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토)
(녹) 연중 제13주간 토요일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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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없다면, 저는 무엇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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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숙 [shwang] 쪽지 캡슐

2005-08-17 ㅣ No.11985

 
    
    
    가나안 여자의 믿음
    
    이 때 그 지방에 와 사는 가나안 여자 하나가 나서서 큰소리로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제 딸이 마귀가 들려 몹시 시달리고 있습니다." 하고 
    계속 간청하였다.<마태오 복음 15, 21-28>
    
     얼마 전 일요일 오후, <피아노>를 비디오로 보다 
    잠깐 낮잠에 빠졌는데 "수박 사려~ 수박이 이천 원~ 이천 원~"하는 
    굵직하고도 허스키하게 목이 쉰 수박 장수 아줌마의 우렁찬 라이브 
    수박 타령이(^^*) 달콤한 단잠을 깨우더군요.*^^*
    
    저희 집 동네를 계속 돌며 오 분에 한번씩 큰 소리로 "수박 사려~"를 
    외쳐대는 수박장수 아줌마의 거칠고 투박하면서도 힘이 넘쳐나는 
    라이브 수박 타령(^^*)에 이끌려 몇 천원을 쥐고 뒤 따라 나가 보니, 
    땀과 먼지로 절은 티셔츠에 건강하게 그을린 구릿빛 얼굴을 지닌
    키 작은 아줌마가 구슬땀을 송송 흘리며 몇 덩어리 수박이 담긴 
    리어카를 씩씩하게 끌고 계시더군요.
    "수박이 이천 원~" 
    "수박이 이천 원~"
    
    자연적으로 선탠이 된 구릿빛 살결들과 거의 남성화된 우렁찬 음성을 
    통해 비록 리어카를 끄는 배움 적고 가난한 수박 장수 아줌마이지만, 
    한 여름 무더위도 아랑곳없이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열심히 꾸려가는 
    건강한 또순이 아줌마임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답니다.
    
      순 100% 라이브 음성으로(^^*), 
    겨우 이천 원짜리 수박을 파는 수박 장수 아줌마임을 온 동네방네 
    외치고 다니지만, 자신의 삶이 결코 이천 원짜리 수박 인생이 아니기에 
    땡볕에도 열심히 리어카를 끌면서 우렁차게 수박 사려~를 외쳐대는, 
    ...살기 위해 부르짖는,...존재의 이유를 알리는,..운명을 개척하는 
    수박 장수 아줌마의 억척스런 외침(?)을 들으며 마귀 들린 딸을 둔 
    한 가련한 가나안 여인을 묵상해 보았습니다. 
    
    마귀 들린 딸로 인해 비극적이고도 불행한 운명에 함께 엮어진 
    그 어머니 역시 이천 원짜리 수박 장수 아줌마만큼이나 
    우렁차고도 씩씩한 음성을 지녔었나 봅니다.^^*
    
    희망이 없어 보이는 딸의 미래와 자신의 암담한 인생에 
    오직 주님의 자비만이 구원을 가져다 줄 수 있음을 
    오랜 고통과 기다림을 통해 깨달은 가나안 여인은 
    구원자 주님께 "제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있는 힘을 다해 
    큰 소리로 부르짖습니다. 
    
    바로 그 부르짖음은 주님께 대한 
    절절하고도 애절한 신앙고백이자 
    생을 포기하지 않는 뜨거운 외침이기도 합니다.
    
    자비를 베풀어 주시는 분께 제발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큰 소리로 용감무쌍하게 외칠 수 있음은 
    비참한 운명에 굴하지 않고 주님의 자비에 힘입어,
    자신과 마귀 들린 딸의 암담한 인생을 극복하고자 하는 
    강렬하고도 끈질긴 생에 대한 집념이 아닐련지요.
    
    그 여인은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마귀 들린 딸로 인한 서글프고도 상처 많은 인생을 
    자포자기해 스스로 자신을 비하시키며 남들에게 
    신세타령이나 늘어놓는 말 많고 수다스런 여인으로
    전락해 버릴 수도 있었겠지만,
    그 비참하고도 고통스런 상황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벗어나 운명을 개척하려고 하는 용기와
    강아지까지 되어 꿇어 엎드리는 믿음과 재치로 
    마침내 주님을 감동시켜 딸과 자신에게 
    새로운 장미 빛 인생(^^*)을 열리게 합니다.
    
      그야 말로 
    "여자는 약해도 엄마는 강했습니다."
    딸의 운명과 자신의 운명을 동시에 개척한 
    그 어머니는 얼마나 아름답고도 용감한 여인인지요!
    
    이천 원짜리 수박 장수 아줌마임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한 여름 무더위에 구슬땀을 송송 흘리며
    세상을 향해, 자신의 운명을 향해 우렁차고도 씩씩하게
    "수박 사려~ 수박이 이천 원, 이천 원~" 하며
    소리치는 억척스런 또순이 수박 장수 아줌마와,
    
    마귀 들린 딸을 둔 것도 부족해 주님과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개(犬)가 되는 수모와 모욕감을 받으면서도
    끝내 딸을 치유시키고 새로운 삶을 동시에 선물 받은 
    또순이 아줌마 가나안 여인의 
    "자비를 베풀어 주시라"는 억척스런 부르짖음이(^^*)
    8월의 태양만큼이나 강렬하고도 뜨겁게 제 마음에 울려옵니다.
    
    당신의 자비 없이는 살아갈 수 없기에
    강아지라도 될 수 있는 가나안 여인의 믿음을 청하며
    저도 씩씩하고 용감하게 당신께 부르짖습니다.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당신이 그렇게 가까이 계신데 
    제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못하겠습니까? 
    당신 없는 저는 무엇이겠습니까? 
    제가 당신 곁에 머물지 않는다면 
    저는 무슨 가치가 있겠습니까? 
    <아빌라의 데레사>
    
    ♬배경 음악 안톤 드보르작(Anton Dvork), 낭만적 소품 O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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