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6일 (일)
(녹) 연중 제27주일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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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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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서 [phs55] 쪽지 캡슐

2009-04-01 ㅣ No.132567

 사순 제1주일에 겪은 고통 하나...

 그 고통이 결국은 내가 선택한 것이었다는 것과 주님이 내게 주신 선물인 은총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

 사건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사순시기에  각 단체 별로 세 명이 십자가와 초를 들고 14처를 돌면서 십자가의 길을 한다.

 우리 단체도 날짜가 잡혀서 우리 팀이 십자가의 길을 하게 되면 "셋이서 해" 라고 내가 말하니

 M자매가 "당연하지" 라고 말했다.

 (난 태어날 때는 건강하게 태어났고 첫돌무렵 척추카리에스에 걸렸다. 척추염, 흔히 곱사등이. 그리고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 어느 날 갑자기 다리가 마비되어 걸을 수 없었다. 안 가는 곳이 없다. 어디 가자고 하면 다 간다.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당연하지"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난 기분이 좋지 않았고 한 대 얻어 맞은 듯해서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손으로는 성물 포장을 하면서, 머리로는 " 그래?"  "당연하다?" 되내이며 이걸 어떻게 하지? 하면서 오기가 생겼다.

 "그렇담, 네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지. 이번엔 내가 해야겠어" 라며

 회장에게 말했다.

 좀 전에 M이 말한 것 들었죠? 했더니(M은 주회 하러 지하 교리실로 가고 없다.)

 회장 : 그래, M이 그 말 할 때 아차! 싶더라...

 나 : 저, M에게 말하고 이번에 내가 해야겠어요.

 그리고 전화를 하려다 생각했다. 얼굴을 보고 말을 하자고. 어떤 생각으로 M은 당연하다는 말을 했을까?

 분명히 나의 장애를 부정적으로 보아 그렇게 말했을거야.

 나와 같이 봉사하는 것이 창피한가?

 아니면 나와 함께 봉사하는 것이 불편한가?

 내가 하면 우리 단체가 이미지 훼손되나?

 이렇게 M에게  세 가지 물어보려니 왼쪽 가슴에 통증이 왔다. 가슴이 아팠다. 내 몸이 속이 상한단다. 아프단다.

 처음에는 기분만 별로였는데 내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가슴이 아팠다.

 이 이야기를 지인에게 말하는데 가슴은 아프지 않았지만 이번엔 눈물이 났다.

 그분은 내가 M에게 확인하려는 것을 감정을 비우고 확인이 아니라 그냥 물어보라고 했다.

 미사후 차밍댄스를 배우고 기분 좋은데 좋은 기분을 깨기 그렇지만 그렇다고 다음으로 미루면 내가 그냥 넘겨버릴 것 같아서 M에게 잠깐 얘기좀 나누자며  옆방으로 갔다. 이럴 때 가슴이 뛰어 용기가 필요했다.

 M : 왜? 괜히 겁나네, 언니, 내가 뭐 잘못  했어?

 나 : 지난 번 우리 팀이 십자가의 길을 하게 되면 내가 "셋이서 하라" 고 했을 때 네가 "당연하지" 라고 했는데 그게 무슨 뜻으로 그런거야?

 M : 전에 어느 레지오팀에서 어떤 할머니가 십자가의 길을 하고 싶다고 해서 시켰더니 사람들이 할머니가 하는 동안 촛불이 흔들려서 분심들었다며 왜 그 할머니 시켰냐고 하더라는 이야기를 들었었어...

 그러면서 언니, 장애를 인정해. 언니,그러면 그 당시 언니가 하고 싶다고 하지

 나 : (난 말꼬리를 잡을 수도 있었다. 그러지 않았다. 내가 장애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웃기는 콩떡이다. 내가 장애를 인정한다는 것은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묻고 싶었지만 감정싸움은 하기 싫었다. 곁길로 가기 싫었다.)

 내가 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는 네 말에 십자가의 길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으로는 너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려고 했다.)

 네가 당연하다는 말에 다른 이유가 없잖니? 나의 장애가 문제가 된다는 거잖아. 그래서 너에게 세 가지를 물어보려는 과정에서 가슴이 아팠어.  나서는 것이 싫었을 뿐이야. 나 할 수 있거든.

 네가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은 몰랐어. 하지만 네가 걱정한 것은 일어나지 않아. 내가 생각했던 것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넌 나의 이런 아픈 마음 공감이 되지 않고? 일어나지도 않은  것에 대해 미리 걱정하는 거야?

 M : 그런 뜻은 아니었지만  언니가 마음이 아팠다면 사과할께(마지못해... 이것은 내 느낌) 미안해. 그리고 언니가 나를 무시하는 줄 알았어.

 나 : 내가 회계부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물어본 것이지  무시한 거는 아니야(M은 내가 물어본 것이 자기가 틀렸다고  지적한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무시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나는 네가 툴툴거리는 것이 나를 싫어하는 줄 알았어

 이렇게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서로가 자기식대로 생각한 오해도 풀게 되었지만 M은 내게 사과한 것이 기분이 별로였는지 먼저 쪼르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서 나갔다.

