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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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규현신부님과 수경스님의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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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정 [NATALIA99] 쪽지 캡슐

2003-05-16 ㅣ No.52231

 

 † 그리스도의 향기  

 

 

 어제는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매년 행사처럼 겪는 일이지만 카네이션과 예쁜 포장지에 들어있는

 

 선물을 받아들고 자잔이 일고 있는 기쁨은 항상 새롭기만 합니다.

 

 

 고것들을 사기위해 여기저기 다녔을 아이들의 서성거림도,

 

 선생님하고 내민 情 담긴 맘도 너무 고마워 그냥 행복해지기만 했답니다.

 

 그러면서 더 잘해줘야지 하고 들었던 생각은 아마...

 

 ... 그들을 향해 솟아났던 사랑이었을 것 같습니다.   

 

 

 to.        

 

 

 우리는 살아가면서 가르침을 줄 선생님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학교에서도 물론이지만 일상 생활을 통해 만나는 분들도 계십니다.

 

 

 여기 우리 자연을 지키고자 힘써 노력하시는

 

 두분의 스승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새만금 간척사업(전북 군산·김제·부안에 이르는 여의도 면적의 140배 규모의

 

 갯벌을 매립 하는 사업)으로 삶터를 잃고 사라질 운명에 처한 작은 생명체들의

 

‘살려달라’는 하소연을 담은, 수경스님과 문규현신부님의 삼보일배(三步一拜).

 

 찐득한 갈색의 갯벌을 살리기 위해 두 분은 세 걸음 걷고 한번 절을 하는

 

 삼보일배(三步一拜)의 길을 지금 이 시간에도 걷고 계십니다.

 

 

 하얀 운동화를 신으신 문규현 신부님과 회색의 승복을 입으신 수경 스님은

 

 그렇게 같은 길을 걸으며 서로의 힘든 어깨를 두들기시며

 

 종교를 초월한 사랑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여기에 힘들지만 꼭 해야할 아름다운 길을 떠나시기 전...

 

 ... 맘을 담은 문규현 신부님의 글을 올립니다.

 

 

 그 어떤 기도보다 간절한 그 분의 맘이 자연으로부터 시작되는

 

 생명의 소중함을 잘 지켜낼 수 있도록...

 

 ... 하늘도 꼭 감동되었으면 합니다.  

 

 문규현 신부님의 삼보일배를 떠나기 전에』  

 

 생명과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모든 형제자매들과

 

 제 마음을 이렇게 나누고 싶습니다.

 

 저는 이제 새만금 갯벌에서 서울까지 기나긴 여정을 떠납니다.

 

 도착 날을 기약할 수 없는 이 길고 긴 여정이, 저도 두렵습니다.

 

 어쩔 수 없이 무척 심란하고 긴장됩니다.

 

 진심 어린 걱정을 담아 말리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어디까지 갈 거냐며 무슨 이벤트인냥 은근히 생색내기로 넘겨짚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형님 문정현 신부는 차라리 삼보일배를 시작하는 3월 28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저와 수경스님은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아픔을 나누며, 과연 삼보일배의 길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하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다가올 수난을 앞두고 겟세마니 동산에서 고뇌와 번민으로

 

 밤을 지새우며 기도하신 예수님 마음을 감히 헤아려보았습니다.

 

 예수님, 당신은 얼마나 힘들고 괴로우셨을까요, 하고

 

 깊은 침묵 속에 여쭈어보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내 복잡한 심정이 89년 방북 때의 그것을 닮은 것 같기도 해

 

 저 혼자 위로해보기도 했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제 귓전에는 대구 지하철 참사로 희생된 죽음들과 죄 없는 새만금 갯벌과

 

 죄 없는 이라크인들의 고통이 같은 울림으로 메아리칩니다.

 

 그것들은 연민과 사랑을 잃은 우리의 마음이 만들어낸

 

 죄악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들은 서로 다른 지역에서 일어난 별개의 사건 같지만

 

 모두 똑같은 야만스런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탐욕과 물질지상주의가 생명의 존엄성과 귀함 위에 군림하는 모습입니다.

 

 가볍고 쉽게 살려는, 나 하나만 잘 살면 된다는 식의

 

 반그리스도적인 행태가 만연한 탓입니다.

 

 결국 바로 우리 자신과 공동체 모두가 그 대가를

 

 참으로 비싸게 치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아무 죄도 없던 예수님을 강도 대신 십자가에 못박아 죽이라고

 

 아우성치던 군중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 군중들 속에 바로 우리 자신도 함께 서서 고함치고 손가락질하고 있음을

 

 똑바로 보아야 합니다.

 

 우리의 끝없는 욕심과 눈앞의 편리함만을 쫓는 태도가 무고한 새만금 갯벌을

 

 죽이고 무고한 자연을 파괴하는 일에 가담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쟁놀이로 인해 죽어 가는 이라크 양민들과 어린이들의 고통은

 

 바로 우리의 이기심과 무관심이 허용한 것입니다.

 

 대구 지하철 대참사는 그 무엇도 아닌 바로 겉치레에 치중하는

 

 우리의 그릇된 생활방식과 가치관이 만든 것입니다.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비록 두렵고 긴장되지만, 저는 이 긴여정을 단순한 마음으로 떠나겠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죄 없는 생명들이 죽어가고 참 평화가 몹시 절실한 때이니

 

 더더욱 길을 떠나야겠습니다.

