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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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26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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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경 [kreuz] 쪽지 캡슐

2001-11-18 ㅣ No.26494

 

1.

그동안 이 게시판에서 사제들, 아니 교회의 모습을 향해

"이것이 당신들의 전부인가?"라고 물었던 모든 분들 또한

’일부를 전체로 왜곡하는’ 악의나 ’사제는 천사와 비슷하다’는

착각 속에 살지만은 않으셨을 것입니다.

 

그분의 교회에 대한 사랑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일부를 전체로 확대시켜 오해하도록 만드는 것은

결코 잘한 일이라 박수쳐드릴 수만은 없는 행동이라는 것이

저의 변하지 않는 생각입니다.

제가 사전까지 인용해가며 ’성직주의’라는 단어를 경계한 것도

작은 일부를 전체로 확대함으로써

정말 지적되어야 할 전체적인 모순이 가려지는 것을 두려워한 때문입니다.

 

2.

여전히 사제직이 우리의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사제직도 우리의 희망의 일부겠지요.

사제직만이 우리의 희망이라고 생각하시진 않을 거라고 굳게 믿습니다.

왜냐하면

요한님과 달리 저는 100% 순수 평신도거든요.^^

그리고 몇몇 신부님들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최문화씨나 다른 분들과 달리 저는

신부님들께 대해 그다지 많은 기대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3.

그리고 저는 신앙 안에 존재하는 희망은

항상 정화됨을 요구한다고 배워왔습니다.

 

백혈구의 사랑이라는 글이 있었습니다.

몸을 해하려는 외부의 적이 들어오면

백혈구는 자신의 온몸으로 그 적을 감싸안아버린다고 하지요.

저는 죄많은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람이 될 때

’세례’라고 하는 정화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때 제 몸을 깨끗하게 만든 것은 물이었습니다.

물은 저를 다치게 하지 않고도 깨끗하게 만들었습니다.

그처럼,

교회 안에 가지고 있는 자신의 희망을 드러냄으로써

살아있는 교회를 만들고자 할 때에도

물처럼, 단단하지 않게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상대방을 다치게 한다는 사실 자체가

내 희망이 이미 화석화되어 단단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4.

위로가 되는 격려이든,

질책이 되는 충고이든,

극복해야 할 공격이든,

울리지 않는 목소리를 어떻게 들을 수 있겠습니까?

 

본당 안에서 이미 많은 목소리들이 울리고 있습니다.

양들이 병들어가고 있거나

화가 나 있거나 불편해하고 있는데

그것을 본당 안에서 듣지 못하고

인터넷이라는 광활한 곳에 나와서야 들으신다면

그것이야말로 정말 달라지셔야 할 사제들의 모습이리라 생각합니다.

 

5.

울려야할 목소리를 울리도록 만드는 일에

한 몫 거드는 것

그것이 저의 싸움입니다.

 

울려야 할 목소리가 울리도록 싸우십시오.

저도 그 길에 동참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요, 동지! ^^

 

하지만, 그 길에도 지켜야 할 정도가 있습니다.

예전 드라마 제목과 같은 ’사랑과 진실’ 말입니다.

사랑의 눈으로 걸러내는 진실, 그것이 필요할 겁니다.

왜냐하면

어떤 것이 ’울려야 할 목소리’인가를 분별할 능력을

하느님께 청해야 할 만큼 혼탁한 곳이

바로 인터넷이라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느 게시판에서

한 사제를 여자문제로 거론하는 추문을 읽었습니다.

그 게시판 어느 누구도 그것을 확인할 생각은 안 하고

난도질하기에 바빴습니다.

마침내 그 거론된 여자분께서 실명으로 그곳에 나타나

진실을 밝히는 곤욕을 치러야 했지만

씹어대던 그 누구도 사과 한 줄, 자책하는 글 한 줄 남기지 않았습니다.

제가 진실을 걸러내야 한다는 말씀은 그래서 드리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요한님은 특별한 달란트를 그분으로부터 받았습니다.

교회에 대한 요한님의 그 뜨거운 사랑에

냉철한 이성이 지금처럼 늘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미혹과 거짓, 불신이 자라나고 있는 인터넷이라는 땅에

좋은 씨앗이 잘 자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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