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해소단계

-어린아이의 미운 짓-

어떤 처녀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처음에는 아주 얌전하게 행동을 하다가도

시간이 갈수록 자기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스스로 하게 된다고 말입니다

예를 들면 상대방이 싫어할 줄 뻔히 알고 있는 행동만 골라서 한다는 거지요

왜일까요?

사람의 마음은 어린아이 같다고 합니다

아동들이 하는 행동을 한 번 보도록 하지요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서 선생님과 만나면

처음에는 아주 얌전한 모습을 보인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느 단계에선가 갑자기 악동들로 바뀝니다

얄미운 짓만 골라하는 단계가 온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어리광이 늘어납니다

자기만 예뻐해 달라고 하고

다른 아이에게 신경을 쓰면 울고 떼를 쓰고 해서 시선을 자기에게 끌려고 합니다

또 하지 않던 어린아이 같은 행동을 많이 합니다

두 번째는 아주 파괴적인 행동을 합니다

방 청소를 잘 하던 아이가 갑자기 어지르기 시작합니다

숙제도 하지 않고 존댓말도 없어집니다

소위 버르장머리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실랑이가 늘어납니다

즉 고집을 부리는 것입니다

선생님께 반항하기도 하고 뒷전에서 욕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면전에서 선생님을 무시하기도 합니다

이런 때 누구나 다 당황하고 야단치고 미워하기 마련입니다

이런 행동들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우선 얄미운 행동을 하는 것은 그만큼 선생님에 대한 신뢰감이 형성되었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생겨서 그 앞에서는 긴장하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한다는 것이지요

두 번째는 자기공격성을 해소하는 것입니다

아이들도 마음에 쌓인 것이 많습니다

이것을 누군가 받아주어야 하는데 집에서 부모님이 그런 역할을 못하면

밖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선생님께 하는 것입니다

대개 이런 부모님이 선생님께 하는 말이 우리 아이가 집에서는 안 그러는데 합니다

집에서 아이를 받아주지 않았다는 이야기지요

세 번째는 이런 일련의 행동은 집을 새로 고치기 위해서 잘못 세워진 기둥을 해체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아파트처럼 되어있지 않고 마치 옛날 집처럼 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손보려면 먼지도 아주 많이 일어나고

비용도 시간도 만만치 않게 드는 것입니다

이것은 비단 남녀간의 문제만이 아니라

새로 만나는 모든 사람들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입니다

예를 들면 새로 임명된 간부들이 기존의 단체원들과 어울릴 때

혹은 새로 이사온 사람들이 이웃과 어울릴 때

새사람끼리 만났을 때

누구나 한번은 혹은 계속해서 거쳐야 하는 갈등의 단계인 것입니다

그러면 이런 갈등의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가?

받아주는 사람의 자세에 달린 것입니다

소위 역전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대개 속이 뒤집어진다고 하지요

그런 것을 역전이라고 하는데 이런 역전이를 얼마나 잘 견디어내는지가 중요합니다

이런 갈등을 거치고 나면 마치 비 내린 후의 땅처럼

더욱 견고한 자리가 잡힌다는 것이지요

어떤 자리에서건 이런 갈등이 생긴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이런 갈등을 피하려고 하는 것은 결국 관계를 피상적으로 만들고 마는 것입니다

나는 사람들에게 들볶이는 것이 싫다는 분들은

결국 다른 사람의 마음 안으로도 자기 안으로도 들어가지 못하는

회피성 인생을 살게 됩니다

차라리 상대방을 받아주다가 힘들면 그냥 대차게 받아버리시는 것이 좋습니다

서로가 엉겨서 머리끄댕이 잡고 싸우다보면 진이 빠져서 이제 그만 하자할 때가 오는 것이지요

갈등은 하느님과 나, 나와 이웃, 나와 나 자신과의 관계 모두에게 중요한 것입니다

성장하기 위해서 갈등은 꼭 거쳐야 하는 단계입니다

-도반신부님 강론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