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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 놔두시고 떠나신 신부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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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여향 [cpark] 쪽지 캡슐

2003-05-03 ㅣ No.51825

 

 

이 게시판에서 한 평신도가 "시노드"와 관련 , 신부님들을 포함한 성직계층의 의식과 행동이 심히 불만스럽다는 의견을 올렸다. 이에 대해 한 신부님께서 반론을 제기하셨는데  이를 계기로 서로간에  반론들이 오고갔다. 그리고 급기야는 이 평신도가 신부님을 인신 공격하는 글까지 올렸다.

 

다른 한편 또다른 평신도가 미사 예물과 관련한 글을 올렸다. 이글에서 그는  주교님, 신부님들을 돈밖에 모르는 수전노처럼 취급,  그들을 여자 문제를 포함 돈과 관련된 범죄를 저질를수있는 준 범죄자 취급을 하였다.

 

게시판에 올려진 이런 글들을 읽으면서 30년 넘게 신앙생활을 해온 본인은 참 마음이 아팠다. 제가 그동안 이곳, 저곳 본당을 옮겨가며 겪어본 수많은 본당 신부, 보좌 신부님들 중엔 그런 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현금의 세속주의, 이기주의, 쾌락주의가  만연한 가운데 그래도 우리를 위해 미사를 드려주고, 고해성사를 비롯한 성사를 집행해주시는 신부님들이 계시다는 것은 하느님이 내려주시는 큰 축복이다.  그분들은 모든 개인적인 것을 희생하며 우리 평신도들을 위해 미사, 기타 성사를 드려주시며, 바로 이점 하나만으로도 그들은  우리 신자들로부터 존경과 감사, 사랑을 받아 마땅할 분들이시다.

 

인간적인 잣대로 보는그분들의 기타의 모든 것들은 이분들이 해주시는 위의 성스러운 봉사에 비하면 비교할 가치도 없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고, 사랑하는 생각이라고는 조금치도 없이 신부님들의 인간적인 면들을 트집잡고, 인신공격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그리고 이제까지의 본인의 개인적인 신앙생활 중에서만 보더라도 위의 글들에 나오는 그러한 인격미숙, 부도덕한 신부님들은 생각나지않는다. 겪어본 신부님들은 모두 자기 희생을하며, 헌신적으로 자기 직무에 충실하셨으며, 신자분들을 깊히 사랑하셨던 분들이셨다.

 

위의 글들을 쓴 분들과 말로 논쟁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으며, 다만  저의 신앙생활중 최근  20년 사이 본당 신축과 관련 평신도로서 그때 그때 당시의 신부님들부터 느꼈던 개인적 감회와  께달음을 이야기함으로써 우리 평신도들의 신부님들에대한 이해에 도움이 되었으면한다.

 

모든것 다 내어놓으시고  떠나셨던 신부님들 (김승훈, 안충석, 김용화 신부님들)

 

지금이나 옛날이나 강남의 몇 지역을 제외하곤 본당 사정이나  지역내  신자분들 사정이 넉넉한 편은 아니다. 제 경우 1980 년부터  이사와 더불어 세곳의 본당--동대문, 아현동, 일원동--을 옮겨 다녔는데 전입하여 새로 다니는 곳 마다 성전이 오래되어 헐어서 새로 지을 계획이거나, 교구가 마련해준 성당 터만 겨우 확보한체 천막 생활을 하는곳이었다.

 

세곳 모두 전입하자마자 성당 신축금을 봉헌해야했다. 사실  월급가지고 그럭 저럭 살아가며 매달 얼마씩 떼어내  저축하고  적금이라도 들어야 겨우 아이를 키우고 노후 대책이라도 세울수 있는 형편이었는데  계속 연달아 성전 신축 봉헌금을 내야 하는 것은 인간적으로 참 부담스럽고 짜증 나는 일이었다. 거금을 내는 것도 아니고 연 소득액의 10분의 1도 안되는 쥐꼬리 만큼의 3-4백만원을 내면서 말이다.  " 조금씩 모은 족족 계속해서 모은돈 성당에 다 갖다 바치면 나는 어떡하나?" 하면서 인간적으로 내심 앞날에 대한 불안도나고 내기도 싫었다. " 교구에서 성당 신축금 한번 낸 사람은 더 이상 안내는 제도를 마련해야지 않나? 재수없이 내는 사람만 계속 내야하다니, 참 불합리하고 불공평하다" 하며 기분 나빠했다.

 

이때 이런 그릇된 생각을 고쳐먹도록하고 옳바르게 께닷게 한사람은 나보다 더 똑똑하고 신앙심 깊은 집 사람이었다. "성전 건축 참여는 하느님이 내려주시는 특별한 은총이야. 그것도 세번이나 우리한테 내려주신 것 아냐? 제 복에 굴러 들어온 복을 차는 사람이 어뎄어?  하느님이 하시는 일에 토를 달지마. 10원 바치면 10만원, 100만원으로 갚어 주시는 분이 하느님이시야. 내가 좀더 생활비를 아껴 벌충할태니까 걱정하지마" 하면서 말도 꺼내지 못하게 종주목을 대었다.

 

과연 아내의 말대로 그후 우리가 성당 신축금 몇번 냈다고 생활이 궁핍해져서 거지 같은 처지는 결코 되지 않았다. 오히려 알게 모르게 모든 일에 하느님의 은총이 풍성하게 내려 아이도 탈없이 학교에 잘 다니며 제대로 된 생활을 하고있고 우리 부부도 별 우환없이 하느님의 은총속에 행복한 생활을 하고있다.

