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토)
(녹) 연중 제13주간 토요일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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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발견한 상본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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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5-01-22 ㅣ No.9152

 

1월 23일 연중 제3주일-마태오 4장 12-23절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다가왔다.”



<우연히 발견한 상본 한 장>


언젠가 소년원에서 보내온 한 친구의 편지 한 토막을 읽으며, 뒤로 넘어질 뻔 했습니다. 누군가로부터 몇 번 듣긴 들은 것 같았습니다. “신부님, 또 다시 실망을 안겨드려서 죄송합니다. 신부님 그렇지만 앞으로 지켜봐주십시오. 반드시 ‘개가천선’해서 떳떳한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전도를 시작하시는 예수님께서 백성들을 향해서 선포하신 첫마디 말씀이 “회개하라”는 말씀입니다. 회개란 단어 안에는 개과천선(改過遷善)-과거의 허물을 고쳐 착하게 살아감-이란 의미도 내포되어 있습니다만, 그리스도교 신앙 안에서 회개는 언제나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관계와 결부되어 있습니다. 하느님을 등지고 내갈 길을 고집했던 지난 삶을 가슴아파하며 다시 한번 하느님께로 얼굴을 돌리려는 노력이 회개의 본 모습입니다.


회개여정은 뼈를 깎는 각고의 노력을 필요로 하기도 합니다. 또는 대단하고 특별한 체험과 함께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때로 미풍처럼, 산들바람처럼, 우리 자신도 모르게 살그머니 다가오기도 한답니다.


동시, 동요 분야의 탁월한 작사 작곡자이신 유경환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산을 오르시다가 길섶에 핀 아주 작은 풀꽃, 보일락말락한 노란 풀꽃 한 송이를 발견하셨는데, 그 꽃이 너무 예쁜 나머지 땅바닥에 엎드려서 자세히 바라보니, 그 작은 풀꽃 안에 하느님이 계시고, 그 작은 풀꽃 안에 우주의 모든 이치가 다 들어있더라는 말씀.


워낙 영적으로 사시고, 또 맑은 정신과 티 없는 마음을 지니고 살아가는 분이다보니 그런 체험을 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회개란 것은 때로 이렇게도 다가온답니다. 아주 작은 사건을 통해, 스쳐지나가는 말 한마디, 시 한 구절과의 만남을 계기로 회개가 시작됩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일상적으로 필요한 노력이 보다 단순해지려는 노력, 맑은 정신과 깨끗한 마음을 지니려는 노력, 작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인 것입니다.


단순하게, 어린이처럼 살다보면, 우리의 시선이 조금씩 정화되기 시작합니다. 인간적, 세속적인 눈을 조금씩 감게 되고, 영적인 눈, 순수하고 맑은 눈, 신앙인의 눈, 관상가로서의 눈, 예수 그리스도의 눈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정화된 눈으로 이 세상을 바라볼 때, 우리는 또 다시 한번 회개할 준비를 갖추는 것입니다.


영혼이 담긴 시선으로, 마음의 눈으로 이웃을 바라볼 때, 십자가의 원천이던 형제는 어느새 사라지고, 행복의 원천, 기쁨의 원천, 은총과 축복의 원천인 형제가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이 바로 회개의 결실입니다.


윤해영 수녀님이 쓰신 ‘기도바구니’(성바오로 출판사)란 책을 읽다가 참으로 공감이 가는 구절을 발견했습니다.


“어느 날 문득 성가 한 소절에 눈물이 핑 돌고

성서 한 구절에 가슴이 탁 트이는 것을 우리는 경험합니다.

살면서 아주 소중한 체험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 체험은 경우에 따라

평생 잊지 못하는 삶의 나침반이 되어주기도 하지요.”


지당한 말씀입니다. 하느님의 섭리는 오묘하기만 합니다. “내가 이 나이에 변해봐야 뭐하겠어?” “제발 절 그냥 내버려 두세요. 이렇게 살다가 죽게요” 하는 우리 삶에도 하느님은 미풍처럼 다가오십니다. 우연히 발견한 상본 한 장, 거기에 적힌 별 의미 없어 보이는(평소) 성서 한 구절이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기도 한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는 노력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희망의 신앙입니다. 그리스도 신자들에게는 죽는 순간까지 포기란 없습니다. 멈춘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합니다. 삶의 진정한 의미는 주님 안에 끊임없이 변화하고, 회개하고, 성장하는 데 있습니다.


죽기 일보 전까지 변화되기를, 회개하기를, 성장하기를 꿈꾸어야 할 것입니다. 죽는 순간까지 또 다른 인생, 또 다른 회개여정을 열어 가는 것, 그것이 이 한해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일 것입니다.


문득 삶이 텅 비어 버렸다는 것을 느낄 때, 절망의 한가운데 있음을 알아차린 순간에도 힘을 내십시오. 그런 순간이야말로 또 다시 일어설 순간입니다.


예수님께 돌아서십시오. 그분 말씀에 의지하십시오. 예수님께 간절히 매달리십시오. 예수님과 함께 새 삶을 시작할 은혜를 간구하십시오. 그것이 회개의 본질입니다. 죽는 순간까지 회개하고, 회개하고, 또 회개하면서 예수님을 향해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영적 인생을 펼쳐나가는 노력이야말로 회개의 본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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