 어쨌든 거의 매일 2~3년 가까이 함께 봉사를 하면서, 함께 하는 나를 지지하기 보다는 힘든 것을(십자가의 길을 할 때 ) 나를 시켰을 때 돌아올지도 모르는 비난 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내가 그런 대접을 받은 것에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 뒷모습을 보는 나는 잠시 찝찝했다. 더 좋은 결과였으면 좋았겠지만 어쩌겠나? 여기까지가 우리의 대화 수준인걸..

 M의 기분까지 내가 어쩌지 못한다.

 M의 기분은 M이 돌볼 것이고 내 마음은 내가 추수려야 한다.

난 이것이 주님이 사순시기에 나를 돌아보라고 준 기회임을 깨달았다.

내가 나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

내 의식에서는 그렇지 않지만

아직 무의식에서는 나 자신을 창피하게 생각했었던 흔적이,

타인이 나와 함께 하면 불편해하지 않을까하는 그런 우려의 흔적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고상 앞에서 예수님께 말했다.

 "예수님, 저의 두 개의 흔적을 뿌리째 뽑아 예수님 앞에 봉헌합니다. 이제 제 마음에 가슴에 그 흔적도 없습니다. 그 뽑힌 자리에 사랑나무의 씨앗을 넣어주소서. 제가 잘 가꾸겠나이다."

 이렇게 소리 내어 말을 하니 정말로 내 가슴에서 뿌리째 뽑혀진 것 처럼 시원했다.  가슴이 널널해진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내 몸이 귀하고 신비롭게 느껴졌다.

 십자가의 길을 하기 전날 전례복이 내 몸에 맞는 것이 있을지 알아보니 다행히 작은 것이 있었다.

 떨리지 않았는데 당일 시간이 다가오니 M이 말한 것이 떠올랐다. 내가 실수해서 교우들이 분심들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자 다리에 힘이 빠지고 진땀이 났다. 왜 그 말이 떠오르냐 말이다.

 그런데 다행히(아마 예수님이 내가 떠니까 떨지 않게 하시려는 것 같았다.) 부회장의 휴대폰에서 요상한 벨소리가 울렸다. 부회장은 자기 것이 아니라고 하는 바람에 우리는 그 요상한 벨소리를 연겨푸 듣게 되었고. 부회장의 실수가 나의 걱정을 날려버렸다.

 옷을 갈아입고 준비하는데 여지껏 촛불만 들게 했는데 이번엔 촛대까지 들라고 한다.  부회장은 무겁다고 툴툴거리니 안내자가 희생이라 생각하고 하란다. 그런데 난 이왕이면 힘드는게 더 좋다. 더 의미가 있으니

 보통 때는 우리끼리 십자가의 길을 하는데 금요일만 보좌 신부님이 선창을 하신다. 그런데  이번엔 주임 신부님이 선창을 한다고 하니 회장이 어렵다는데 난 주임 신부님과 함께 하는 것이 더  좋다.

 이번 사순시기는 내게 더욱 의미가 있고 십자가의 길 14처가 다르게 다가왔다.

 촛대까지 들고 14처를 돌고 차밍댄스를 마치고 식사를 하는데 오른 팔이 조금 아파 첫숟가락 들기가 힘들었지만 그러고는 금방 괜찮아졌다.

 난 요즘 예전보다 적극적이다. 내게 다가오는 기회는 그냥 보내지 않으려 한다.

 이번에 나를 자극해서 오기로 시작했지만 물러서지 않고 적극적으로 풀어갔기에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홀가분한 기분도 맛보았다.

 결국엔 인간이란 이기적이다. 어쩌면 자신이 비난 받을지도 모를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것을 피하려고 상대에게 아무렇지 않게 상처를 주고 그런 것을 느끼지도 못한다.

 나도 곧잘 당연하다는 말을 잘 썼다. 하지만 당연한 것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  당연하다로 내가 겪은 고통이 그 말을 잘 써야겠다는 생각을 더욱 하게 했다.

당연하다가 아니고 감사하다는 말과 틀리다가 아니고 다르다란 말만 잘 써도 서로간에 상처받지 않고 소통이 잘 된다.

요즘 참 말에 매력을 느낀다. 정확하고 딱 그 자리에 맞는 말로 맛깔스럽게 말을 하고 싶다.

 

*  좋은 일 하나...

 행운목을 잘라서 토막을 내 뿌리를 내려 세 화분을 만들었다. 수형이 제일 좋은 것과 나쁜 것은 내가 갖고 중간 것은 올케에게 주어서 5~6년 키웠는데 이번에 분갈이 해 주려고 보니 어느 새 꽃대가 올라왔다. 작기에 생각지도 않았었다. 횡재다.

 화원에서 행운목 꽃을 보고 향기가 좋다는 것을 알았는데 우리 집에서 그것도 잘라서 심은 작은 행운목에서 꽃대가 올라와 아침 저녁으로 문안 인사를 한다. 자리도 좋은 자리로 바꿔 주었다.

 꽃대에서 이슬 같은 것이 맺혀서 실내인데 무슨 이슬? 이게 뭔가 하고 맛을 보니 달콤했다. 꿀처럼...

 벗님들에게 행운목의 꽃을 보여드리고 행운을 나누어주고 싶은데 제가 사진을 올릴  줄을 몰라서리..... 행운만 가져가세요.

 미리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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