 

 새만금 갯벌에서 십여 년이 넘게 벌어지고 있는 저 소리 없는 총성과 떼죽음,

 

 그리고 제발 전쟁을 중단해달라는 이라크 양민들의 피어린 호소를

 

 함께 가슴 속 깊이 품고 이 길을 떠나겠습니다.

 

 우리가 새만금 갯벌을 살릴 수 있다면,

 

 소리내지도 못하고 보이지도 않는 것들의 소중함과 귀함도

 

 진정으로 깨달을 수 있다면, 그 어떤 참혹한 전쟁도, 저 터무니없는

 

 죽음과 공포의 행진도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길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길입니다.

 

 이런저런 타산과 계산을 허용하지 않는 길입니다.

 

 생명과 죽음, 그 가운데 중립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저는 온 힘을 다하여 삼보일배의 여정을 끝까지 갈 것입니다.

 

 기어서라도 가겠습니다.

 

 살고자 하는 이는 죽고, 제 목숨을 버리고자 하는 이는 산다고 했습니다.

 

 수난과 십자가의 죽음 없이 부활의 영광과 기쁨을 누릴 수는 없으니,

 

 저는 이 고행을 기쁘게 기꺼이 받겠습니다.   

 

 부안에서 서울까지 305km라 합니다.

 

 길고 긴 여정이며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길 따라 내 온 몸을 낮추어 보이지 않는 생명의 소리들,

 

 고통받는 그들의 소리를 듣겠습니다.

 

 개발이라는 이름 하에 파괴되고 있는 자연, 전쟁과 온갖 폭력 속에

 

 고통받는 모든 이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겠습니다.

 

 나의 땀 한 줌, 나의 기도 한 마디가 죽어 가는 새만금 갯벌의 생명들과

 

 공감을 이루고 나눠질 수 있도록 간절히 마음 모으겠습니다.   

 

 생명과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이 길을 떠나도록 기꺼이 허락하는 여러분의 마음이야말로

 

 제게 가장 큰 힘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여러분이 제게 주시는 깊은 사랑과 격려,

 

 응원과 기도를 기억하도록 하겠습니다.

 

 특별히 이 사순 기간 동안 어느 자리에 있든 우리는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하여, 세상의 생명과 평화를 이루기 위하여

 

 분명한 생각과 말과 행위로 증거 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희망합니다.

 

 우리 각자의 삶이 진정한 회개와 변화, 선포와 행동으로 충만하여

 

 부활의 영광과 축제를 이끌어낼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 드립니다.

 

 

부활 5주일 복음말씀: 요한 복음. 15장 1절 -8절』

 

 그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참 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

 

 나에게 붙어 있으면서 열매를 맺지 못하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모조리 쳐내시고

 

 열매를 맺는 가지는 더 많은 열매를 맺도록 잘 가꾸신다.

 

 너희는 내 교훈을 받아 이미 잘 가꾸어진 가지들이다.

 

 너희는 나를 떠나지 마라. 나도 너희를 떠나지 않겠다.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않는 가지가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처럼

 

 너희도 나에게 붙어 있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할 것이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누구든지 나에게서 떠나지 않고 내가 그와 함께 있으면

 

 그는 많은 열매를 맺는다.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나를 떠난 사람은 잘려 나간 가지처럼 밖에 버려져 말라 버린다.

 

 그러면 사람들이 이런 가지를 모아다가 불에 던져 태워 버린다.

 

 너희가 나를 떠나지 않고 또 내 말을 간직해 둔다면

 

 무슨 소원이든지 구하는 대로 다 이루어질 것이다.

 

 너희가 많은 열매를 맺고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되면

 

 내 아버지께서 영광을 받으실 것이다."   

 

 

 to.

 

 온 인류에게 사랑을 전하시는 참 스승 예수님.

 

 5월이지만 뜨거울 아스팔트 열기 위에서 삼보일배의 동행을 하시는

 

 문규현 신부님과 수경스님에게서 또 다른 예수님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어찌 네모난 칠판 앞에서만 선생님의 모습을 볼 수 있겠습니까?

 

 

 2000년전 산상에서 말씀하셨던 예수님의 모습에서,

 

 말로치 않아도 친히 걸으면서 행하시는 두 분의 모습에서

 

 더욱 커다란 가르침을 배우게 됩니다.

 

 

 5월 24일 까지 계속된다 합니다.

 

 문규현 신부님과 수경 스님.

 

 건강 잃지 마시고 많은 분들이 응원과 격려 보내드리고 계심

 

 ... 또한 잊지 마시고 잘 마침 해주십시요.

 

 

 여기 저 또한... 이 글 안에 당신들의 바램 그대로의

 

 간절한 기도 묻어둡니다.          

 

 

 세상 그대로~  우리 주님 창조하신 그대로의 아름다운 자연~

 

 지켜지기를 온갖 맘으로 빌면서 말입니다.     - 아멘 -

 

 

         -  2003년  5월 16일  금요일  아침에  -

 

   ... 작은 풀꽃의 소중함을 다시 깨달으며 나탈리아 올림.

 

 

 P.S: " 가끔 무엇이 옳은 일인가를 생각해 볼 때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맘은 어땠을까?  답은 생각외로 간단하더군요.

 

        고행하시는 그 두 분은...      

 

        비록 다른 종교를 갖고 계시지만 사랑이라는 하나의

 

        큰 울타리 안에 함께 계십니다.

 

        자연을 창조해내신 하느님의 사랑 안에 계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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