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자유게시판

未得先愁失 當歡已作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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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01-10-09 ㅣ No.25050

 어제는 월요일이었습니다. 동창신부님과 이런 저런 이야길 나누다가 "굿 뉴스"이야길 하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성직자들의 이야기가 많이 거론되는 문제를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둘이 공감한 것이 있습니다. "성직자들의 좋은 면을 이야기 할 수 있다면 반대로 좋지 않은 면을 이야기 할 수도 있어야겠다." 그리고 그런 것에 너무 연연해하지 말자고 이야길 했습니다.

 

 오늘 아침 신문에 난 기사가 생각났습니다.

"未得先愁失 當歡已作飛 (얻기도 전에 얻기 전에 먼저 잃을 것을 근심하고 기쁜 일을 만나서도 슬픔 마음 일어나네. )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내려앉는다. 내게 기쁨이 되고 설레임이 되었던 것들, 돌아보면 먼지처럼 스러지고 없다. 득의의 순간은 늘 잠깐 뿐이다. 기쁜 일이 생겨도 무턱대고 기뻐할 수가 없다. 조바심을 치는 내 마음을 나도 잘 알 수가 없다. 오늘의 큰 기쁨이 내일 가눌 길 없는 슬픔이 되는 경험도 숱하게 했다. 일희일비 할 것 없다고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신뢰를 잃은 마음은 작은 일에도 깜짝깜짝 놀란다. 늘 불안하다."

 

 "十人十色"이란 말도 있습니다.

사람은 저마다 개성이 다르고 저마다 생각이 다르다는 말인 듯 싶습니다.

물론 사람들의 생각이 나와 늘 같다면 좋겠지만 바람이 어디서 불어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듯이 그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나의 욕심이, 나의 이기심이 나와 다른 이의 생각을 억지로 나의 생각의 잣대로 끌어들이려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봅니다. 그런 헛된 욕심과 이기심 때문에 때론 험한 말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미운 감정을 품기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가을비 촉촉이 내리는 10월의 하루입니다.

본당의 청년이 쓴 글 하나가 이런저런 상념에서 벗어나게 해줍니다.

 

"언제부터인가 성당이라 하면 좋은 추억만이 존재하는 추억의 공간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적성에 도착하면 무슨 일인지 먼저 찾게 되는 것이 성당이다.  성당에 다가가면서 이상하게 기대를 하게 된다.

그리고 변한 것이 없는 성당을 보며 안도의 숨을 내쉰다.

 

 어쩜 우리 맘속엔 성당이란 장소가 편안함을 일으키는 부담 없는 장소가 되었다.

가면 언제나 반겨주는 수녀님과 신부님의 미소.

오랜만에 찾은 어색함을 양 것 날리기에 충분하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인지 오늘도 마음은 성당 어느 한 곳에 가 있는 것 같다...

그 편안함 속에..."

 

 莊子 어르신의 가르침이 더욱 생각나는 하루입니다.

 

 "빈배"

한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빈배가 그의 배와 부딪치면

그가 아무리 성질이 나쁜 사람일지라도

그는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배는 빈배이니까.

 

 그러나 배 안에 사람이 있으면

그는 그 사람에게 피하라고 소리칠 것이다.

그래도 듣지 못하면 그는 다시 소리 칠 것이고

마침내는 욕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이 모든 일은 그 배 안에 누군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그러나 배가 비어 있다면

그는 소리치지 않을 것이고 화내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강을 건너는 그대 자신의 배를 빈배로 만들 수 있다면

아무도 그와 맞서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그대를 상처 입히려 하지 않을 것이다.

 

 

 "주님께서 죄악을 헤아리신다면, 주님, 감당할 자 누구이리까. 오히려 용서하심이 주님께 있사와, 더 더욱 당신을 섬기라 하시나이다.

주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마르타, 마르타, 너는 많은 일에 다 마음을 쓰며 걱정하지만 실상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참 좋은 몫을 택했다. 그것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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