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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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분께서 용서 외에 진정 원하시는 것은 / 사순 제3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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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식 [big-llight] 쪽지 캡슐

2024-03-05 ㅣ No.170322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그분께서 용서 외에 진정 원하시는 것은 / 사순 제3주간 화요일(마태 18,21-35)

 

남이 섭섭하게 했던 일은 좀처럼 잊지 못한다. 하지만 남이 고맙게 했던 일은 어느새 잊는다. 남에게 뭔가를 베풀었던 일은 오래 기억하지만 남에게 상처 준 일은 까맣게 잊는다. 이게 우리네 인생살이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큰 아픔 준 이 용서하지 못한다. 우리 죄 용서받으려면, 우리도 다른 이 용서해야만 한다. 미움은 치유는커녕 오히려 고통만을 더 가중시킬 것 같기에.

 

1995년 미국 오클라호마의 연방 정부 청사에 대한 폭탄 테러 사건은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낸 큰 참사였다. 이 범인은 사형 선고를 받고 공개적으로 처형되었다. 많은 언론이 이를 인터뷰했다. 그러나 하나같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허무한 마음뿐이었단다. 후련해질 것으로 기대한 게 전혀 그렇지 않았다나. 이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자신이 받은 상처의 치유와는 아무 관련이 없음을 말해 준다. 진정한 치유는 오직 용서로만 가능하다는 것을 받아들일 때에야 치유되기에. 죄인인 우리를 주님은 언제나 용서하셨다. 그러므로 미루어 온 용서를 그분께 청하자.

 

인생은 고마운 일만 기억하며 살기에도 너무나 짧다. 그러기에 큰 아픔 받아 상처만 남은 것은 주님께 의탁해드리자. 미운 마음 그렇게 다 드리자. 붙들수록 자신만 불쌍해 질 테니까. 무엇보다 보복 않겠다고 다짐하자. 그게 용서의 출발이다. 용서받고 싶은 것만큼 꼭 용서하자. 용서는 사랑의 구체적 행위이니까. 용서받는 일 은총이지만, 용서하는 일은 더 은총이다. 얼마나 많은 이가 용서받지 못해 고통 받을까? 예수님도 우리 죄 때문에 십자가를 스스로 지셨다.

 

그때에 베드로가 예수님께, ‘주님, 제 형제가 제게 죄지으면, 일곱 번까지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라고 물었다. 예수님께서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라고 대답하셨다. 예수님 제자들도 이렇게 용서가 어려운데, 우리도 서로 용서하며 산다는 게 사실 쉽지 않다. 우리가 용서 못하는 것은 하느님 모르는 것과 같다. 그분에 대한 교만에서 나오기에.

 

어떤 대가로 베푸는 것은 진정한 용서가 아니다. 용서는 하느님 자비 외에는 달리 설명할 게 없다. 용서는 무엇을 바쳐 얻어 내는 게 아닌, 스스로 낮추며 뉘우치는 하느님께서 거저 주시는 선물이다. 하느님은 무엇을 해달라고 요구하시는 분이 결코 아니시다. 사랑으로 준 선물에 대가를 요구하면, 그건 하나의 유혹이다. 그분께서 용서해주시는 것은, 이 가엾은 마음이리라.

 

이 시각 못다 한 용서를 한번 되돌아보자. 베드로가 자랑스럽게 이야기한 그 많은 일곱이 아닌, 단 한 번도 용서하지 못한 게 우리 주위에 수없이 널려있다. 이렇게 베드로는 잘못한 형제를 일곱 번 정도 용서해 주면 되느냐고 예수님께 질문했다. 당시에는 세 번 정도 용서해 주면 된다고 생각했기에, 그는 한술 더 떠 일곱이라고 말한 것이리라. 이는 내심 칭찬받고 싶은 의도였지만, 그분께서는 일곱 번이 아닌, 일흔일곱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라고 말씀하신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일흔일곱이란 사실 무한수를 뜻하신 것이다. 끝없이 용서해 주라는 거다.

 

이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의 생각을 바꾸는 길밖에는 없다. 모든 것을 예수님 기준에, 당신을 죽인 자들까지도 용서하신 그분 기준에 맞추는 것 외에 달리 길이 없다. 그러기에 주님께서는 그러한 자리로 우리를 부르시고, 우리에게 용서하라고 가르치시는 거다. 하느님께서 진정 나에게 원하신 게 무엇인지를, 이 사순 시기에 깊이 묵상해 보자.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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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일흔일곱,무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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