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토)
(녹) 연중 제13주간 토요일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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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5주간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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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6-03-14 ㅣ No.103140

평소처럼 컴퓨터의 전원을 켰는데 문제가 생겼다는 내용의 화면이 나타났습니다. 대게는 컴퓨터를 껐다 켜면 해결되곤 하였습니다. 컴퓨터를 다시 켜니, 문제를 해결하려고 원인을 찾고 있었습니다. 컴퓨터는 그 과정이 몇 분은 걸릴 거라고 안내를 해 주었습니다. 자동차를 운전하지만 자동차의 내부 구조를 모르는 것처럼, 컴퓨터를 사용하지만 컴퓨터의 구조를 모르기 때문에 무척 당황했습니다. 다행히 컴퓨터는 알아서 잘못된 부분을 찾아냈고, 그런 원인을 마이크로 소프트 사에 전달하겠느냐고 물어서 그렇게 하라고 하였습니다. 10분가량의 시간을 기다리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컴퓨터를 바꿀까? 사무실에 가서 일을 할까? 왜 내 컴퓨터에 이런 일이 생겼을까?’ 급한 성격에 옷을 입고 사무실로 가려는데, 컴퓨터는 정상이 되었습니다. 고작 10분인데 그것을 참지 못하는 저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어느 본당 사목위원의 경험입니다. 그는 술을 잘 못했습니다. 하루는 회사에서 회식이 있었는데 그날따라 상급자가 자꾸 술을 권했습니다. 한두 잔은 받았는데 너무 심해 거절했습니다. 그랬더니 느닷없이 뺨을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자신도 중간 간부이고, 그 자리에 아랫사람도 있었는데 창피하고 분했습니다. 하지만 분위기 때문에 참았습니다. 집에 와도 분이 삭지 않아 다음 날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이참에 회사를 그만두자고 마음을 정했습니다. 사표를 결심하니까 마음이 씁쓰레해 성당을 찾았습니다. 제대 뒤 십자가를 보며 말없이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음성이 들렸다고 합니다. ‘겨우 뺨 한 대 맞은 것 갖고 그렇게 억울해하느냐? 나는 멸시와 천대 속에서 십자가를 지고 갔다.’ 갑자기 눈앞이 흐려지면서 부끄러워졌다고 합니다.

 

그는 다음 날 출근했습니다. 그런데 뺨을 때린 간부가 곤란한 지경에 처해 있었습니다. 그가 처리한 일에서 하필 그때 문제점이 드러난 것입니다. 누군가 변호해야 했는데 적임자는 뺨맞은 사목위원이었습니다. 그는 아무런 감정 없이 옹호했다고 합니다. 일처리가 끝난 뒤 그 간부는 예비교우가 되었고, 세례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작은 기적입니다. 주님께서는 말없이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우리도 변명 없이 십자가를 져야 합니다. 불평과 불만은 나쁜 습관입니다. 나쁜 습관을 벗는 길은 좋은 습관을 지니는 것밖에 없습니다. 인내와 절제가 힘들어질 때 십자가를 바라보아야겠습니다.

 

3년 전에 저는 안식년을 하고 싶었습니다. 교구장님께도 말씀을 드렸습니다. 안식년 동안에 미국에 있는 동창에게 가서 지내려고 항공권도 구입했습니다. 강의를 부탁해서 강의 준비도 했습니다. 안식년 동안 쓰려고 비용도 마련했습니다. 이제 인사이동만 있으면 모든 것이 뜻대로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교구장님께서 저를 부르셨습니다. 안식년은 다음에 하고, 용문 청소년 수련장으로 가라고 하셨습니다. 사제는 순명을 약속하였기 때문에 조금 아쉬움은 있었지만 용문 청소년 수련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원망의 마음을 가졌다면 용문의 맑은 공기를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용문사의 은행나무를 보고도 별 감동이 없었을 것입니다. 공기 좋은 곳에서 6개월 머물다가, 성소국으로 자리를 다시 옮겼습니다. 아직은 안식년을 하지 않았으니, 다음 기회에 안식년을 신청하면 될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제1독서에서 수산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억울하게 거짓증언으로 재판을 받아 사형선고를 받은 수산나의 누명을 다니엘이라는 젊은이를 통해서 벗겨주었습니다. 수산나는 수치스럽게 목숨을 연명하기보다는 하느님께 대한 믿음으로 당당하게 죽음의 길을 선택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런 수산나를 사랑하셔서 거짓으로 증언을 한 간악한 사람들을 벌하셨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옭고 그름을 정확하게 가리는 것은 필요합니다. 정의가 실현되고, 억울함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신앙인은 이에 덧붙여 한 가지 더 마음에 담았으면 좋겠습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시니, 나는 아쉬움이 없습니다. 파란 풀밭에 나를 뉘여 주시고, 고이 쉬라 물터로 나를 이끄시기 때문입니다. 내 비록 죽음의 골짜기를 간다 해도 두렵지 않습니다. 주님께서 나와 함께 하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생로병사, 희로애락의 수레바퀴를 벗어나는 길을 알려 주십니다. 고통 중에도 희망을 가질 수 있고, 죽음을 앞두고 새로운 출발을 생각하며, 헤어지는 모든 사람이 부활하여 영원한 삶에로 나갈 수 있음을 말해 줍니다. 그것은 빛으로 오신 주님,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주님과 함께 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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