것들을 손에서 내려놓고 오직 하느님만을 담기 위한 빈손으로 하느님께 나아가길 바랍니다.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부르심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기억하길 바랍니다. 부르시는 하느님께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은 감사하는 일임을 기억하길 바랍니다. 감사하면서 지속적으로 충실하게 나아가는 것이 하느님께 드릴 수 있는 최상의 응답임을 기억하길 바랍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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