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자유게시판

>> 청량리 본당에 대한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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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섭 [vimok] 쪽지 캡슐

2001-04-04 ㅣ No.19194

근간에 아름답지 못한 이야기로 이곳 자유게시판에 거론되고 있는 청량리 성당의 청년(청년이라기에는 나이가 좀 많지만)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전 사무장님이나 전 사무원과 가까운 사이였고 그 두 분과 저와의 인연이 이렇게 되어가는 것이 너무 화가 나고 안타까운 사람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곳 굿뉴스 자유게시판에서 저희 본당 일에 관심을 갖고 의견을 말씀하여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처음에 글을 올리신 분들은 감사한데 근간에 글을 올리시는 분들께는 죄송합니다만 상당히 불쾌한 느낌이 드는 것을 피할 수가 없네요.

 

과연 우리가 신앙인이고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라는 사실 자체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과연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한 핵심은 벗어나서 꼬투리를 잡는 것에 지나지 않는 글이 계속 올라오네요.

 

지금 이번일로 가장 상처를 받은 사람이 누군지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을 하시지 않으시고 개인적인 의견만 내시는것 같습니다.

제가 볼 때에는 이번 일로 같은 신앙공동체에서 저희가 해야 할 일은 누구도 상처를 받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고 만약 상처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하느님께서 그분의 상처를 치유해 주실 수 있도록 기도를 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저희 청량리 성당 게시판이나 여기 자유게시판에서 저희 본당에 대한 글이 올라오는 것은 정확히 신부님에 대한 비난의 글이거나 아님 거기에 대한 반박의 글이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중 몇몇 분들은 정말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사무실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어려움을 쉽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구요.

 

> 사무실 업무가 쉽다고 생각하시는 분께

제가 청량리 본당을 나가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저희 본당 사무실의 사무원은 이번에 바뀌는 것으로 4명째입니다. 한 10년정도 되었죠.

그 기간동안 2번은 수녀원에 입회하시는 문제로 사무실을 그만 두셨고 이번이 모두 놀랄 일로 그만 둔 것입니다.

사무실의 업무가 쉽다 또는 편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과 사무원이나 사무장님이 불친절하다고 말씀하신 분들께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성탄절이나 부활절을 즈음한 때 주일에 단 하루만 사무실에 계셔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특히 연말에 교무금 정산할 무렵과 주일이 겹치면 사무실은 전쟁터 같았던 적도 허다합니다. 특히 저희 본당은 교통이 편한 편이라 외부 분들의 미사시간 문의 전화부터 장소확인 전화에 이르기까지...

주일에 쉬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이고 희생인지 경험하지 못하신 분은 모릅니다. 저도 한 때 성당에서 봉사활동 한다고 한 1년 정도를 주일엔 아예 성당에서 살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교우들과는 많이 가까워졌지만 그 외의 친구들이나 인간관계는 거의 파탄이 되고 맙니다. 더욱이 사무원이 해당 본당 출신이 아닐 경우에는 그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 저희 본당 주임 신부님께 글을 올리시는 분께

사실 저도 주임 신부님의 결정에 불만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분이 조금만 더 현명하게 처리해주실 수는 없었을가 하구요.

하지만 저희 주임 신부님께 글을 올리시는 분들은 교우분이 맞나 의심이 갈 정도네요.

저도 한 때는 신부님과 트러블도 많았고 신부님께 권위적이니 뭐니 하고 덤빈 적도 많습니다. 그리고 한 때는 아무나 신부님이 되나보다라고 생각한 적도 있고 정말 심할 때는 신품에 대한 회의를 가졌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분이 제게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제가 옷을 벗고 세속으로 돌아와도 그 분은 사제라는 이야기를...

우리는 간혹 신부님이셨다가 사제복을 벗고 가정을 이루고 사시는 분을 드물게 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 그분들은 더 이상 사제가 아니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제게 말씀을 해 주신 분의 이야기는 그분도 사제라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교회법에 의해서 사제직분을 정지당한 것이지 성령에 의해 거행된 신품성사는 철회될 수 없다고 하시더군요.

