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1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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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한 방송국 면접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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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peterpan65] 쪽지 캡슐

2003-06-18 ㅣ No.53622

 

 어느 날 아내의 호들갑스러운 전화를 받았습니다.

 

"자기야! 자기야! 우리 TV에 나가게 생겼어!"

 

이게 아닌 밤중에 웬 봉창 두드리는 소린가 싶은 저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가 공중파를 타야할 이유를 몰랐습니다.

 

물론 98년도 KBS뉴스에 출연(?)한 적은 있지만 지금...그것도 저만이 아닌 아내와 함께??? 방송에 출연해야할 아무런 근거를 찾지 못한 저는 아내의 흥분된 목소리를 달래며 사연을 차근히 물어보았습니다.

 

혹시나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 제가 그간 범한 교통법규위반이나 담배꽁초 함부로 버린것을 몰카로 찍어 방송을???

 

그러나 사연인즉슨 이렇습니다.

 

KBS에서 하는 아침 프로그램 중 이상벽씨와 이금희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아침마당]이라는 프로가 있습니다.

 

직장에 다니시는 분이야 이 프로를 볼 기회가 별로 없지만 그래도 그 프로가 생긴지 오래 되다보니까 아주 가끔은 접할 기회가 생기더군요.

 

그래서 아주 가끔은 본적이 있습니다.

 

그 프로를 보는 일반적인 남성들 시각은 대개 "참 할일들 없다. 집안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뭣하러 TV에까지 나와서 저렇게 까발릴까?" 하는 시큰둥한 반응들이 많습니다.

 

물론, 저역시 그런 사람들중 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아침에 홀로 저를 출근시켜 놓고 그 프로를 보던 아내가 우연히 [컴퓨터를 통해 만난 인연들]이란 주제를 설정해 놓고 사연을 모집하는 홍보를 보고는 되든 말든 인터넷을 통해 방송국에 사연을 올려놓은 모양입니다.

 

그런데 방송국에서 연락이 왔다는 겁니다.(나탈리아 글빨 잘 아시죠? *^^*)

 

6월 17일, 그러니까 어제가 되겠군요. 오후 2시까지 방송국으로 출두(?)해 달라는...

 

저야 쓸데없는 짓이라며 난색을 표했지만 그 후 계속되는 아내의 처절한 애교와 집요한 요청으로 두손 두발 다 들고 마지못해 약속 시각에 맞추어 방송국으로 갔습니다.(사실 결정적 허락을 하게 된 동기는 출연료를 준다는 말에 혹 했지요.*^^*)

 

저희 말고도 여러 커플이 와 있더군요.

 

이윽고 PD와 방송작가가 참석한 상태에서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여러 커플들 중 몇 커플만 심사 후에 개별 통보를 해준다는 단서를 달고 말입니다.

 

다른 커플들은 거의 수다에 가깝게 자신들이 컴퓨터를 통해 인연을 맺게 된 동기와 사연들을 아주 재미있게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세상에 컴퓨터가 일반적으로 보급되어 별의별 일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재미난 사연들을 간직한 부부들이 많음에 저윽이 놀라고 또 옆에서 듣다보니 웃기도 많이 웃어봤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그렇게 재밌게 수다를 떨만한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여기 자유게시판을 이용하시는 형제, 자매님들이 증인이 듯이 저희야 뭐 특별나게 재미난 사연은 없잖습니까?

 

그저 게시판을 통해 서로의 글을 읽다가 호감을 갖고 부부의 연을 맺었다는 것이 전부인데...

 

그런데 재미난 현상은 대개들 다른 커플들은 채팅을 통해 만난 사이들이던데 그중에 우리는 약간은 독특한 사연이라고 판단한 PD와 방송작가가 호감을 보이더군요.

 

채팅이 아닌 서로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2년 가까이 상대방 글을 읽어오다 사랑을 키워왔다?...조금 특이한가 보죠?

 

그래서 쇄도하는 많은 질문에 혹은 얼굴이 빨개지며 혹은 진땀을 흘리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털어 놓았습니다.

 

 

인터뷰 전에는 심사에서 떨어지기를 원했지만 막상 사람이라는 것이 다른 커플들과 함께 면접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묘한 경쟁심리가 생기더군요.

 

 

그렇게 두 시간여를 인터뷰하고 나니 수고했다고 소정의 문화상품권을 나눠주며 출연이 결정되는 커플들에겐 추후에 전화통보를 하겠노라고, 그렇게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방송국을 나오며 오늘 처음 본 커플들과 인사를 대충 나누고 서로의 건투를 빌었습니다.

 

아내는 우리는 틀림없이 뽑힐 것이라며 마치 출연 결정이나 된 것 마냥 부풀어 있지만 저는 글쎄 올시다~입니다.

 

심각한 사연도 아니고 그저 만나서 결혼하게 된 에피소드를 나누는 자리라곤 하지만 전 솔직히 혹시나 뽑힐까봐 겁부터 더럭 나고 괜시레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합니다.

 

부풀어있는 아내에겐 미안하지만 전 그냥 탈락했음 하는 맘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혹시라도 출연 결정이 되어 TV에 나가게 된다면 여러분들도 아침에 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되시는 분들은 꼭 봐주십사 하는 당부의 말도 미리 드립니다.

 

방송 출연이라...

 

참 살다보니 별일 다 겪어봅니다.*^^*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지만 이런것도 살아가면서 참으로 신기함도 느끼고 나름대로 재미도 납니다.

 

사족: 오늘 인터뷰중에 저희 결혼식때 멀리 미국 미시간에서 오신 박요한 선생님의 얘기를 했더니 PD가 놀라면서 출연하게 된다면 미국에 전화 연결을 해야겠다고 방송작가와 상의를 하더군요.

 

혹시라도 박요한 선생님 이 글 보시면 메일이나마 연락 주시겠습니까?

물론, 메일은 저희가 먼저 따로 드리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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