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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산책) 감사에 더디고 파티에 익숙한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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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대 [adsum1988] 쪽지 캡슐

2004-11-10 ㅣ No.8437

 

◎ 2004년11월10일(수) - 성 대 레오 교황 학자 기념일


▣ 성 대 레오(400-461) 교황 학자


  초대교황 사도 베드로를 선두로 제31대 교황 에우세비우스(+310)에 이르기까지 초대 교회의 31명 교황들은 거의 모두 순교, 옥사, 유배로 생을 마감했다. 교회의 박해자는 바로 로마 황제들이었다. 그들은 야만적 폭력을 통해 교회와 교황에게 끊임없이 도전과 박해를 가했다. 그러나 교황과 카이사르 사이의 투쟁, 영권(靈權)과 속권(俗權)의 투쟁은 결국 십자가의 승리로 끝났다. 313년의 소위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전환기를 맞으면서 교회는 비로소 로마시민권을 획득하고 지하생활을 청산하게 된다. 그 후 로마의 교황들은 황제가 지어 바친 라테라노 대성전을 로마교회의 주교좌로 삼고 라테란 궁전을 거처로 삼았다. 4세기 말엽 북방으로부터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되면서 로마제국은 서서히 기울게 된다. 로마가 자신을 방어해 줄 주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할 때 로마 교황좌에 위대한 인물이 나타났으니, 그가 바로 레오 1세 교황이다.


400년경 이탈리아의 토스카나에서 태어나 440년 제45대 교황에 선출된 대(大) 레오 성인은 당시 서방교회 안에서 로마 주교의 중요성에 대한 확신을 뚜렷이 하고, 교회를 통하여 세상에 대한 그리스도의 지속적인 현존이 가시화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확고히 믿었다. 대 레오 교황은 베드로의 후계자로서 자신의 역할에 부단히 헌신하면서 자신의 동료 주교들을 “인간적인 나약함을 지닌 자기와 같은 주교”로 생각하고 그들을 동등하게 이끌어 갔다. 레오는 고대 교회에서 행정 능력이 가장 뛰어난 교황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알려졌다.


그가 이뤄낸 중요한 업적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① 인간의 원죄설(原罪說)을 부인하는 펠라지아니즘(Pelagianism)과 선(善)과 악(堊)의 이원론(二元論)을 주장하는 마니케이즘(Manichaeism) 및 기타 이단들을 인내와 대화로 다루었고, 이단 추종자들에게 참다운 그리스도교 신앙을 안전하게 지키도록 요구했다. ② 동방 교회와의 관계에서도 로마주교좌의 수위권을 주장하였고, 교리 분쟁에서도 그리스도의 본성에 뿌리박은 교회의 가르침을 밝히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③ 강한 믿음을 가지고 중재역할을 하여 야만족의 침략으로부터 로마를 보호하였다. ④ 자신의 깊은 영성을 바탕으로 하여 헌신적으로 신자들을 사목하였다. 이 점이 그를 성인으로 이끌었던 것이다. 성인은 깊이 있는 영성과, 성서와 교회에 관한 해박한 지식으로 유명한 설교를 많이 남겼다. 이렇게 대 레오 교황의 20년 재위기간을 통하여 로마 주교좌의 세력과 명망은 더할 수 없이 성장할 수 있었다. 대외적으로 교황은 명실상부 로마시의 수호자가 되었고, 대내적으로도 로마교회의 최고 통치권의 기반을 확고히 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그 후 레오에게 ‘대(大)’란 존칭을 부여하게 된 것은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


[오늘의 복음]  루가 17,11-19

<하느님께 찬양을 드리러 돌아온 사람은 이방인 한 사람밖에 없단 말이냐!>


  11) 예수께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는 길에 사마리아와 갈릴래아 사이를 지나가시게 되었다. 12) 어떤 마을에 들어가시다가 나병 환자 열 사람을 만났다. 그들은 멀찍이 서서 13) “예수 선생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하고 크게 소리쳤다. 14) 예수께서는 그들을 보시고 “가서 사제들에게 너희의 몸을 보여라.” 하셨다. 그들이 사제들에게 가는 동안에 그들의 몸이 깨끗해졌다. 15) 그들 중 한 사람은 자기 병이 나은 것을 보고 큰 소리로 하느님을 찬양하면서 예수께 돌아와 16) 그 발 앞에 엎드려 감사를 드렸다. 그는 사마리아 사람이었다. 17) 이것을 보시고 예수께서는 “몸이 깨끗해진 사람은 열 사람이 아니었느냐? 그런데 아홉은 어디 갔느냐? 18) 하느님께 찬양을 드리러 돌아온 사람은 이 이방인 한 사람밖에 없단 말이냐!” 하시면서 19) 그에게 “일어나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 하고 말씀하셨다.◆