저는 저희 주임신부님이 제가 바라는 선택을 하시지는 않으셨지만 나름대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셨다고 믿고 싶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도 저희 주임신부님께서 단지 당신 임의로 결정을 했다고 생각하지 말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희에게 말씀 못하실 사연이 있을 수도 있고 그분은 주님의 부르심에 응해서 당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목자로 나서신 분입니다. 전 복음서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수많은 말씀 중에 항상 마음에 품고 사는 이야기는 사랑에 대한 말씀과 판단에 대한 말씀입니다.

사실 전 무척 현상에 대해서 즉각적으로 판단을 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판단을 해 버리는 순간 저에게 하느님은 항상 원망의 대상이 되거나 내편이 아닌 대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저희 신부님을 비난하시기 전에 그분도 생각이 없으신 분이 아니고 마음이 없으신 분도 아닌데 그런 결정을 내리시기까지 얼마나 힘드셨을지를 생각해야 하지 않을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신부님께 비난을 하실 시간에 차라리 지금 가장 힘들어할 저희 전 사무장님과 전 사무원에게 주님이 함께 하셔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청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모든 분들께

지금까지 장문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전 사무원이셨던 분은 제게 어쩜 서운하게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 어쩌면 제가 신부님 편을 드는 것 같아서 화가 나시는 분들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은 들지만 지금의 소모적인 논쟁은 그만 두었으면 하는 심정에서 글을 올립니다.

만약에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우리 모두 이 세상을 정리하고 하느님을 뵈러 갔을 때 하느님 앞에서도 지금처럼 싸우시겠습니까?

우리의 주인 되신 하느님 앞에서 노동권이니 부당해고니 하며 하느님의 목자를 비난하시겠습니까?

처음 이 소식을 올려주신 분의 글을 인용하면서 글을 마무리 지으려 합니다.

그 분도 아마 지금의 상황을 원치는 않으셨을거 같습니다. 그리고 주임신부님의 결정에 옳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면 누구보다 하느님을 섬기는 주임신부님께서 힘드실 겁니다.

 

지금 이번 사태로 가장 힘들어하실 사무원 자매님 그리고 큰형님 같으신 사무장님을 위해서 여러분의 많은 기도를 부탁드리며 더이상 저희 본당 내에 분열의 소지를 만드시는 글을 올리시기 전에 지금 올리는 글이 과연 모두를 위한 글인지 지금 순간의 열정인지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어쩌면 여러분이 올리는 글 때문에 주임신부님과 전 사무장님과 전 사무원이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아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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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자리를 옮겨서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본당 사무원 일을 누구보다도 좋아했고,

주님 주신 일에 감사하며 2년 7개월을 일했었습니다.

하지만 가끔씩 들려오는 이런 소식들이 저를 무척 슬프게 합니다.

그리고 답답합니다.

지금 떠나는 친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음에

더욱 답답함을 느끼며,

단지 그 친구의 상처받은 마음이 하루빨리 회복되고,

그럴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 당연하지만  

행여 이 일로 교회와 멀어지는 그런 약한 사람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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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께는 정말 감사드리고요 저희 성당이 정말 많이 힘들었습니다.

잦은 주임신부님의 인사이동으로 전 사무장님은 정말 많이 힘드셨어요.

이번에 그만두신 사무장님은 전임자가 갑작스럽게 암으로 돌아가시는 바람에 거의 인수인계없이 어느 날 오셨고 사무원으로 계시던 분은 사무장님 오신 지 얼마되지 않아서 이미 예정된 수도자의 길로 떠나셨습니다. 그리고 어린 사무원 데리고 4년 정도 계시면서 주임신부님만 네 분을 모셨습니다. 일반적으로 주임신부님은 임기가 5년정도인데...

저희 성당은 웬일인지 너무 자주 바꿨습니다. 거의 매년 바뀐 셈이죠.

 

이제는 전 사무장님과 전 사무원이었던 분과 토요일 오후 만나서 밤늦도록 이야기를 해도 된다는 사실은 이번일의 안타까움 중에서 유일한 즐거움이네요.

늘 일요일에 성당 사무실에 자리하셔야 한다는 것과 특히 일요일이 바쁘기 때문에 그리고 또 토요일은 늦게 끝나기 때문에 저희와 함께 할 시간이 늘 빠듯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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