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자유게시판

老 신부님과의 즐거운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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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peterpan65] 쪽지 캡슐

2002-05-13 ㅣ No.33249

 어제 주일날은 한 老신부님의 초대를 받았습니다.(정확히 말하자면 연락이 왔고 방문하겠다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허락하신 것이죠.)

 

평소 제가 알고 지내던 신부님도 아니었고 연세도 환갑이 훌쩍 넘은 신부님이시기에 다소 자리가 경직 될까? 염려가 없었던것도 아니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신부님이 계신 성당으로 가서 미사도 드리고 신부님에 이끌려 사제관으로 초대되어 갔습니다.

 

한번도 뵌적이 없는...그래서 다소 자리가 어려우진 않을까? 했지만 곧 그것은 기우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백발이 성성하신 신부님이셨지만 신부님은 한마디로...(이런 표현 버릇없지만...*^^*) 개구장이 이셨습니다.(죄송합니다. 신부님)

 

선하신 눈가에 장난끼 가득하신 표정으로 저희 부부를 참으로 편하게 대해 주셨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것 마냥 금새 우리는 긴장된 얼굴이 풀리고 웃음 소리를 낼수 있었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요새 컴퓨터를 막 배우시는 중이셨다고 말씀하시며 굿뉴스 자유게시판, 그러니까 이곳을 들어오는 재미에 푹 빠지셨다고 너털웃음을 지으시더군요.

 

하시며 신부님도 요즘 게시판에 대해 많이 분노해 계시지만 아직 컴퓨터에 익숙치 못하시기에 글을 올리고 싶어도 주저하시던 차에 저의 글을 읽으시고 이렇게 저희 부부를 초대하셨다며 기뻐 하셨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제게 용기도 주시고 격려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나탈리아에게는 게시판에 그 예쁜그림들 어찌 올리는것이냐? 물으시며 직접 컴퓨터 앞에 앉으셔서 열심히 나탈리아에게 배우시며 일일이 메모까지 하시더니 마치 어린애 마냥 즐거워 하셨습니다.

 

제가 모든 사제관을 다 방문하지는 못했지만 신부님의 사제관은 참으로 검소 했습니다.

 

달랑 컴퓨터와 책상 그리고 오래된 소파와 탁자, 서재가 전부였습니다.

 

간다고 하니 선물을 주신다며 아주 예쁜 성모상에 직접 김지선 최미정 부부께...라는 글귀를 적으시고 축성까지 해주시더군요.

 

빈손으로 갔던 저희는 너무 송구스러워 몸둘 바를 몰랐지만 선물을 주시는 신부님의 얼굴에 행복감이 스며들어보여 저희는 감히 거절하지 못하고 감사히 받았습니다.

 

낮에 시간나면 이제 나탈리아가 들러 컴퓨터를 가르쳐 드린다는 약속과 함께 저희는 신부님과 아쉬운 작별을 했습니다.

 

늦은밤...나탈리아와 손을 붙잡고 신부님의 배웅을 뒤로 한채 그 성당문을 나서며 저희는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함박 웃음 한가득 안고 돌아올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늙으면 저렇게 고이 늙을수 있을까?"

 

"어쩜 저리도 선함이 얼굴에 밸수 있을까?"

 

정말 예고없이 얼떨결에 받은 초대와 그리고 만남...그러면서 느낄수 있는 행복함에 모처럼 즐겁고 행복한 주일을 보낼수 있었습니다.

 

아마 이글도 그 신부님께서 읽고 계실겁니다.

 

신부님!

 

정말이지 신부님덕에 어제 주일날 너무너무 행복했습니다.

 

건강이 안좋다 하셨는데 저희 부부 꼭 잊지 않고 신부님 건강 하느님께 기도해 드리겠습니다.

 

저도 한해, 한해 지나 나이를 먹게 된다면 꼭 신부님같은 얼굴 간직할것을 다짐해봅니다.

 

너무나 감사함에 저희 부부 그저 행복할 뿐입니다.

 

사족: 신부님! 얼굴에 베이신 선함도 선함이지만 너무 미남이셨다는 것도 알려드립니다.

오늘 아주 맛나는 잠 주무시기를 저희 부부 기원합니다.

다음에 다시 꼭 찾아뵐것을 약속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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