[복음산책]  감사에 더디고 파티에 익숙한 우리들


  예수께서 나병환자 열 사람을 고치신 오늘 복음의 기적사화는 루가복음만의 고유한 사료이다. 루가는 예수님의 예루살렘 상경기(9,51-19,28)를 엮어가면서, 예수께서 상경 길에 있다는 사실을 자주 강조하고 있다.(9,51.53; 13,22.33; 17,11; 18,31; 19,11.28) 뿐만 아니라 베레아 지방을 통해 가시면서 오늘 갈릴래아와 사마리아 지방을 언급한 이유는 나병환자 열사람 중에 이방인으로 취급받던 사마리아 사람 하나가 끼어있었기 때문이다. 사마리아 사람들에 대한 예수님의 입장이 상당히 호의적이었다는 사실은 이미 지나간 복음들에서 드러났다. 애당초 사마리아 지방을 거쳐 예루살렘 상경계획을 잡았을 때, 사마리아 사람들의 냉대를 제자들이 꼽게 여겨 하늘의 불을 내려 태워버리자고 했지만 예수께서는 초연히 우회로를 택하셨다.(9,52-56)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예화(10,29-37)에서도 예수님의 호의적 속내가 드러난다. 오늘 복음의 나병환자 열 사람의 치유사화에서도 사마리아 사람의 행동이 돋보인다.


  구약성서에서는 사제들이 나병뿐 아니라 온갖 종류의 악성 피부병들을 부정함으로 규정하고 그 환자들을 격리시켜 살게 하였다. 그들이 완치되었을 경우, 자신의 피부를 사제에게 보여 정함으로 인정받아야 했다.(레위 13장) 사제가 정함을 선포하면 병이 나은 자는 사제와 함께 예루살렘 성전의 장막에서 복잡한 ‘정화예식’을 치러야 했다.(레위 14,2-14) 하루도 아니고 8일씩 걸리는 이 예식이 얼마나 복잡하고, 사실 골치 아픈 것인지는 레위기의 이 대목을 꼭 읽어보아야 한다. 이 대목을 읽고나면 나병환자 10명 중에서 유대인이었던 9명의 배은망덕한 행위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악성 피부병자들이 마을 중심과 격리된 어귀에 모여 살았기 때문에 마을로 들어오시는 예수님을 쉽게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들이 예수님께 치유의 자비를 청했다. 사실 예수께는 어떤 병이든 치유 따위는 문제도 아니었다. 예수께서는 병자들이 사제들로부터 치유를 인정받고 공식적인 정화예식을 치름으로써 가족들과 함께 다시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를 바라셨던 것이다. 사제에게 가는 도중에 치유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10명중에서 9명은 유대인이었다. 그들이 나병환자로 격리되어 지내는 동안 살아서는 결코 그들 가족과 동족에게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 리가 없겠지만, 만에 하나 낫게 된다면 율법이 규정하는 ‘정화예식’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그 예식을 치러야 하는지 머릿속에서 수백 번을 뇌까렸을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치유된 것을 확인하는 순간, 더 힘차게 사제들에게 달려갔을 것은 안 봐도 뻔한 일이다. 그러나 단 한 사람, 바로 이방인으로 간주되는 사마리아 사람은 그 자리에서 하느님을 찬미하고, 예수께로 돌아와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그가 제대로 치유를 받은 사람이 된 것이다.


  과연 깨끗하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법(法)이 사람을 깨끗하다고 선포한다 해서 깨끗하게 되는 것인가? 깨끗하고 흠 없이 산다는 것은 사람의 인정을 받기보다 하느님의 인정을 받는 삶이다. 정화예식은 천천히 치러도 늦지 않다. 그러나 생명의 주인이신 예수님의 발걸음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그분은 예루살렘을 향하여 자신의 길을 가야 하시는 것이다. 오늘 9명의 유대인들 속에서 찬양과 감사에는 더디고, 축하파티에는 잽싸고 익숙한 우리들 자신을 본다. 감사와 찬양에는 정한 날 없이 미루고, 파티와 회식과 약속에는 열 손가락이 모자라는 우리들이 아닌가?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두 배의 기쁨으로 삶을 사는 것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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