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토)
(녹) 연중 제13주간 토요일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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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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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3-02-18 ㅣ No.4541

2월 18일 연중 제6주간 화요일-마르코 8장 14-21절

 

"빵이 없구나!"

 

 

<돌아보니>

 

돌아보니 제가 지금까지 수도생활을 해오면서 옮겨다닌 공동체도 꽤 여러군데였습니다. 수도자들일때가 좋은 것이 여기저기 가는 곳마다 공동체가 있고, 또 형제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때로 성향이나 성격이 잘 맞지 않아 티격태격하기도 하지요. 때로 서로를 못받아들여 밤잠을 제대로 못이룰 때도 있습니다(누웠다 하면 아침인 저한테는 절대로 그런 일은 없지요). "도저히 저 형제와는 못살겠으니 제발 좀 저를 다른데로 보내주세요"라고 장상께 부탁드리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더 심사숙고해보면, 조금만 더 넓은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모든 형제가 다 선물입니다. 마음에 맞는 형제는 부담이 없으니 선물입니다. 내게 잘 대해주고, 나를 위해 기도해주고, 아프기라도 하면 지극정성으로 챙겨주는 형제는 또 다른 예수님이십니다.

 

뿐만 아니라 내게 자주 상처를 주는 형제는 나를 겸손하게 만들고 성장시켜주니 하느님께서 보내신 천사이자 더없이 고마운 스승입니다.

 

이렇게 조금만 여유있는 눈으로 이웃을 바라본다면 모두가 다 우리를 하느님께로 인도하는 천사이기에 감사해야할 존재입니다.

 

한 형제가 있었습니다. 같이 살때는 몰랐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고 돌아보니 그 형제가 제게 했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다 제 영혼을 살찌우는 보약이었습니다. 제가 다른 형제들보다 쪼끔 늦게 수도생활을 시작했기에 나이든 지원자, 한물간 수련자, 맛이간 유기서원자 생활을 했었지요.

 

돌아보니 한심하게도 나이값도 제대로 못했던 어리버리했던 나날들이었습니다. 저보다 나이는 어렸지만 그때 그때 정확한 노선을 잡아주던 그 형제의 잔소리, 쓴소리가 당시에는 무척이도 귀에 거슬렸지만 지금 돌아보니 얼마나 감사해야 할 일이었는지요? 그 누구보다도 훌륭한 길잡이요 스승이었습니다. 그 형제는 제게 있어 또 다른 예수님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은 구세주이신 예수님을 바로 한 배에 모시고도 그분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실수를 범합니다.

 

예수님께서 빵 두 개와 물고기 다섯 마리고 오천명을 배불리신 일이 바로 엊그제 일이었는데, 제자들은 그 사실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이렇게 수군거립니다.

 

"빵이 없구나!"

 

참으로 한심한 사람들입니다. 물론 복음선포 못지 않게 빵도 중요하지요. 그렇지만 우리의 모든 아쉬움과 배고픔을 원없이 채워주시는 예수님,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을 바로 옆에 모시고 있던 제자들이 고작 빵 한덩이 때문에 걱정들을 해대니 참으로 우스운 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기가 차지도 않아서 제자들을 집합시켜놓고 혼을 좀 냅니다.

 

"야, 너희들 정말 해도해도 너무들 하는구나. 내가 빵을 많게 한 기적을 보여준지가 바로 어제인데, 벌써 빵이 없다고 걱정들을 하다니...정말 너희들 돌대가리 중에 왕돌대가리들이구나. 아직도 내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깨닫지 못했느냐?"

 

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바로 우리 가족 안에, 형제 안에, 동료 안에 현존해 계시는 예수님의 흔적을 느끼고 발견해내지 못할 때 우리 역시 돌대가리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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