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토)
(녹) 연중 제13주간 토요일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으냐?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기다릴 줄만 안다면

스크랩 인쇄

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5-10-25 ㅣ No.13057

10월 25일 연중 제30주간 화요일-루가13장 18-21절


“하느님의 나라는 이 겨자씨와 같다.”



<기다릴 줄만 안다면>


언젠가 한 아이가 저희에게 왔었습니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단 한순간에 부모를 여의고 천애고아가 된 아이. 이 사람, 저 사람의 손을 거쳐 저희 집으로 왔었지요.


그 아이를 처음 본 저는 너무도 안쓰러워서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습니다. 그저 가만히 끌어안고 등을 두드려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는 어찌나 가냘프던지 엄마 잃은 어린 새와도 비슷했습니다. 아이는 얼마나 여리던지 주인을 잃고 거리를 서성대는 애완견 강아지와 같았습니다.


“이제 여기가 집이다. 내가 네 아빠다. 마음 편히 먹고 잘 지내거라”며 아무리 달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던 아이, 그렇게 딱 일주일을 울더군요.


그러던 아이였는데, 어느새 10년, 15년의 세월이 흘렀네요. 그 사이 아이는 듬직한 청년이 되었습니다. 가끔씩 그 아이를 만날 때 마다 너무나 대견해서 가슴이 다 흐뭇해집니다. 부자가 된 기분이 듭니다. 저녁을 안 먹어도 배가 고프지도 않습니다.


물론 아직도 마음 깊은 곳에는 아물지 않은 깊은 상처가 자리 잡고 있지만, 그래서 자주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너무도 잘 성장했습니다.


비록 중소기업이지만 이제 아이는 어엿한 중간관리자입니다. 자기 밑에 여러 명의 사람을 두고 있습니다. 마음씀씀이도 얼마나 착한지, 윗사람, 아랫사람 할 것 없이 칭송이 자자합니다.


이 험난한 세상, 도대체 제대로 살아가기나 할 것인가 무지 걱정했었는데, 늠름한 그루 나무로 성장한 아이는 활기찬 생명력으로 가지를 쭉쭉 뻗고 있습니다.


그 아이를 볼 때 마다 오늘 복음말씀이 떠오릅니다. 꼬마시절의 짠한 모습, 햇병아리 같은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이제 아주 건강하고 든든한 한 젊은이가 제 앞에 서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겨자씨 한 알을 밭에 뿌렸다. 겨자씨는 싹이 돋고 자라서 큰 나무가 되어 공중의 새들이 그 가지에 깃들였다. 하느님의 나라는 이 겨자씨와 같다.”


겨자씨는 시력이 안 좋은 어르신들께서는 돋보기를 끼셔야 볼일만큼 그 입자가 작습니다. 이렇게 작다보니 율법학자들은 작은 것의 대표선수로 늘 이 겨자씨를 예로 들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그들의 습관을 이어받으셨던가봅니다.


그러나 이 작은 겨자씨가 발아해서 자라나면 나중에 그 키가 3-4미터에 도달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무의 잎사귀가 얼마나 풍성하든지 새들까지 날아와 앉아 쉰다고 합니다.


하느님 나라는 기다리는 데 의의가 있는가봅니다. 비록 오늘 우리의 모습이 너무나 부족하고, 때로 비참해보일지라도 작은 희망의 씨앗을 마음에 지속적으로 간직한 채 살아가다보면 하느님의 은총에 힘입어 언젠가 반드시 큰 결실을 보게 되리라 저는 확신합니다.


오늘 제1독서 중에 사도 바오로의 말씀처럼 비록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이 아무리 극심하다 할지라도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을 간절히 기다린다면 하느님께서는 절대로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실 것입니다.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에 비추어보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느님 나라는 정체되어있지 않고 성장해나가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더욱 확장시켜나가야 할 나라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유해야 할 나라입니다.


비록 오늘 우리의 생애가 암담하다 할지라고, 사면초가라 할지라도, 더 이상 희망이 없어보일지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하느님의 때를 기다린다면 언젠가 반드시 그분의 큰 사랑을 우리 눈으로 똑똑히 확인할 수 있으리라 저는 확신합니다.



995 6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