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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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성, 천막 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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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용 [baekny] 쪽지 캡슐

2000-12-23 ㅣ No.16053

1. 구약 성서를 찾아 보면 "보호성"이라는 단어가 등장합니다.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라는 동태 복수법 시대에 살인 의지 없이 저지른 "과실 치사"범이 무조선 동태 복수법 에 의하여 피살자의 친척에게 죽임을 당하면 계속 피의 복수가 이어질 것이기에 이런 사람이 보호성으로 지정된 성소로 피신을 하면 보호를 받아서 정상적인 재판을 받을 기회를 주고자 함이었습니다. 이런 전통에 따라서 교회는 그 보호성의 역할을 충실히 하여 왔습니다. 그 것이 자칫 법을 피해서, 아니 법을 거스려 사는 사람을 기한도 없이 데리고 살아야할 교회의 의무인 양 잘못 이해되었다면 다시 교정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성서에 근거한 내용이지 본인의 개인적 의견은 아닙니다. 2. 군부 독재의 서슬이 시퍼럴 때의 일이었습니다. 부산 미 문화원 방화 사건으로 연루 된 원주교구의 최기식 신부님은 체포를 피하여 명동 성당으로 왔습니다. 그 때 조차도 교회는 언론을 환기 시킴으로써 가능한 한 부당한 반인격적 대우를 덜 받게 하고는 사흘 만에 자진 출두를 시켰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최신부님이 정당한 대우를 받지는 못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것이 민주화의 성지로 형성되어 가던 시절의 명동 성당의, 더 자세히 표현 하자면 서울 대교구의 입장을 대표하는 사례입니다. 3. 지금까지 220여일간 명동 성당에서 천막 농성을 하던 보안법 관련 수배자들은 몇차 례나 기한을 정해놓고, 그 때까지 특사가 있거나 보안법이 바뀌는 등 어떤 해결책이 안나오면 자진 출두를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는 번번히 약속을 어겼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12월 10일, 15일, 17일 등등의 약속을 했고 또 어겼지만 한통 노조의 전쟁 같은 농성으로 신경을 쓰지 못했다가 한통의 철수와 함께 철수를 요구했었습니다. 그 때는 생각없이 "그럼 잡혀가는 수 밖에 없군요" 하고 쉽게 이야기 하고 막상 철수를 시키니까 나이 드신 어른들께 욕지거리와 폭행을 했습니다. 4. 성당에 피신 해 오는 것은 또 그렇다고 합시다. 피신해 온 사람들이 거기서 깃발을 달 고 폭력적인 구호를 외치고 있다는 것은 성당을 투쟁을 위한 본거지로 삼는 행위입니다. 적어도 피해온 사람 답게 조용히 살아야 마땅합니다. 사람들은 서로 다른 이념과 주장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데 성전이 그 어느 한 쪽을 감싸 고 도는 듯한 느낌믈 주면 교회는 분렬되고 맙니다. 그 것도 독재 시절에 민주화를 외치 던 그런 보편적인 정당성을 위해서라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그 사람들이 외치는 부분에 있어서는 의견이 나뉘어져 있습니다. 본인도 개인적으로는 보 안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공식적으로 그런 표현을 자제해왔습니다. 한 공동체의 지도자이기 때문입니다. 본인들의 의견은 소신껏 외치십시요. 하지만 남을 설득하려고 노력해야지 남의 의견을 투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무리입니다. 남의 의견을 존중하고 평화적인 일치를 원치 않는다면, 그런 바탕 위에서는 북한과의 평화 통일도 불가능하고, 굳건한 믿음을 필수로 하는 종교끼리도 전쟁만이 있을 뿐입니다. 내 소신을 갖되 남의 소신은 존중하는 아량이 필요한 때입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명동 성당 주임 신부 백 바 오 로 ( 남 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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