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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 연중 제27주일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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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봉철 [skanenfl] 쪽지 캡슐

2009-04-01 ㅣ No.132524

 
"[생활 속의 복음] 사순 제5주일  -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
 
이기양 신부(서울대교구 10지구장 겸 오금동본당 주임)

"영원할 것 같았던 로마 제국은 이름만 남았지만 십자가에 처형된 예수님은 영원히 살아 계시다"는 어느 역사학자 말처럼 도대체 어떤 이유로 막강한 로마 제국은 사라졌는데 로마 권력에 희생된 예수님은 지금까지 살아서 전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는 그 해답을 오늘 복음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24).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고 부활하심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주셨습니다. 우리는 십자가 죽음이 절망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희망임을 믿습니다. 그래서 그 길을 따라 갑니다. 이러한 확신의 역사가 그리스도교의 역사인 것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마더 데레사 역시 그 길을 가신 분입니다.
 1946년 데레사 수녀는 결핵에 걸려 히말라야 산 기슭의 다질링으로 가던 중 "가난한 사람들 가운데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라"는 계시를 받게 됩니다. 데레사 수녀는 훗날 당시 결심을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그 메시지가 아주 분명했기 때문에 '예'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어요. 나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예수님을 따라 빈민가로 갔습니다. 가장 미소한 사람들 안에 계신 예수님을 위해 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데레사 수녀가 빈민가로 들어갈 때 몸에 지닌 총재산은 단돈 5루피(약 120원)가 전부였습니다. 데레사 수녀는 빈민굴 모트지힐에서 쓰러져 가는 가건물을 빌려 학교를 열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오후에는 빈민구호소를 차려 길거리에서 죽어가는 환자들을 데려다 돌봅니다. 이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 빈민구호소는 연일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거지와 병자, 사경을 헤매는 노인들로 가득 찼습니다.
 데레사 수녀는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산파들이 데려오는 유아, 쓰레기통에서 건져오는 죽음 직전의 핏덩이, 그리고 거리에서 쥐와 개미에 몸을 파 먹힌 채 죽어가는 나환자 등 보호가 필요한 생명이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사랑의 손길을 뻗쳤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한 푼도 없는 상태에서 매일 4500명 이상이 식사를 해야 했지만 데레사 수녀가 88살로 선종하실 때까지 식사는 한 번도 끊이지 않고 지속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노벨 평화상, 케네디 인권상, 인도 최고 바라트라트나 훈장 등 세상은 '가난한 이의 어머니' 데레사 수녀에게 화려한 영예를 안겨 주었습니다. 데레사 수녀는 그 작은 체구로 50년 넘게 빈민가를 지키며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위대한 사랑을 가르쳐 주고 1997년 9월 5일 밤 하느님 곁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렇게 밀알 하나가 영생을 믿으며 죽어 갔기에 그 씨앗들이 '사랑의 선교회'를 통해 세계 120여 개국에 뿌리를 내리게 됐습니다.
 
 오늘 사순 제5주일을 맞는 우리에게 예수님께서 나를 내어 놓을 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십니다. 밀알은 땅에 떨어져 흙 속에 묻혔을 때에야 비로소 싹 틔울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흙 속에 묻힌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엄청난 두려움과 불안에 휩싸일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여기에서 살아날 수 있을까? 나만 손해 보는 것은 아닐까?"
 마치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십자가 죽음을 앞에 두고 불안과 번뇌에 휩싸이셨듯이 엄청난 두려움에 사로잡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십자가상 죽음을 넘어 영원한 생명으로 부활하셨고 이를 믿고 따르는 역사가 2000년 그리스도교 역사, 강력한 군사력으로 서방세계를 정복하고 그 패권을 300년 이상 유지했던 로마도 이루지 못한 부활 증언의 역사입니다.
 흙 속에 묻힌 한 알의 밀알이 이뤄낸 세상은 지금 얼마나 크고 값진 것이 되었습니까? 이제 우리는 확실히 알았습니다.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요한 12,25)입니다.
 밀알 하나가 죽어 생명의 싹을 틔우듯이 내 자신을 내어 놓으면 화해와 평화의 물결이 찾아온다는 것을 믿고 실천하는 한 주간 되시기를 바랍니다.

평화신문-2009. 03. 29발행 [10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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