 

여러 신자 분들이 잘 아시다싶이 성당 개축이나 신축시 보통 계획수립, 자금 갹출 방안 마련(신자 봉헌금, 바자회등), 신축공사 개시의 과정을 밟는다. 그런데 계획 수립 단계부터 일부 신자들은 "나라 형편도 그렇고 신자들 경제사정도 좋지않은데 그냥 그대로 지내지 뭐 신축을 할려고 그러지?"하면서 본당 신부님이나 사목위원들에게 곱지않은 생각과 시선을 보낸다. 그러나  불평의 와중에서도 착하고 돈독한 신앙심을 가지신 대부분의 신자들은 신부님의 말씀을 귀담아 듣고 이해하며 신부님의 의향에따라 개축이나 신축과정에 참여한다.

 

그리고 사랑으로 한마음이되어 여럿이 함께하는 옳바른 일들이 항상 그러하듯 하느님의 은총과 도우심이 함께하시어 세곳 모두 신자들만의 힘으로 훌륭한 성전을 완성해내었다.

 

이 세곳 모두 항상 자기 희생을하며 신자들 앞에서 솔선수범 앞장서신 분들은 본당 신부님들이셨다.

 

성전 신축 공사 개시와 더불어 그 분들은 자기가 가진 돈들을 내놓으셨다. 그동안 틈틈히 미사예물로 받으신 돈들을 예금해놓은 것들일 것이다.보좌 신부님들은 1-2백만원, 조금 연세가 드신 본당 신부님들은 사제직 연수에 비례해 2-3천만원 정도 내놓으신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를 지켜본 저는 "저 분들 왜 저러시나? 나 같은 사람도 노후를 생각해 얼마큼 저축하고있는데 독신으로 혼자 사셔야할 처지의 사람들이 노후에 무대책으로 있는 돈 다 내어놓아 어쪄려고 저러지?  물론 교구에서 기본적인 생활비는 대주겠지만 사람이란 응급할 경우에 대비해 돈을 좀 지니고 있어야하는데?"하면서 걱정이되었다.

 

그리고 그분들 여기서 그치지않았다. 소유하고 계신 물건들 중에서 값이 나갈만한 것들도 내어놓으셨다. 때때로 신자들로부터 받은 양주등의 선물들 말이다. 도무지 이분들 하느님 사업을 위해선 돈이나 값나가는 물건들을 돌처럼 여기시는 분들 같았다. 그리고 동창신부들이나 친하게 지내셨던 신부님들의 본당을 찾아가  신앙강좌를 하거나 미사를 드려주고서 성당 신축금을 모으셨다.

 

이를 본 저는 그 옛날 하느님 백성의 목자를 연상했다. 하느님 명령으로 한곳에 왔다가 가진 것 다 내놓고 열심히 일하다 하느님이 또 다른 곳으로 가라 명령하시면 올 때 갖췄던 것과 똑 같은 차림으로 새 임지로 떠나는 그 모습 말이다. 사실 세분 신부님들 성전 완성후 멎진 새 처소에서 몇 달도 지내시지 못하시고 새 부임 신부님에게 내어 주시고 새 임지로 떠나셨다.

 

하느님을 온전히 믿고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의탁한 그들에게는 돈 같은 물질적 재화는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였다.

 

신부님들께서 그러하시니 우리 신자들 불평 한마디 할 수 없었고 모두들 자기 형편껏 성실히 성전 신축금을 봉헌하고 바자회도 열심히 열어 세곳 모두 훌륭한 성전을 완성할 수 있었다.

 

아현 성당의 경우 안충석 신부님께서 봉헌한 신자들 모두의 이름을 새긴 현판을 만드셔서 성당 주춧돌밑에 묻어 영구히 보관케 하셨다. 몇푼밖에 내지못한 본인의 이름도 그 명단에 틀림없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당시 이럴줄 알았으면 신축 봉헌금을 좀더 신립할걸 하며 후회하는 마음도 들었다. 지금 세곳 성당들을 돌고 돌아 이 아현성당에 다시 복귀해 다니고있는데 성당에 올 때마다 나의 작은 정성이 들어있는 성전이어서 내집 같은 생각이 들고 편안하고 안온하다. 그리고 주춧돌 자리를 볼때마다 내 이름이 저곳에 들어있고나 생각되어 뿌듯한 마음과 더불어 아버지같이 자상하시고 신자들을 사랑하셨던 안충석 신부님 생각이 떠오른다.

 

이처럼 개인적으로 행운인지 몰라도 위의 세곳 성당에서 저희들을 돌보셨던 본당 신부님들 모두 정도의 차이는있지만 모두다 자기나름데로 하느님이 부여하신 사목직에 열심히 헌신하셨고 신자들을 진정으로 사랑하셨던 분들이셨다. 그리고 저는 이세분 신부님들외에도 현제 대부분의 신부님들도 다 그러하실 거라고 믿는다.

 

현세적, 물질적 이기주의, 쾌락주의가 만연한 지금의 세태에서 오로지 하느님 사랑 하나로 세속적 모든 것을 초월하여 하느님 백성을 위한 독신 사제직에 오늘도 헌신하고 계시는 신부님들께 우리 신자 모두 좀더 감사와  배려와 사랑을 가져야하지 않을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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