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렸을적, 앞마당 화단에 백일홍이 있었지요

       정말 백일동안 피어있는지 무척 오랫동안 꽃을 볼수 있지요

       그 화단엔 봉숭아도 있고 채송화도 있고 분꽃도 있었지요

       그옛날 꽃들이 한동안 볼수 없더니만 요즘들어 우리 아파트 화단에도 볼수있어 좋답니다

       오다가다 본 백일홍을 한번 디카에 담겠다고 생각만하고 지나치다 드디어 오늘은 디카를

       들고 나왔답니다

       렌즈를 깨끗이 닦고 카메라 줄을 목에걸고 저녁무렵 화단으로 향했는데 가는날이 장날

       이라고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지요

       부지런히 셧터를 눌렀습니다

       이따금씩 빗 방울이 카메라에 방울방울 맺힘니다

       많이 오는 비는 아닌데 아뭇튼 카메라에 빗물이 다으면 안좋지요

       갑짜기 비가오니 우산 없는 이들은 냅대 달려가고 있습니다

       백일홍을 다찍었다 싶어 이제는 잎사귀가 많은 감나무 밑으로 갔습니다

       푸른 감이 열려있어 보기도하고 빗방울을 피하려 그 밑으로 왔지요

       막 자라고 있는 좀 잘생긴 감을 골랐지요

       그리고 디카를 대고 좀 밝게 그리고 어둡게 조정하면서 셧터를 눌렀지요

       나뭇잎 색갈과 똑같아서 가만히 한참 들여다 봐야 찾어낼수 있었지요

       하늘높이 솟아있는 소나무도 마지막에 담았지요

       텅빈 벤취가 숲속에 덩그러히 있습니다

       앉아있는 이 아무도 없었는데, 와서 앉아 보라고 얘기하는듯 느낌이 옵니다

       돌아다니다 피곤하면 와서 쉬었다가라고 말입니다

       누구라도 와서 앉았다 가면 좋겠다고 이끄는것 같습니다

       직장에서 힘겹게 일하다가 힘들면 잠시 쉬었다 가면 어떠냐고?

       술먹고 밤 늦게 가다가 졸리면 잠시 눈 붙이고 가도 괜찮다고 말입니다

       누우면 길이가 딱 맞을것 같은 긴 의자지요

       여러사람이 앉았다 간 모양이지요

       먼지 하나 없이 매끈매끈 윤기가 나는 것이 보기좋습니다

       좋든 싫든 연인끼리 와서 앉아 오손도손 얘기하다 사이가 좋아져 포웅해도 괜찮다고

       말입니다

       사방이 좋은 느낌을 주어 이곳을 떠나기 싫었답니다

       큰 비는 아니지만 보슬보슬 비가 흩날리는 감나무밑 의자와 얘길 하고 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